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 서울이지만 선진화된 환경정책이 없어 안타깝다. 우선 제대로 된 하천이 없다. 많은 하천이 아스팔트 밑으로 숨은 복개하천이다. 개방이 된 하천도 제 몸의 대부분을 우리 인간에게 빼앗겨 폭이 좁고 복단면으로 변형되어 웅덩이 형의 제대로 된 자연단면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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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도림천 상류 구간. 하천이라는 이름보다는 수로가 어울리는 모습이다. |
따라서 정착한 식물들은 대부분 외래종이거나 하천에서 멀리 떨어진 육상에 사는 식물들이다. 그런 식물들이 자랄 공간마저도 아스팔트 포장, 체육시설, 레크리에이션 공간 등으로 덮어 빼앗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꽃밭으로 전환하며 비료까지 쏟아 붓고 있다 (사진 2). 그러면서도 우리는 맑은 물을 원하고 있다. 하천의 맑은 물은 하천으로 물을 모으는 집수역의 토지이용 상태와 수변에 정착한 식물의 정화능력에 의해 결정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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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도림천 하류 구간.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이름 붙였지만 도입한 식물의 종류, 배치 등이 생태적 원리를 따르지 않고 있다. |
어쩌다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갖춘 하천도 그 하천과 주변의 육상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곳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양서류 같은 생물에게 번식의 공간과 생활의 공간이 단절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것을 연결시켜 주겠다고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조성한 생태통로는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야생동물이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꺼비 이동통로가 두꺼비 몸이 빠져 나갈 만큼의 폭과 높이를 확보해주지 못하였고, 그것을 어렵게 빠져 나가도 제방의 기울기가 사람이 올라가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급하게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공원도 있다. 생태공원은 사람의 이용 중심으로 조성되는 공원과 구분하여 야생의 생물들을 배려하여 조성되는 공원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공원에서도 야생의 생물을 배려하여 도입된 공간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온통 우리 인간을 위한 시설 뿐이다. 그렇다보니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여야 할 공원을 대상으로 평가한 탄소수지가 탄소발생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탄소 중립 선언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가짜 복원이 성행하고 있다. 매우 안타깝지만 여기저기서 가짜 복원사업이 진행되어 어느 가수의 노랫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안정된 숲에는 나무가 ha (100 m × 100 m) 당 1,000 그루 정도 들어선다. 이러한 자료에 근거하여 평가할 때, 수년 전 우리가 떠들썩하게 벌였던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서울시 전체 면적의 1/6 정도에 해당하는 10,000 ha 정도가 숲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아무리 찾아보아도 우리가 벌였던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그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 많은 나무들에 달려있던 소망이 나무와 함께 사라지지 않았을까 염려된다.
우리는 또 하나 상징적인 숲 조성을 한 적이 있다. 더구나 그 사업은 산사태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잃고 나서 벌인 사업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우면산 산사태 복원 현장이다. 그러나 그 사업의 현장을 방문해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고 당시 현장을 방문해보니 그 산에 본래 살고 있던 나무들은 그 땅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 산사태 피해를 줄이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인위적으로 도입한 식물들은 그런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산사태에 밀리며 쓸려 내려갔다.
전자는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등의 참나무와 물갬나무, 버드나무 등이었고, 후자는 은사시나무, 아까시나무, 잣나무 등이었다. 제 땅에 자라는 나무들은 뿌리를 깊게 내려 산사태를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이러한 자연의 체계를 무시하고 우리가 도입한 식물들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해 쓸려 내려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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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3. 우면산 산사태 지역 복구 현장. 외래종 족제비싸리 (위)와 목초용으로 도입한 오리새(아래)를 산사태 복구 현장에 도입해 놓고 있다. |
폐철도 구간 복원현장을 보았다. 도입하는 식물은 벚나무가 중심이 된 일본 베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사진 4). 바로 가까이에서 탄소흡수는 물론 미세먼지 흡수기능도 크게 발휘할 수 있는 자생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는데도 그들을 배제한 채 외래종까지 도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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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4. 폐철도 구간 숲길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숲이기 보다는 벚나무 중심의 꽃밭을 조성하였다. |
모두가 서울의 자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다. 근래 환경부에서는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에 Biotop 지도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이미 2000년에 Biotop지도를 작성한 바 있고, 그 후 개정작업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환경부에 이 사업을 하는 목적을 알아보니 환경친화적인 도시계획을 이루어내기 위한 기초조사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이 무색하게도 이미 20년 전에 Biotop지도를 작성한 서울시이지만 (그림 1)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으로 판단해 볼 때 아직 그 환경의 바탕조차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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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우리나라 최초로 작성된 서울의 Biotop 지도. |
필자는 수년 전부터 여러 해에 걸쳐 식목일이면 ‘생각하며 나무를 심자’는 기고를 한 경험이 있다. 식물은 자기가 원하는 장소가 있다. 원하는 장소에 심어지면 잘 자란다. 잘 자란다는 의미는 광합성을 잘 한다는 의미다.
광합성은 태양에너지를 고정하여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화학원소를 끌어들여 우리 인간을 비롯해 다른 생물이 필요로 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식물은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끌어들일 때 다른 물질도 빨아들이며 정화기능을 발휘한다. 따라서 광합성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은 정화기능도 활발하게 하는 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러한 정화기능이 더욱 필요하기에 식물을 그들이 원하는 장소에 서로 어색하지 않은 식구들과 함께 도입했어야 했다.
이러한 위치와 조합에 대한 답은 자연에서 구한다. Biotop 지도를 작성하고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정보를 구축해 활용했어야 한다. 그렇게 하였다면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질 낮은 자연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질 낮은 자연복원사업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라도 우리의 생존환경, 즉 자연환경이 바르게 자리 잡아 우리에게 보다 나은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울의 환경 바탕을 다음과 같이 적어 본다. 하천 변에서는 버드나무가 잘 자란다. 그러나 버드나무는 제방에 가까운 곳에 어울리고 그곳으로부터 수로에 가까워지면 개키버들, 갯버들, 갈대, 줄, 갈풀, 큰개여뀌 등이 더 어울린다.
하천을 벗어나 평지로 오면 오리나무 숲이 어울린다. 대모산의 헌인릉 주변이나 불암산 삼육대학교 캠퍼스에 가면 오리나무숲의 식구들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을 함께 도입하여야 제대로 된 숲을 이루어내고 더 큰 생태계서비스기능을 얻어낼 수 있다. 평지를 지나 산자락에 가면 갈참나무 숲이 어울린다. 이 숲의 식구들은 비원이나 청계산 자락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산지 계곡의 입구에는 느티나무 숲이 어울린다. 느티나무 숲의 식구들은 수락산 계곡에 가면 찾을 수 있다. 덕성여대 수련관 근처의 숲 상태가 양호하다. 폭이 좁아진 계곡에는 서어나무 숲이 어울린다. 서어나무 숲의 식구들은 삼육대학교 캠퍼스의 육림호 근처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산지 사면에는 신갈나무 숲이 어울린다. 이 숲은 서울에 성립한 숲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여 산 중턱쯤 가면 어디서나 찾을 수 있지만 청계산의 것이 가장 온전하다. 따라서 이 숲의 식구들은 청계산에서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산중턱이 남사면이나 서사면이고 바위가 많거나 경사가 급해 건조한 경우라면 굴참나무 숲이 어울린다.
굴참나무 숲의 식구들은 청계산의 남사면이나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산을 더 올라가 능선이나 산정에 도달하면 소나무 숲이 어울린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나무는 앞서 언급한 활엽수들에게 경쟁력에서 뒤져 이곳까지 밀려 온 것이다.
그러나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소나무 숲이다. 그들이 양질의 에너지를 공급하며 부양하고 있는 송이버섯의 도움 덕분이다. 양질의 에너지원을 공급받는 송이버섯균이 물과 영양염류 흡수를 돕고 나아가 멀리 펼친 균사를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까지 제공하며 소나무의 경쟁력을 키워준 덕분이다. 이런 곳에서 소나무 숲의 식구들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숲들에 하나의 숲을 추가하고 싶다. 상수리나무 숲이다. 이 숲은 보통 인가 주변에 잘 정착한다. 즉 인간 간섭과 자연의 회복능력이 조화를 이룬 부분에 성립하는 숲이다. 우리의 주거지와 산림이 만나는 부분에 어울리는 숲이다. 이 숲의 식구들은 서울 주변 모든 산의 주거지 주변에서 찾을 수 있지만 불암산 자락의 생태체험관 주변이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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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5. 불암산 자락에 성립한 상수리나무 숲. |
향후 서울에서 진행되는 자연의 복원과 관리 사업에서 이러한 자연의 체계가 반영되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다운 선진화된 환경관리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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