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식단도 도시마다 탄소 효과 달라, 지역별 맞춤형 먹거리 정책 필요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12 22: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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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단으로의 전환이 모든 도시에서 동일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소득 도시에서는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영양 섭취가 부족한 저소득 도시에서는 식품 접근성을 확대하면서 생산과 유통 과정의 배출량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환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은 159개국 1만2,228개 도시권의 식품 소비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한 ‘MATILDA-City’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연구 결과는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연령과 성별에 따른 식품 섭취 자료와 도시 인구·소득 수준, 국가별 식품 생산 및 공급망의 환경 영향을 결합해 도시별 식생활 탄소발자국을 산출했다. 여기서 말하는 배출량은 도시 안에서 직접 발생한 양만을 뜻하지 않는다. 도시 주민이 소비하는 식품의 생산과 가공, 운송 등 공급망 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해당 도시에 귀속한 추정치다.

분석 결과 식품 관련 배출은 일부 대도시에 집중됐다. 배출 규모가 큰 200개 도시권은 분석 대상 도시 인구의 39.8%를 차지했지만, 식품 소비 관련 온실가스 배출에서는 45.6%를 차지했다.

연구진이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EAT-랜싯 2.0 식단’으로 모든 도시가 전환하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 전체 도시의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 이용은 약 16%, 물 사용은 약 5%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세계 전체의 감소 효과만 보면 도시별 차이가 가려진다. 육류와 유제품 소비가 많은 고소득 도시에서는 식단 전환에 따른 감축 폭이 컸지만, 현재 영양 섭취 수준이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저소득 도시에서는 식품 소비 확대에 따라 환경발자국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었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식품 공급망의 효율성이 비교적 높아 생산 방식 개선보다 육류 소비 감소와 같은 식단 변화의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암스테르담이 EAT-랜싯 식단으로 전환하면 식품 관련 배출량을 약 45∼50% 줄일 수 있다는 추정이다.

반면 다카와 델리에서는 같은 식단을 적용할 경우 배출량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도시에서는 현재 동물성 식품과 영양가 높은 식품의 평균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식단이 이들 지역에 부적합하다는 뜻이라기보다, 영양 개선 과정에서 늘어나는 식품 수요를 저탄소 생산·유통 체계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연구진은 저소득 도시에서 콩류와 견과류, 채소 등 다양한 영양 식품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를 공급하는 농업과 가공·유통 과정의 배출량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도시 간 식품 관련 배출량 차이를 요인별로 분석한 결과, 식단 구성이 48%, 식품 생산과 가공·운송을 포함한 공급망의 배출 효율은 약 48%를 차지했으며, 연령 구조와 같은 인구학적 요인의 비중은 약 4%였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도시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파리와 베를린 같은 소비 중심 도시는 공급망이 비교적 효율적이지만 육류와 유제품 등 배출 집약적인 식품 소비가 많아 식습관 전환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자카르타와 다카 같은 생산 중심 도시는 식물성 식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생산과 가공·운송 과정의 배출량이 커 공급망 개선이 우선 과제로 분석됐다.

리마와 상파울루는 식단과 공급망 양쪽의 개선이 모두 필요한 혼합형 도시로 분류됐다. 카이로처럼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도시는 우선 지역 단위의 식품 소비와 공급망 자료를 확충해야 하는 유형에 포함됐다.

리마와 파리의 비교는 식단 구성만으로 도시의 식품 관련 배출량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리마는 파리보다 식물성 식품의 섭취 비중이 높지만, 전체 식생활 관련 배출량은 약 3배로 추산됐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두 도시에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것은 페루의 식품 생산과 공급망에서 단위 생산량당 배출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고소득 도시에는 육류와 유제품 소비 감축을, 저소득 도시에는 영양가 있는 식품에 대한 접근성 확대와 저탄소 공급망 구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속 가능한 도시 먹거리 체계를 위한 하나의 보편적 처방보다는 각 도시의 식생활과 생산·유통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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