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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지수
(사)한국응용통계연구원 연구위원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사회복지학 박사
인간은 누구나 돌봄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며, 결국 돌봄을 받으며 생을 마친다. 돌봄은 생애 초반의 의존적 시기부터 성인기의 상호 돌봄, 그리고 노년기의 다시금 필요해지는 돌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존재한다. 인간의 삶은 돌봄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으며, 돌봄은 개인적·사회적 삶의 가장 기본적 토대를 이룬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특히 주목받는 영역은 노인 돌봄이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돌봄 대상자는 많아지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급등하고 있다. 동시에 돌봄 인력 부족, 신체·인지 변화에 대한 체계적 모니터링의 부재, 정서적 지원의 한계, 예방·관리 서비스 접근성 저하 등 복합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로봇돌봄’이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센서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노인의 안전과 정서, 건강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대화형 돌봄로봇 ‘효돌’이 있다. 2019년 개발된 1세대 효돌은 약 6천 개의 대화 시나리오를 내장해 약 복용 알림, 인지기능 퀴즈, 노래·경전 낭독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다. 현재 활용되는 2세대 효돌은 챗지피티가 탑재되어 사용자와의 쌍방향 대화가 가능하며, 대화·활동 내용이 실시간으로 보호자에게 전송되어 전용 앱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이처럼 효돌은 단순한 대화 보조를 넘어 정서적 교류와 안전 관리 기능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돌봄 현장에서는 효돌을 비롯한 다양한 이름의 반려·대화 로봇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그 활용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도 노인돌봄 로봇의 활용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의 LOVOT이나 NICOBO는 단순히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달래는 차원을 넘어, 세대 간 정서적 교류를 촉진하는 소셜 로봇으로 발전했다. 미국에서는 리트리버, 고양이, 새 등 동물 모양의 반려 로봇이 인기를 끌었고, 특히 팬데믹 시기 사회적 교류가 제한되던 상황에서 노인의 우울증과 고립감을 완화하는 데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서적 돌봄을 넘어, 안전 확보와 돌봄 노동 경감을 목적으로 한 로봇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의 낙상이나 이상 행동을 감지하는 센서 기반 로봇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으며, 휠체어나 침대에서 노인을 들어 올리고 자세를 바꿔주는 보조 로봇도 점차 보급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배변 감지 및 처리 로봇, 식사 보조 로봇이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빠르게 발전 중이다. 이들 로봇은 돌봄 인력이 기피하는 반복적·육체적 부담이 큰 업무를 대신 수행하며, 돌봄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착용형 외골격 로봇 역시 노인이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유용한 보조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와 로봇 기술이 노인돌봄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모든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로봇돌봄은 필연적으로 방대한 양의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나이, 성별, 병력, 건강상태, 복용 약물, 생활습관, 주거 환경뿐 아니라 성격, 감정 소통 방식, 대인관계 패턴까지 세밀한 정보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의 정보까지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가 누구에 의해, 어떤 범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활용되는가에 있다. 법적 보호 장치가 존재하더라도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례는 돌봄로봇의 확산이 곧 인권 취약성 확대와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과제는 노인의 자율성 보장이다. 돌봄 로봇은 안전과 효율을 우선으로 설계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평소보다 늦게 기상해 혈압 측정 시간이 어긋나면 로봇은 어떻게 반응할까?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노인의 곡기 거부를 로봇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는 돌봄의 본질이 단순한 안전 관리나 효율성을 넘어선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더불어 로봇돌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사고의 책임 주체, 사회경제적 격차로 인한 접근성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정서적 유대와 공감이다. 돌봄은 단순히 신체를 돌보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과 관계성, 상호 신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돌봄노동이 전적으로 로봇에 의해 대체된다면, 노인은 여전히 존중받는 돌봄의 ‘대상자’일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히 관리되는 ‘객체’로 전락할 위험은 없을까?
결국 로봇돌봄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인간은 생애 전반에 걸쳐 돌봄을 주고받으며, 특히 노년기에는 다시금 전적인 의존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돌봄로봇에 대한 논의는 곧 ‘내가 어떤 돌봄을 받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기술 발전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우리는 돌봄의 본질과 인간다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질문을 던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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