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K-water, 지자체에서는 마실 수 있는 음용수돗물을 병에 담아 제공하는 병입수를 생산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비매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병입수는 사람들에게 수돗물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편리하게 수돗물을 마심으로써 음용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자 생산됐으며, 일반적으로 PET병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병입수를 공공기관에서 홍보용으로 뿌리는 데만 급급해할 뿐 처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병입수 ‘홍보용’이니까 재활용의무 없다?
서울시, K-water 등이 수돗물 홍보를 위해 배포하고 있는 수돗물 페트병은 지자체 행사, 자체 사용, 군부대 비상식수, 산하단체에 배포되어 단순 홍보이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리수의 경우 하루 생산량이 약 325만t이며, K-water는 성남, 청주 공장에서 하루 4만 5,000병, 밀양공장에서 하루 3만 병을 생산하고 있다.
일반 기업의 경우 홍보 및 판촉제품이라 할지라도 페트병에 대한 재활용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나 서울시, K-water를 비롯한 지자체 등은 병입수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는 이유로 폐기물을 발생시키면서도 재활용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 의무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분담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제도가 개선되고, 대상자에 포함된다면 당연히 분담금을 납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8년부터 출시된 해양심층수 제품의 페트병 포장재가 2009년 4월 1일 ‘자촉법 시행령 제18조 제1호 가’에 추가됨에 따라 2009년도부터 출시되는 해양심층수 제품에 대해 재활용의무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이 현행 자촉법에 나열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이 추가될 때마다 자촉법을 개정하면 출고 즉시 재활용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영리목적이 아니더라도 폐기물을 대량으로 발생시킬 경우에는 포장재에 대한 재활용의무를 부과하여 재활용을 촉진시키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영세재활용업자, 처리하고도 분담금 못 받아
한국 페트병자원순환협회는 생수, 음료수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의무생산자의 페트병 출고량에 따라 환경부로부터 재활용의무율을 할당 받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페트병 제품 생산자에게 재활용분담금을 납부 받아 폐 페트병 재활용사업자에게 재활용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 K-water, 지자체의 병입수 페트병은 페트병 재활용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협회 회원인 재활용 업체에서 처리하게 됨에 따라 영세한 재활용사업자의 도산을 야기시킨다.
게다가 이로 인해 불법 페트병이 양산되어 타 의무생산자의 재활용의무율이 높아지고, 타 제품의 소비자들에게비용이 전가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 K-water 및 해당 지자체에서 생산되는 수돗물 페트병 출고량에 따른 폐 페트병 재활용분담금을 부담할 필요가 있으며, 협회에 분담금을 납부하여 지자체로부터 발생하는 폐 페트병이 적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기관이 재활용의무를 지킬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형형색색 페트병 재활용에는 ‘毒’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홍보용이라는 이유로 재활용분담금을 내지 않더라도 이후에 발생하는 폐 페트병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페트병을 살펴보면, 형형색색에 재질까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재활용과정에서 분리가 어려운 라벨 및 마개 등이 부착됨에 따라 재활용공정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재생원료의 품질저하가 발생된다.
현재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공정은 무색단일재질, 유색단일재질, 복합재질 이상 3가지 재질·색상에 따라 육안 및 자동선별기에 의해 페트병을 선별하고 있으나 다양한 색상의 페트병과 색상·재질 선별이 어려운 페트병이 지속적으로 출시돼 선별비용 증가와 더불어 재생원료의 부가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
또 페트병에 부착된 라벨은 분쇄 후 페트병 재생원료 조각과 비중 차이 또는 바람에 의해 분리되고 있으나 분리가 어려운 종이라벨, 접착라벨. 스티커라벨 등이 부착됨에 따라 페트병 재생원료의 품질저하가 발생되며, 이를 제거하기 위한 공정의 추가로 재활용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금속마개는 비중 차이에 의한 분리가 불가능하므로 분쇄기 투입 전에 작업자가 회전하는 분리기에 병목 부분을 삽입하여 제거하는 등의 수작업을 거치거나 금속선별기 등으로 인해 공정의 효율성이 낮아지며, 생산성이 저하된다.
페트병 뚜껑·라벨·병 분리해서 배출해야
이에 페트병협회는 페트병의 색상을 무색 투명하게 바꾸고, 수분리성 또는 비접착식 플라스틱 라벨과 플라스틱 마개로 재질과 구조를 개선토록 추진하고 있다. 이는 파란색, 빨간색, 갈색 등의 페트병 몸체를 재활용이 용이한 무색 투명으로 바꾸며 종이라벨, 직접인쇄, 스티커라벨, 접착라벨 등은 비중 1 미만의 수분리성 라벨로 사용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또 비중 1 이상의 수축라벨은 절취선 적용 등을 통해 분리를 쉽게 하고, 장기적으로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가 용이한 비중 1 미만의 비접착 플라스틱 라벨로 개선하며 금속 마개는 비중 1 미만의 플라스틱 마개로 재질을 개선하고 마개와 분리되는 실리콘·고무·금속재질 등은 사용을 중단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페트병협회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색이 들어가 있는 페트병은 찾아볼 수가 없다. 라벨부터 뚜껑까지 재활용하기 쉽도록 생산되며,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사용한 페트병의 뚜껑, 라벨, 병을 분리수거하여 버리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다”면서 “국내에도 이러한 일들이 시급히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보를 위해 생산하는 병입수를 재활용이 잘될 수 있도록 생산한다면, 위 내용의 홍보효과도 함께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페트병협회, 포장재 재질개선 가이드라인 실행
환경부와 페트병협회는 올해부터 페트병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페트병의 설계와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평가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페트병을 사용토록 유도하기 위해 ‘포장재 재질·구조 사전평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환경부는작년 11월에 포장재 재질·구조 사전평가제도 운영지침과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고, 페트병협회를 시범사업 전담기관으로 지정했다.
페트병협회는 환경부의 운영지침에 따라 평가절차, 인센티브 제공 등에 대한 세부적인 업무처리지침을 마련해 올해부터 ‘포장재 재질·구조 사전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페트병협회는 앞으로 포장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제품설계단계부터 재활용성을 평가하여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토록 유도할 예정이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 해외의 경우 포장재 설계·제작(안)을 마련하고 업체들이 제품설계단계에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EPR 대상 포장재인 금속캔, 유리병, 종이팩, 페트병, 합성수지 재질 포장재 중 신규 출시 제품을 생산하는 의무생산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페트병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내년부터 전 포장재 품목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페트병의 경우 재질·구조개선 자발적 협약을 체결(2009.4)하는 등 사전평가제도 도입여건이 성숙한 편이다.
이를 위해 재질·구조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재활용성을 기준으로 사용가능·사용자제, 사용불가로 구분한다. 또한 이를 평가해 해당제품 분담금 및 재활용의무율을 인하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재활용의무 인하율은 시범사업 추진결과 등을 고려하여 향후 결정할 예정이다.
그저 홍보에만 급급해 대량으로 페트병을 생산해내기 바쁘고, 정작 제도의 구멍을 찾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공공기관의 행태. 이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정부의 무능력한 태도와 본보기를 보여도 모자랄 마당에 앞장서서 재활용을 멀리 하는 공공기관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업에게 재활용의 의무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EPR제도 위에 군림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수식어를 벗을 차례다. 공공기관에서 솔선수범하여 의무를 이행하고자 제도 개선에 앞장선다면 EPR제도 하에 있는 기업과 협회는 물론,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며 좀 더 영향력있고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외면하는 것으로 넘기기보다 적극적으로제도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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