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UN 상처받은 지구 치료 대한민국 준비상황은?

글I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1-05 17: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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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인간의 직·간접적 영향을 모두 고려하였을 때 지구 곳곳에 그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인간의 영향이 만연해 있다. 따라서 인류가 출현한 역사가 지질시대가 변할 만큼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의미하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인간이 지구생태계에 미친 영향이 크다. 

 

결과적으로 세계 도처에 질이 떨어지거나 손상되었으며 파괴된 생태계가 산재해 있다. 건강해 보이는 생태계도 인류의 과도한 토지이용으로 잘게 파편화되어 그 질이 크게 떨어져 있다. 이처럼 생태계의 질이 저하된 것은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복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생태계는 자연 자체는 물론 인류의 생활과 생존에 필수적인 수많은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류가 지구에 가해 온 영향은 대부분 지구생태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국지적 차원은 물론 지구 전체적으로도 그 균형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양한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UN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을 상처받은 지구 치료기간으로 정하여 대규모 복원사업을 추진할 준비를 마쳤다. 이 기간 동안 UN은 남한 전체면적의 36배에 달하는 3억 5000만 ha의 토지를 복원할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이러한 복원이 실현되면 3억 5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혜택을 얻고, 대기로부터 13내지 26 Gt의 온실가스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대한민국도 반드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올해 2021년은 이러한 야심찬 도전을 시작하는 해이다. 


▲ 복원: 온전한 자연의 체계를 모방하여 훼손된 자연을 치유하는 생태기술

▲Confusion of Terms in South Korea (Kritische Ökologie Nr. 75 – Bd. 25[2]: 26-32)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의 생태복원 실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생태적 복원은 온전한 자연의 체계를 모방하여 훼손된 자연을 치유하는 생태기술로서 질이 떨어지고, 손상되거나 파괴된 생태계를 그것의 원 모습 또는 그에 준하는 안정되고 자발적 유지가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의도적 활동을 말한다. 

 

모든 일을 하는데는 원칙과 절차가 존재하듯이 이러한 복원에도 당연히 그러한 원칙과 절차가 있다. 우선 우리 인간의 질병 치료와 마찬가지로 치유의 대상이 되는 아픈 자연을 진단하여 문제의 원인과 정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에는 주변에 남아있는 건강하고 온전한 자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체계화하여 그것이 훼손되기 전의 모습을 재현해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진단평가 결과와 온전한 자연으로부터 얻은 대조생태 정보를 비교하여 복원의 수준과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결정된 수준과 방법에 따라 복원을 실행한 후에는 도입한 생물의 정착과정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모니터링 결과를 대조생태정보와 비교하고 분석하여 복원의 진행경로를 추적해야 한다. 이 때 복원된 자연의 발달경로가 목표로 삼은 방향과 다르게 진행될 경우 순응관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이처럼 복원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그런 점에서 사업의 시행은 하나의 출발점이고 그 후 적어도 몇 년은 시도한 사업의 정착과정을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도 또 하나의 과정이 남아 있다. 복원의 효과에 대한 평가다. 복원의 효과는 대조생태계와 종 조성의 유사성, 자생종 비율, 발달가능성 및 안정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을 분석하여 평가할 수 있다. 

 

그밖에 그들이 발휘하는 생태적 서비스 기능을 평가하여 화폐 가치화하는 평가도 가능하고, 지역공동체의 단합을 유도하는 등 사회적 기여를 통한 평가도 가능하다. 이러한 생태적 복원의 개념과 절차에 대해서는 일반생태학 및 복원생태학 교과서, 그리고 국제생태복원학회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안내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복원사업에서 이러한 복원생태학의 원리는 대체로 무시되고 있는 경향이다. 

 

국내의 복원사업에서 진단평가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고, 도입되어도 그 결과에 기초하여 복원의 수준과 방법이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훼손된 정도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복원사업은 적극적 방법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비용과 에너지가 낭비되고,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투자하고도 효과는 크지 않다. 

 

▲하천변에 산림 수종과 외래종을 심고 있다.

 

복원계획의 모델이자 복원의 목표가 되어야 할 대조생태정보도 거의 활용되지 않고, 사업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계획이 없고 목표가 없는 복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원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야 할 외래종이 도입되는 경우도 많고, 생태적 공간분포를 크게 벗어난 외지 종(일명, 국내 외래종)이나 더 큰 생태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미소 서식처를 벗어나 도입생물들이 배치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모니터링은 이루어지지만 사업초기에 복원의 목표가 되는 대조생태정보가 활용되지 않아 효과적인 순응관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복원의 효과 평가도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이 계속 진행되어도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연환경복원사업은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토목ㆍ조경 사업 위주의 건설 사업과 달리 자연에 대한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진단평가, 계획 수립, 설계, 시공 및 시공 후 모니터링 과정을 거쳐 자연환경 보전 및 복원 사업을 추진하여 자연이 발휘하는 생태적 기능을 극대화하고, 이를 활용하여 재해방지와 함께 쾌적한 환경을 이루어내는 선진생태기술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기존의 건설 사업은 각종 시설물을 설치ㆍ유지ㆍ보수하는 공사와 기계 설비를 비롯해 기타 구조물의 설치 및 해체 공사 등을 통해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다. 반면에 자연환경복원사업은 인간의 생존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물, 공기, 산소 등을 공급하는 생존환경 개선사업이다. 이런 점에서 후자의 중요성이나 시급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과 원칙을 따르고 있는 선진사회는 우리의 무분별하고 원칙 없는 사업에 대해 호된 비판을 가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업은 국제기구가 주도할 만큼 이미 보편화되어 있어 각종 선진기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단계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이 생태복원 분야도 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해당분야 종사자들은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도 이익을 내는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변화를 수용하려 들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우리의 자연은 계속 망가졌고, 더구나 우리가 비용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자연을 살리겠다고 진행하는 생태복원사업마저도 생태적 복원의 원리를 거의 따르지 않아 외래종이나 외지종을 도입하고, 비용만 많이 투자하는 과도한 사업을 벌여 오히려 자연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가 이전에도 지적했듯이 이러한 사업에 학문적 잣대를 적용해 평가해보면, 100점 만점에 60점 이하가 대부분이다. 교육의 기준을 적용해 보면 학력 미달이고, 절대평가 기준에 대입해보면 낙제점수다. 

 

▲환경부 자연마당 사업의 잘못된 복원

 

이러한 수준의 사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관리하고 감독하며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환경부는 개선을 위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환경복원사업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그런 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환경부는 업계의 의견만 청취하고 전문가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때 국제사회에서 “국토 녹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룬 나라”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별명도 버거운데, 전문용어를 혼탁시키는 주관적 복원을 시행하는 나라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꼬리표 하나를 더 붙이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UN이 주관하는 ‘상처받은 지구 치료’ 사업에 동참하고, 선진사회가 공감하는 자연치료방법을 따르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 하는 일이고, 아직 의심받고 있는 ‘탄소중립’ 선언의 진심도 입증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국제사회에서 환경문제는 환경문제 자체로만 머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우리가 깊이 새겨야할 대목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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