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생활 속 프탈레이트 독성, 위험수위는?

사용실태 파악도, 안전규제도 미흡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07-29 09: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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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환경호르몬에 노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꼽히는 프탈레이트에 대한 안전규제가 미흡하고, 그 사용실태는 파악조차 되지 않아 안전성 논란은 여전하다.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로 인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프탈레이트의 위험성에 대해 살펴본다.

환경유해물질에 취약한 어린이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의 유연성과 탄성을 증가시키는 가소제 성분으로 가전제품, 바닥재, 벽지, 인조가죽, 장난감, 향수, 화장품, 세제 등 일상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준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제품의 96.1%에서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고, 30.7%가 DBP(디부틸프탈레이트), 15.4%에서 BBP(부틸벤질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다. DEHP의 경우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가능물질(2B등급)로 분류하고 있다.


 프탈레이트 7종의 물질의 유해성 정보

프탈레이트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비유전독성, 비발암성물질이나 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 또는 내분비계 작용물질로 구분된다. 실험동물에서는 태자 골격 기형유발, 태자 사망율 증가 등의 발달독성, 신장독성을 유발하는 것이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어린이들에게 그 영향이 민감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는 액체괴물 등 완구부터 학용품, 아동복, 어린이용 가구, 자전거, 킥보드 등에 사용되는 예가 많다. 때문에 어린이 제품과 일부 생활용품 등에 대해 사용을 규제하고 있으나 일부 제품에만 국한되어 있다. 어린이는 단위체중 당 음식 섭취량과 호흡률이 성인보다 높으며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등의 행동특성을 갖고 있어 프탈레이트와 같은 환경유해물질의 몸속 노출 수준이 더 높은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환경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DEHP의 소변 중 농도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영유아 60.7㎍/L, 초등학생 48.7㎍/L, 중고생 23.4㎍/L, 성인 23.7㎍/L로 파악됐다.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김선미 연구교수의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독성과 인체건강영향' 주제발표 중 '이화학적 특성과 사용용도의 다양성' (자료=한정애 국회의원실 제공)
식품용기에 의한 노출 심각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조사한 결과에서도 어린이 제품과 규제가 없는 생활용품은 프탈레이트 검출률이 3개 중 1개꼴로 높았다. 현재 일상생활에서 노출되고 있는 순서를 보면 식품용기로부터 전이된 식품섭취에 의한 노출이 가장 심했다. 이어 화장품, 향수 등을 통한 피부 노출, 실내공기 흡입, 음용수 섭취의 순서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전기장판은 10개 중 8개 이상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그중 8개 제품은 모두 PVC 재질 용기에서 DEHP가 허용기준을 넘어 최고 400배 가까이 검출되었으며, 이 중 3개는 ‘카드뮴’도 기준치 대비 최고 12배나 검출되었다. 전기장판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인증대상 전기용품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한 안전기준은 없다. 더욱이 인체와의 접촉시간이 길고 접착 면이 넓으며 카펫 및 쿠션 바닥재 용도로 사계절 사용이 가능한 제품들이 출시됨에 따라 어린이도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어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계명찬 교수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독성: 자녀 세대에 나타나는 생식능력 감소' 주제발표 중 '환경호르몬 노출 특성: 다중경로, 다종 저용량 반복 노출' (자료=한정애 국회의원실 제공)

또 찜질팩 관련 위해사례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규제관리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6개월(2013.1~2016.6) 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찜질팩 관련 위해사례는 총 185건으로 급증했다. 뜨거운 물을 주입하거나 용기째 가열하여 고온 상태로 피부와 접촉해야 하는 만큼 품질관리가 요구되지만 현재 관련 안전기준은 없는 상태다. 다만, 자가 발열이 가능한 온열팩(주머니난로, 핫팩 등)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른 ‘자율안전확인 대상 공산품’으로 지정되어 물리적 안전요건과 유해물질 함량요건을 충족해야 하나 시중에서 판매 중인 18개 찜질팩 중 총 9개 제품(50.0%)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소비자 피해 분쟁해결의 한계
지난 7월 1일 개최된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한 프탈레이트 사용 제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안전관리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인간이 편리하기 위해 만들고 사용하던 플라스틱의 역습이 시작됐다”며 “인간의 편리와 안락을 위해 추구했던 화학물질이 미세먼지·불법 폐기물·미세플라스틱 등의 화로 돌아와 인간의 생존 및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는 각종 환경오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대체할 물질에 대한 안정성은 확보되었는지 등에 대한 여러 고민이 있다”고 짚었다.


조은희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과장은 “동물실험을 통한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유해성 연구 결과를 인체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더 많은 과학적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탈레이트 종류만 해도 DEHP, DBP, BBP, DEHA 등 약 39종에 이르며, 대부분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가소제와 로션이나 크림이 피부 속으로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윤활유, 오랫동안 향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보존제 용도로 사용된다. (출처: 환경운동연합)

해외 선진국에서는 생식독성물질, 발암물질로 분류해 일반적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EU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통해 완제품(플라스틱)에 함유된 프탈레이트 가소제 4종에 대해 규제할 예정이다(2020년 7월 7일 시행예정).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합성수지제품 안전기준 제정을 추진하여 프탈레이트 가소제 3종(DEHP, DBP, BBP)의 총 함유량을 0.1% 이하로 관리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약처 등으로 부처별 관리감독이 달라 일반 국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구조다.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회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그간 소비자시민모임은 아기 젖병을 비롯해 어린이용 학용품, 장난감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있는 생활용품의 환경호르몬 물질에 대한 제품 테스트를 통해 안전기준 마련 등을 요구해왔다”며 “소비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이 영위되도록 제품의 안전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인 점검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탈레이트 함유 제품에 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분쟁해결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체재 안전성 논란
프탈레이트가 산업용으로 사용된 건 지난 1930년대부터다. 그간 물질의 제한과 관리가 안 된 이유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과 피해 사례가 보고된 바가 없기도 했고, 그사이 유용함과 효능이 입증된 일부 화학물질은 산업 현장에서 ‘없으면 안 되는 물질’로 자리 잡은 탓도 있다.


기존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이 최근 부각되면서 독성이 덜하면서도 비슷한 기능을 한 대체재가 쓰이고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대체재의 경우 독성이 덜한 대신 가격이 조금 비싸고 특정 제품에 쓰일 때 기능성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지우개의 경우 대체재를 쓰면 기존 프탈레이트보다 좀 더 뻑뻑하고, 그래서 잘 안 지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대체재의 성능을 높일 수는 없을까? 미국과 캐나다는 국내에서 관리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뿐만 아니라 4종(DIBP, DPENP, DHEXP, DCHP)을 추가해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재질별, 성상별로 관리 기준을 차등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일반 완제품의 경우 가소제 포함 4종의 프탈레이트가 0.1% 이상인 경우 시장 출시를 금지하고 있다.

 

완구나 육아용품은 더 강하게 제재하고 있다. 완구 및 육아용품에서 사용하는 가소제를 포함해 프탈레이트 6종에 대해 0.1%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들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함유한 어린이 제품과 장난감 생산 및 수입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체물질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범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위해물질 알림서비스 필요
현재로선 프탈레이트 기준치 초과 제품에 대한 조치사례는 리콜->알림->회수·무상수리 수준이다. 제품사용으로 인한 신체상 피해배상사례가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 알권리 보장과 현행 규제 방향에 대한 제고의 여지가 분명해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우선은 프탈레이트 사용 제품에 대해 생식독성물질, 생식독성 추정물질, 발암물질 등의 표기 또는 위해물품 적발 시 재난안전문자 수준에 준한 대국민 알림서비스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프탈레이트 영향을 평가하고, 규제 범위나 대상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인체 위해도를 고려하여 사람이 직접 섭취하는 음식물류 제품에 대해 우선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환경 또는 생물 중 프탈레이트 농도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생물농축, 먹이사슬을 통한 잠재적 인체의 위해 가능성을 파악하고 최종적으로 프탈레이트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한국인 1인 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미국 97.7kg, 영국의 56.3kg보다 많았다. 일상 속에서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최소화하려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제품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사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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