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양의 비에도 강물은 다르게 불어난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16 22: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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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같은 유역에 비슷한 양의 비가 내려도 하천으로 흘러드는 물의 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양과 지하수에 이미 저장된 물의 양, 비가 내리기 전의 건조·습윤 상태, 강우가 발생하는 빈도 등에 따라 유역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연구진 등이 97개국 8만여 개 유역과 200만건 이상의 강우-유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연구 대상 육지 면적의 대부분에서 같은 양의 비가 서로 다른 유출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강우량과 하천 유출량의 관계가 사건마다 얼마나 일관되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유역을 단순형, 중간형, 복합형으로 분류했다. 단순형 유역에서는 일정량의 비가 내리면 대체로 비슷한 양의 물이 하천으로 흘러든다. 중간형 유역은 두세 가지와 같이 복수의 비교적 안정된 반응 방식을 보이며, 조건에 따라 그 사이를 오간다.

반면 복합형 유역에서는 비슷한 양의 비가 내려도 유출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비가 오기 전 토양이 얼마나 말라 있었는지, 지하 저장 공간이 얼마나 차 있었는지, 유역의 어느 부분이 하천과 연결됐는지에 따라 물의 이동 경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식생 휴면기 기준으로 관측망이 없는 평가 대상 육지 면적의 약 87%, 약 1억2,100만㎢가 복합형 유역으로 분류됐다. 단순형 유역이 차지한 면적은 1.5%에 그쳤다. 식물이 활발하게 자라는 생장기에는 복합형으로 분류된 유역 수가 휴면기보다 63%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복합형 유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부분을 비롯해 프랑스·스페인·독일 동부·덴마크, 미국 중부와 남아메리카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했다. 단순형 유역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해안산맥과 미국 태평양 북서부에 주로 분포했고, 영국 북부와 서부, 아일랜드와 스페인 북부 일부, 태즈메이니아와 뉴질랜드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동부에서는 중간형 유역이 비교적 흔하게 나타났다.

다만 ‘복합형’이라는 표현이 곧 홍수 위험이 크거나 강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복잡성은 강우량과 유출량의 관계를 하나의 고정된 방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단순형과 복합형은 유역의 건강성이나 안전성을 평가한 등급도 아니다.

단순형과 복합형 유역을 구분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가 얼마나 자주, 지속적으로 내리는지였다. 연구진은 이를 강우의 리듬으로 설명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에서는 토양과 지하 저장 공간, 지표와 하천을 연결하는 물길이 폭풍 사이에도 비교적 비슷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비슷한 양의 비가 내리면 비슷한 유출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강우가 잦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해안 지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대로 비가 불규칙하게 내리고 건조한 시기와 습한 시기가 반복되는 지역에서는 같은 유역도 매번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오랜 건조기 뒤에 내린 비는 상당 부분이 메마른 토양과 지하 공간으로 스며들어 하천 유출량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토양과 지하 저장 공간이 이미 물로 채워진 상태에서 비슷한 규모의 비가 내리면 훨씬 많은 물이 빠르게 하천으로 흘러들 수 있다. 유역이 이전 날씨의 영향을 ‘기억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다.

지역의 전반적인 물 가용성도 중요한 변수였다. 연구진은 강수량과 잠재증발산량의 관계를 나타내는 건조지수 등을 이용해 이를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습한 지역에서는 단순하고 일관된 유출 반응이 많이 나타났지만, 증발과 식물의 물 사용을 제외하고 남는 물이 적은 건조 지역에서는 복합적인 반응이 더 흔했다.

도시와 농경지의 비중이 높은 유역, 강우의 지속성이 낮은 유역에서도 기능적 복잡성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이는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도시화나 농업이 모든 지역에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분포를 결정하는 데는 기후 조건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경사와 같은 유역의 물리적 특성도 지역별 차이에 영향을 미쳤다.

단순형 유역은 상대적으로 경사가 급한 지형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급경사에서는 물이 빠르게 이동하고 지표와 하천 사이의 연결이 직접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 폭풍마다 비교적 일관된 유출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 결과는 홍수와 하천 유량을 예측하는 컴퓨터 모델을 설계할 때 모든 유역에 동일한 구조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형 유역은 비교적 간단한 모형으로도 강우-유출 관계를 재현할 수 있지만, 복합형 유역은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지역과 지하 경로가 물 공급을 주도하는 과정을 반영해야 한다.

특히 하천 관측소가 부족한 지역에서 어떤 유역에 관측망을 우선 설치할지 결정하거나, 관측자료가 없는 유역에 적합한 수문모형을 선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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