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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균(대치동 신우성학원 물리논술 강사) |
주변을 살펴볼 시간도 없이 그저 열심히만 살다보면 어느 순간 너무 힘들고 지쳐서,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 어떤 곳으로 훌쩍 떠나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숨쉬기도 힘든 도심에 살다보면 왜 이리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건지 멀리는 갈 수 없기에 인천 앞바다라도 눈을 호강시켜 보려고 핸들을 꺾고는 했다.
그런데 이 인천광역시가 한 때는 ‘제물포’였다고 했던가. 제물포!!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제물포가 옛 지명이 아닌, 학교 물리 선생님의 애칭으로 더 익숙하다.
‘제.물.포’-“제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
이런 우스갯소리가 학교에 정착한 지 꽤 오래 되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물리가 이토록 번뇌를 일으키게 하는 이유가 뭘까? 물리학에서 중요한 결론은 모두 복잡한 수식으로 이루어진 공식으로 끝난다. 중간과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수식들의 최종식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는 무관심하고, 그저 시험문제의 답을 추출해내는 도구로서의 역할만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
베토벤이나 베르디은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감흥을 악보에 옮기고 모네나 밀레는 그것을 위해 캔버스에 색채를 입힌다. 과학자 처지에서는 그 깨달은 바를 세계 공용어인 수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수식은 그들의 언어이며 논리전개의 수단이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이론을 주장하기 위해 핵심을 함축한 한 편의 시(詩)와도 같다.
읽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 한 편을 결코 1분 안에 읽을 수 없는 것처럼 물리의 최종식도 그런 인고의 과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외국어라 생각하고 단어와 문장을 받아들이듯 많은 연습을 해야만 한다. 많은 물리 선생님들의 애칭이 ‘제물포’가 된 것은 송구스럽게도 수식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에게 이 생소한 외국어의 응용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물리학을 다시 공부해 보자. 물리학에 나오는 기호와 단위는 대부분 숫자와 알파벳 그리스 문자를 사용한다. 그 기호나 단위들은 복잡해 보여도 일정한 규칙 속에 존재하는 단순히 신기하게 생긴 부호일 뿐이다. 이런 부호에 겁먹지 말고 익숙해지자. 자주 보다보면 제법 정겨워지기도 한다.
최종 수식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처럼 따라가 보자. 수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전개해 보자. 연습이 반복될수록 점점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할 것이다.
과거에 빛의 성질과 특성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과학자들끼리 편을 나누어 싸웠던 때가 있었다. 파동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회절과 간섭현상으로, 입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광전효과와 콤프턴효과로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이 때, 드브로이는 질량을 갖는 입자도 파동성을 나타낸다고 인식시켰다. 또, 그 입자의 질량이 작고 속력이 느릴수록 파장이 길어져 파동의 현상인 회절과 간섭이 잘 일어남을 발견하여 결국 ‘빛은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인식시키며 이 싸움은 종식되었다.
이 오래전 이야기는 이제 라는 식으로 우리는 배우고 있다. 이 수식은 “파장이 물질의 질량×속력에 반비례한다.(는 상수)”고 번역되지만 공식 이전의 전개과정과 배경을 따라가면 왜 이 수식이 물질의 이중성을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물론 대부분의 수식이 그러하다.) 즉, 수식을 보는 순간 파동에 관한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토록 간절히 대학 합격을 바라고 그 결실을 거둔 이과대학, 공과대학 새내기들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작은 당부를 건네고 싶다. 여러분들은 현 교육체제에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Ⅰ,Ⅱ 중 두 과목을 선택했을 것이다. 물리를 선택하였다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않았다면 앞으로의 대학 강의가 고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모든 이공대 수업에서 수학과 물리학은 필수 과목이기에 이것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 너무 무책임한 말이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겼으면 한다.
시험을 끝낸 해방감과 합격 통지를 받고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는 그대들에게 전한다. 대학 입학 전에 다시 한번 물리책을 펼치자. 공식을 외우려 하지 말고 현상을 이해하자. 그래프의 형태를 외우지 말고 변수에 따른 결과를 이해하자. 그렇게 과학도. 공학도로의 첫걸음을 떼어보자. 대한민국은 여러분이 소중하고 너무나도 필요하다. 단기간에 과학과 기술 강국이 된 우리나라!! 그 타이틀을 잃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미래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오늘을 준비해 보자!!
김남균(대치동 신우성학원 물리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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