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올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관련 예산을 확대한 데 이어서 내년 예산은 규모를 더 키운다고 3월 27일 밝혔다. 추가 예산 반영에는 산업 분야의 환경오염물질 배출의 감시·감독에 신기술을 접목하여 규제를 강화하는 계획도 담겼다. |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총먼지(TSP:total suspended particles), 지름이 10μm 이하인 미세먼지, 지름이 2.5μm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나눈다. 미세먼지에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루어져 10μm 이하의 미세먼지는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이나 뇌졸중,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정부는 2016년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수립하면서 미세먼지 저감대책 마련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시행 전 국민 의견수렴이나 참여방안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대규모 배출원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방안도 부족했고, 국외 영향에 대한 대책과 민감계층 보호 대책도 미흡했다. 이러한 대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국민적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관계부처 합동TF를 구성하여 2017년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미세먼지 저감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 영향
그렇다면 최근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지금만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없었다. 미세먼지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부터다.
이경빈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 지구환경연구과 환경연구사는 지난 3월 11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미세먼지 농도의 연도별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여주며 “대기오염도는 오히려 연간 추이별로 보면 점점 나아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해 중국에 공기가 정체하는 일수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로 미세먼지가 유입될 확률이 더욱 높아져 대기오염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의 농도를 결정짓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화력발전이나 매연, 자동차 배출가스와 같은 오염원의 발생, 그리고 오염원을 이동시키는 바람의 방향이다. 또 대기의 정체라는 큰 원인이 존재한다. 바람이 세게 불면 오염원이 금세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기 정체로 오염원이 꾸준히 쌓이면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 대기 정체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겨울철에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건 이 때문이다.
이경빈 연구사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에 대해서는 “배출된 대기의 오염물질이 대기가 정체하면서 확산되지 않고 지표 근처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어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특히 가을과 겨울에 북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배귀남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장은 “미세먼지 문제는 에너지와 기후변화도 같이 다뤄져야 하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사업단에서는 대기 미세먼지 연구개발과 정책 패키지 솔루션을 연구 중인데, 발생과 유입을 측정하고 예보한 후 실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미세먼지의 배출과 노출을 구분하여 정책을 펴야 하는데, 연평균 농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배출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 노출 부분은 과학적인 분석과 정책 마련이 잘 작동되지 않는 분야인 만큼 국민이 느끼는 우려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와 밀접한 에너지 전환정책
정부는 미세먼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크게 탈(脫)원전, 탈(脫)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탈석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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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08월 기준, 우리나라 석탄발전현황<자료=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병열 교수> |
세부 부문별 배출량에서 PM10과 PM2.5 모두 제조업 연소 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발전부문이 포함된 에너지산업 연소부문은 PM10과 PM2.5 배출 비중이 5% 이하에 그쳐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보이나, 2차 배출량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에너지산업 연소 중 석탄(유·무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공공발전시설, 민간발전시설, 지역난방시설의 배출량을 집계한 결과, 석탄발전의 PM10 배출량 비중은 2.8%, PM2.5 배출량 비중은 34%, NOx 배출량 비중은 10.8%, SOx 배출량 비중은 19.2%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산업 연소부문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중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PM10과 SOx에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산업부 온실가스 감축을 연구해오다 최근 한국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전병열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간 전력수급 차원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려왔으나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미세먼지 저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영흥화력발전소의 경우, 3~6호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설비를 갖추는 등 순차적인 설비 교체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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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염색산업단지 리모델링 전(좌) 후(우) 모습/도시재생사업 추진으로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이 질소산화물 36ppm, 황산화물 14ppm, 먼지 6ppm 등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 |
고도화하는 환경설비 투자 비용부담 커
미세먼지 저감대책은 수송과 발전, 산업 3가지를 큰 축으로 삼는다. 정부는 2017년 ‘8차 전력수급계획(2017~2031년)’을 통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금지,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 6기에 대해 2022년까지 모두 폐쇄방침을 내놨다. 노후 석탄발전소의 친환경적 처리(폐지 및 대체)와 신규 석탄발전소의 배출허용기준 강화정책이 골자다.
산업부문에서는 사업장 미세먼지 관리 강화를 위해 수도권 대기오염총량제 대상 사업장을 확대하고, 수도권 외 사업장은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사업장 미세먼지 관리 강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현재로선 사업장마다 명확한 규명이 어렵고, 농도 기준인 배출허용기준의 강화만으로 실질적인 배출량 저감이 가능하냐는 해석이다.
홍정희 KC코트렐(주) 신사업팀장은 “발전소들을 포함하여 규모가 큰 사업장들은 최신 환경설비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탈황, 탈질, 전기집진기 등의 오염물질 제거시스템이 표준화되어 있고, 굴뚝 관리도 잘 되고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환경설비를 잘 갖췄더라도 잘 태웠을 때 환경설비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설비 중 하나인 전기집진기의 경우 99.9% 미세먼지를 잡을 정도로 기술이 우수하나, 문제는 환경규제와 관련하여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 발생에 대한 고려 없이 효율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세먼지와 함께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표적 오염물질은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이다. 이중 NOx는 산성비와 광학화스모그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대기중의 오존층도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물질이다.
탈질설비(SCR, Selective Catalytic NOx Reduction System)는 연소가스에 포함된 NOx를 제거해 주는 설비다. 주로 고체 촉매에 암모니아나 수산화암모늄, 요소수 등의 환원제를 주입해 NOx를 무해한 질소와 물로 전환시키는 공법이 활용된다. 또 석탄화력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SOx)을 제거해 주는 탈황설비(FGD. Flue Gas Desulfurization)도 국내기술로 생산된다. 이밖에도 환경설비는 다양해서 모니터링도 가능하도록 갖춰야 하지만 그동안 대형설비에만 치중해왔던 상황이다.
홍정희 팀장은 “지금도 다양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나, 오염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고, 어떤 물질로 제거할 수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도 충분치 않다”며, “더욱이 연구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환경이 다른 곳에서 똑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측정한다는 것도 쉬운 부분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의 설명은, 사람마다 민감한 부분이 다르듯 물질도 다 달라서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을 설명할 수는 있으나 단순히 그것만 배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갈수록 다양한 형태의 오염물질과 이를 걸러내는 고도화된 환경설비 기술에 따른 비용 발생도 클 수밖에 없어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원 없는 규제, 실효성 기대하기 어려워
우리나라는 에너지나 자원 투입이 많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 수출주도형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여건에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유가나 자원가격이 급상승하는 글로벌경제 상황에 적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환경규제 이행능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환경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환경산업은 개발과 보전이 양립할 수 없는 별개의 사안으로 취급되어왔다. 그래서 개발에 따른 오염을 처리하는 소극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면 됐지만, 현시점에서는 전체 경제·산업 분야를 선도하는 사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바야흐로 환경산업은 세계적인 성장산업이자 각국의 정책 지향점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원천기술의 확보를 통한 세계 수준의 기술 경쟁력 확보와 함께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산업의 특성상 효율적인 정책 운용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떠올랐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청정기술, 환경복원 등 새로운 환경산업의 영역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의 증대가 필요해진 것이다. 다만,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환경산업의 특성상 정책 기조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홍정희 팀장은 “아직도 중소사업장에 비관리연소, 비산배출의 실태 파악도 안 되고 있는 곳이 많다. 미세먼지 개선은 획기적인 대책이 없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시행의 문제다. 환경설비를 갖추는 것에서, 이를 가동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가 따라야 한다고 본다. 지원 없는 규제강화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1년 전부터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측정을 위해 GPS를 장착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김대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공학연구과장은 “지난해 시험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역에 가서 최첨단 장비를 통해 측정했으나 기업들이 아직도 환경설비는 비용이라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며, “환경설비가 갖춰져 있다고 해도 유지비용이 들어야 해서 감사가 나올 때만 가동하는 경우가 많고, 공익이나 건강에 관한 인식의 부재는 환경산업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굴뚝이 문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황 분석에 따르면, 50인 이하에 해당하는 소기업이 기업체 수나 종사자 수에서 제조업이 절대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현황은 상대적으로 저조하여 오염방지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이 부족함을 짐작할 수 있다.오염물질배출사업장 구분은 배출량에 따라 나누는데, 소규모 기업인 4~5종 사업장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물 사용량 및 에너지 사용량 기준).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강화될 경우 생산 활동의 위축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업이 친환경 경영과 환경규제의 선도적 이행을 위한 지원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소형 사업장(4~5종)에 대해서는 비용효과적인 국고 지원사업 등을 통해 중소사업장의 재정적인 여건을 경감하여 대기오염물질 저감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의 경우 비록 단위 기업당 오염배출량이 적다고 해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환경 당국의 오염관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환경규제의 이행에 따른 부담은 작은 굴뚝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정희 팀장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환경 관련 교육이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시급하다. 예전과 달리 기업들의 환경규제 대응 방법이 많이 변화하고는 있으나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수립하면서 과학적인 근거와 프로세스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신력 확보한 환경설비업체 ‘태부족’
환경부는 2017년 통합환경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사업장의 오염물질배출시설을 대기, 수질 등 매체별로 관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하나의 사업장 단위로 통합해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 내 환경관리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허가를 미루는 업체가 대다수다. 전문적인 환경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설팅 기관이 태부족인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홍정희 팀장은 “결국 환경설비라는 것은 산업설비를 돌리기 위한 보조설비일 뿐이다. 본 설비를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실효성은 미지수다. 환경 관련 교육과 설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창구가 필요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 대여나 유지관리 보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그는 “객관적인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진단과 컨설팅이 가능한 조직, 문서자료 등의 사회집이 필요하다. 이것은 결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길이고, 전체 기술 기반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즉,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에서 작은 굴뚝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환경설비를 구축하거나 보완을 필요로 하는 작은 굴뚝 사업장에 과투자를 방지해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좀 더 촘촘한 국가 차원의 프로세스가 필요해 보인다. <본 기획 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하여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 진행되었음>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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