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관리의 흐름과 앞으로의 추진 방향

고재영 한국환경자원공사 사장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6-12-27 15: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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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에 대한 ‘환경성과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의 환경성과평가는 회원국들의 환경상태, 정책성과 등을 평가해 우수경험은 공유하고 미흡한 점은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1991년부터 매년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이다. 이번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곧 각 언론에서 우리나라가 개선해야할 과제에 대한 분석을 앞 다투어 내놓았다. 하지만 호평을 받은 분야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폐기물관리부문이다. OECD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종량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와 같은 정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였을 뿐 아니라 생활 폐기물 발생량을 억제시켜 재활용률이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1980년 환경청이 발족하던 시기를 더듬어 기억해보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 당시 ‘환경’은 지금처럼 우리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반상회를 통한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류의 계도가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주로 매립 및 소각에 의존하는 폐기물 처리 방법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두 가지 방법은 매립지 확보의 한계, 사후 오염물질 발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환경정책의 방향이 종래의 사후오염저감 중심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인간과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목표로 하게 됨에 따라 폐기물 역시 처리해야하는 ‘쓰레기’로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순환이 가능한 ‘자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실제로 폐기물을 활용하여 얻은 경제적 이득은 놀랄만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해마다 1억7000만 톤의 도시 쓰레기를 소각하는데, 여기에서 석유 220만 배럴과 비슷한 양의 에너지를 얻어내어 약 270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부터 3년간 종이팩 5만5000톤을 재활용하면서 경제적 가치 약 110억원(1억6500개 화장지 생산), 수입펄프 대체 효과 약 192억원, 20년생 나무 약 110만 그루 보호 등의 사회·경제적 편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점을 충분히 인식하여 마련한 우리나라의 폐기물 관리 정책은 선진국 못지않게 전문화·다양화되어 있다. 제품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가 책임지도록 한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 국민들이 재질에 따라 분류해서 배출하기 용이하도록 한 분리배출표시제도, 사업장의 자발적인 폐기물 발생 억제와 재활용을 유도하는 사업장폐기물감량화제도 등은 나라에서 주도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과 기업 모두의 책임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제도들이다. 또한 폐기물의 배출에서 최종처리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파악하여 투명하고 적정한 처리를 유도하는 전자정보시스템인 폐기물적법처리시스템, 폐기물 배출자와 재생 이용자에게 폐기물 교환·이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폐기물교환이용정보시스템은 폐기물 순환 과정의 처리 영역을 온라인상으로까지 확대한 사례이다. 인터넷의 도입은 정확하고 빠른 업무 처리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한편, 폐기물 재활용 기술의 발달을 위해서도 여러 경제 주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2010년 환경기술(ET)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2001년부터 원천기술 중심의 ‘차세대 핵심환경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2004년부터 ‘Eco-Star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큰 틀 안에서 한국환경자원공사는 사업기반이 취약하고 자체 기술력 제고능력이 부족한 국내 영세 재활용업체들을 대상으로 학계, 연구계, 산업계 등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개발 경험 및 인력을 활용하여 기술 지도를 실시함으로써 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폐타이어 등의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기술 특허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환경기술을 확보해온 우리 기업들은 이제 해외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 컨설팅업을 전문 업종으로 법제화하여 기업의 환경관리와 환경경영 전반에 대한 행정, 기술 지원 및 자문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업들은 해외 진출의 기반을 충실히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4월 베트남 하노이시에서 개최된 ‘베트남국제환경전시회’에서 한국환경자원공사가 지원해온 국내 농촌폐비닐 재활용업체가 49억원(5백만 USD)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베트남 환경시장 진출 전망을 밝게 했다. 공사는 지난 1월부터 중국 현지사무소에 직원을 상주시켜 국내 환경기술보유 기업들의 중국 진출 및 교류 지원에 힘쓰고 있을 뿐 아니라 3월에는 베트남에도 사무소를 개소하여 동남아 환경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성공적인 진출에 마음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선진국들은 청정생산 및 자국의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환경규제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WEEE), 유해물질 사용 제한지침(RoHS), 친환경제품설계의무화(EuP) 같은 강력한 환경 규제가 현재 시행중이거나 시행 예정이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로서는 불편한 제약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으로 여기고 최대한 동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자원순환 정책 및 폐기물처리시설을 직접 접하고 배워가려는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환경자원공사에서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등에서 방문한 환경 공무원들이 진지하게 연수를 받고 있다. 이는 뿌듯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깨가 무거워지는 책임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우리를 모범 모델로 바라보는 국가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우리 기업의 이들 나라 진출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체되지 않는 발전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관리 분야에 있어서 OECD가 높이 평가하고, 개발도상국에서 배우려는 중이긴 하지만 아직도 개척해야할 부분은 많다. PCBs처럼 폐기물 중에서도 좀 더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유해화학물질의 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기술적인 부문에서부터, 어린시절부터 재활용 및 자원순환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교육 체계 확립 등 남은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주변 국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민이 자긍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더 놀라운 성과를 낳으리라고 확신한다. 자원이 순환하는 사회 형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선진국가 구현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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