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화학물질 누출에 오존층 회복 최대 7년 지연 우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17 22:02:02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산업 공정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오존층 파괴 물질의 누출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구 성층권 오존층의 회복 시점이 최대 7년가량 늦춰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물질은 오존층을 훼손할 뿐 아니라 강력한 온실가스로도 작용해, 기후위기 대응에도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 연구기관 엠파(Empa)가 주도하고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에 따르면, 사염화탄소(CCl₄)와 일부 염화불화탄소(CFCs) 같은 오존층 파괴 화학물질이 산업 원료로 계속 사용되면서 대기 중으로 상당량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것은 이른바 ‘원료 화학물질(feedstock chemicals)’이다. 냉장고나 단열재 거품 제조 등 일상 제품에 대한 사용은 이미 대부분 중단됐지만, 현대 냉매와 플라스틱 생산 공정에서는 여전히 원료로 허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물질이 국제 규제의 감시망에서 사실상 비켜나 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산업계와 국제사회는 생산량 자체도, 공정 중 누출 비율도 지나치게 낮게 추정해 왔다.

연구진은 전 세계 관측자료를 토대로 이들 화학물질이 생산·가공 과정에서 약 3~4%가량 대기 중으로 새어나간다고 분석했다. 이는 과거 몬트리올 의정서 체계에서 전제했던 약 0.5%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게다가 최근 수십 년 사이 관련 물질의 사용량 자체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대기 수송 모델을 활용해 이들 화학물질이 대기를 통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했다. 이어 1978년부터 운영돼 온 장기 관측망 AGAGE(Advanced Global Atmospheric Gases Experiment)의 측정값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해 전 세계 배출량을 추정했다.

브리스톨대 화학과의 대기과학자 매트 릭비 교수는 “측정 결과 불소화학 생산과 관련된 배출량이 예상보다 상당히 높았다”며 “이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가정했던 것보다 오존층 파괴 물질과 기후온난화 가스의 누출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뜻이며, 오존층 회복과 기후변화 모두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오존층 회복 시점을 다시 계산했다. 지금까지는 성층권 오존층이 산업화 이전 수준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되는 시점을 2066년 무렵으로 봐왔다. 하지만 원료 화학물질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회복 시점은 약 2073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연 폭은 평균 7년 수준이며, 불확실성 범위는 6~11년에 이른다.

이번 연구는 몬트리올 의정서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1980년대 국제사회는 오존층 파괴가 본격적으로 확인되자 오존파괴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대폭 제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도입했고, 이는 환경외교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당시 원료 화학물질은 장기적으로 사용이 줄고 누출도 극히 적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규제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CFCs가 금지된 이후 이를 대체하는 냉매 생산 과정에서 원료 화학물질 사용이 늘었고, 최근에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를 포함한 폴리머 산업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산업이 오히려 새로운 오존·기후 부담을 키우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공동저자인 대기과학자 스테판 라이만은 “이 물질들은 오존을 파괴할 뿐 아니라 기후에도 매우 해롭다”며 “배출량을 줄이면 오존층과 기후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후 영향도 결코 작지 않다고 경고했다.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경우, 원료 화학물질에서 비롯되는 추가 배출은 세기 중반까지 연간 약 3억 톤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에 해당하는 기후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의 연간 CO₂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이번 연구는 오존층 회복이 이미 정해진 궤도대로 자동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산업 공정 배출에 따라 다시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원료 화학물질 관리 강화가 오존층 보호와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이중 효과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