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도시의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감축은 개별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광역적 문제이며, 도시 간 협력을 강화할 경우 배출 관련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성과를 10% 이상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 멍첸 루(Mengqian Lu)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2010~2020년 세계 103개국 4,116개 도시의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분석 대상 도시들은 세계 GDP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연구진은 미세먼지(PM2.5·PM10), 이산화황(SO2),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등 6개 배출 지표를 대상으로 한 도시의 환경성과가 다른 도시의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공간계량경제학 모델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전체 도시의 93.51%가 다른 도시의 배출 관련 SDG 성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대기질과 온실가스 문제를 행정구역 내부의 배출만 관리해서는 충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른 도시의 배출 관련 성과가 10% 개선됐을 때 해당 도시에도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주변 도시의 미세먼지 관련 SDG 11.6 성과가 10% 개선되면 해당 도시의 성과는 평균 0.45%, SO₂·NOx 등 가스상 대기오염물질과 관련된 SDG 12.4가 개선될 경우 약 0.39%, 온실가스와 관련된 SDG 13.2가 개선될 경우 약 0.20% 향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도시 간 영향이 항상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도시 간 관계를 서로의 환경성과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와 한 도시의 개선이 다른 지역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트레이드오프 효과로 구분했다.
2020년에는 전체 도시의 38.84%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트레이드오프가 나타난 도시 17.62%보다 약 2.2배 많았다. 특히 NOx 관련 지표에서는 도시의 43.52%가 시너지 효과를 보였다. 반면 CO₂에서는 시너지 비율이 30.99%, 트레이드오프가 23.39%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홍콩은 CO₂ 감축과 관련해 주변 도시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중국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reater Bay Area)의 산업 고도화와 청정생산기술 확산, 공급망 연계와 공동 환경정책 등이 홍콩의 탄소배출 감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대로 베이징에서는 PM2.5와 PM10 개선이 주변 도시의 환경성과 악화와 연관되는 트레이드오프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환경규제가 강화된 중심도시에서 오염집약적 산업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거나 생산비용이 낮은 주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이른바 오염 이전이 발생할 가능성을 원인으로 들었다.
연구진은 실제 분석을 토대로 도시 간 관계를 ‘기준’, ‘고립’, ‘협력’, ‘심층협력’, ‘비협력’ 등 5개 시나리오로 나눠 향후 효과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도시들이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대신 부정적 관계와 단절된 관계까지 적극적인 시너지 관계로 전환하는 심층적인 협력 시나리오에서는 배출 관련 SDG 성과가 10.81%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비협력적인 관계가 확대될 경우에는 배출 부담이 평균 10.13%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를 경험하는 일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 도시들은 도시 간 자원 이동과 산업 협력, 외부 경제관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다른 도시의 환경성과에 더욱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시 간 영향의 강도 자체는 장기적으로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0~2020년 도시 간 영향 강도를 분석한 결과 약 75.66%에서는 영향력이 감소했고 21.31%에서만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는 일부 지역에서 독자적인 오염관리 능력이 향상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문제를 한 도시의 행정구역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기존 접근의 한계를 보여준다. 산업과 공급망, 교통, 에너지 시스템이 도시 경계를 넘어 연결돼 있는 만큼 한 지역의 환경정책이 주변 도시의 배출을 줄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오염산업을 외부로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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