도시 녹지 많을수록 미생물 다양성도 높아져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6-21 21:58:16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보행자 시야에서 보이는 녹지 비율이 도시 미생물 다양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원, 가로수, 녹색 벽, 화분 등 도시 내 녹지가 많은 공간일수록 박테리아 군집이 더 풍부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헬싱키대학교, 핀란드 천연자원연구소, 대만 탐캉대학교, 국립대만대학교 연구진은 대만 타이베이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그린뷰지수(Green View Index, GVI)와 박테리아의 풍부도 및 다양성 간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Landscape and Urban Planning에 게재됐다.

그린뷰지수는 특정 위치에서 보행자 눈높이로 보이는 녹색 식생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위에서 내려다본 녹지 면적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 거리에서 체감하는 녹지의 양을 측정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로수, 공원, 벽면녹화, 화분 등 보행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식생이 많을수록 GVI가 높아진다.

연구진은 타이베이 대도시권에서 도시 생물다양성 핫스팟과 일반 도시 공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공원, 녹색 벽, 나무, 화분이 있는 공간은 포장도로, 주거용 건물 입구 등 식생이 적은 공간보다 미생물 풍부도와 섀넌 다양성 지수가 뚜렷하게 높았다.

섀넌 다양성 지수는 한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종의 수와 각 종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하는지를 함께 평가하는 지표다. 미생물 군집의 생물다양성을 파악하는 데 널리 활용된다.

헬싱키대학교 박사후연구원 롱 셰 연구원은 “공원, 녹색 벽, 나무, 화분과 같은 도시 생물다양성 핫스팟은 포장 공간이나 주거용 건물 입구보다 미생물 풍부도와 섀넌 다양성이 분명히 높았다”며 “특히 이러한 생물다양성 핫스팟에서 그린뷰지수와 미생물 군집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GVI가 섀넌 다양성보다 미생물 풍부도와 더 강하게 관련됐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 식생이 다양한 미생물 종의 유입과 축적을 돕는 반면, 미생물 군집이 얼마나 균등하게 분포하는지는 다른 도시 환경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빛, 온도, 습도, 미기후, 불투수성 포장면, 인간 활동, 도시 형태 등이 미생물 군집의 분포를 조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두 가지 방법론을 결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연구진은 먼저 스트리트뷰 이미지에 딥러닝 기반 의미론적 분할 기법을 적용해 보행자 시야 안의 녹지 비율을 산출했다. 여기에 환경 DNA, 즉 eDNA 시퀀싱을 결합해 도시 공간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을 분석했다.

환경 DNA 분석은 미생물을 일일이 배양하거나 직접 세는 대신, 토양이나 먼지, 표면 등에 남아 있는 유전물질을 분석해 어떤 생물이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도시 환경 속 보이지 않는 미생물 다양성을 보다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한 도시 지역에서 겨울 한 계절 동안 수행됐다는 한계를 밝혔다. 기후, 계절, 식생 유형, 도시 구조가 다른 지역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미생물 다양성과 인간 건강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측정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여러 도시와 계절을 대상으로 장기 연구를 진행해 어떤 유형의 도시 녹지가 미생물 다양성과 인간 복지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도시 녹지가 단순한 경관 요소를 넘어, 보이지 않는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계획에서 녹지의 양뿐 아니라 보행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녹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시사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