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서울 동북부에 자리한 태강릉은 단순한 조선 왕릉의 공간이 아니다. 태강릉에서 동구릉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은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숲·하천·습지의 연속성을 지닌 생태축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야생 동식물의 ‘마지막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육군사관학교 이전,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 등 정부의 개발 계획이 이 축을 위협하면서, 도시 생태계의 균형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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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태강릉 |
문화와 생태를 동시에 위협하는 개발 만능주의
서울 동북부에 자리한 태강릉과 육군사관학교 부지는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화재 보존과 환경 보전의 갈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조선 왕릉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태강릉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역사적 정체성과 생태적 가치를 함께 품은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개발과 군사시설 이전 논리만을 앞세우며 이곳의 다층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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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육사부지 내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2급 맹꽁이 |
태강릉은 조선 왕릉의 대표적 사례로, 조선시대의 장례문화와 풍수 사상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단지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는다. 태강릉을 중심으로 육군사관학교와 태릉골프장, 그리고 동구릉으로 이어지는 녹지는 서울 동북부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녹지축으로서, 수많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도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 새매, 하늘다람쥐와 천연기념물 원앙, 황조롱이 등이 일대에서 확인되며, 이곳이 단순한 도시 숲이 아니라 생태적 보고임이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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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로 밝혀진 태릉골프장 내 연지 |
국가안보와 환경 보전, 양자택일 문제 아냐
육군사관학교 부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군사시설 이전과 개발 논의가 나오면서, 그 가치가 곧바로 대규모 주거지나 상업지 개발로 치환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안보와 개발 논리를 앞세우며 환경적 가치를 경시하는 태도는 단기적 토건 논리에 불과하다. 안보는 국토의 균형적 관리와 지속가능한 자원 보전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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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사 인근 구리 갈매 지역은 택지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황폐하다. 태강릉에서 태릉골프장과 육군사관학교, 동구릉으로 이어지는 생태축과 인접하고 있어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적지않다. 그러나 육사 이전, 골프장 개발 등의 이슈로 생태축이 지속되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우측 녹지지역이 육군사관학교와 태릉골프장, 정면으로 보이는 아파트 뒤편이 동구릉이다. |
생태축 단절은 서울 동북부의 재앙
태강릉에서 동구릉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은 단순한 숲길이 아니다. 도심 속 파편화된 녹지를 연결해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생명의 회랑’이다. 만약 이 축이 단절된다면, 이 지역은 단순히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울 동북부의 기후적 완충지대와 생태적 다양성이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시설 이전과 개발을 위한 속도전이 아니라, 태강릉과 그 주변 녹지가 지닌 복합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일이다. 문화재청과 환경부, 국방부가 협력해 종합적 환경·문화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 태강릉 일대의 문화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이익이나 개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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