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기 대응의 새 처방은? 추출과 소비부터 줄여야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6-25 22: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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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이 동시에 심화되는 가운데, 환경위기 대응의 전략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친환경 정책과 관련 재원이 늘고 있음에도 환경위기가 계속 악화되는 이유는 단순히 약속이나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대응 방식이 문제의 근본 원인보다 사후 대응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제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i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서, 정책 입안자와 금융 의사결정자가 따라야 할 새로운 우선순위 체계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 프레임워크를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지구를 위한 처방’으로 설명했다.

엑서터대학교 연구자인 멜리사 왕 박사는 “현재의 환경 행동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을 각각 별개의 문제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이런 방식은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기보다 다른 영역으로 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핵심은 ‘지속가능성 계층 프레임워크’다. 이는 환경정책과 투자를 추진할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단계별 우선순위를 정리한 것이다. 연구진은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활용이나 복원보다 먼저 자원 추출과 소비 자체를 줄이는 상류 개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임워크는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이자 최우선 단계는 자원 추출과 소비를 예방하고 줄이는 것이다. 화석연료와 광물의 채굴, 가공, 사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남획과 산림의 농업용 전환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지속가능성 관련 결정이 무엇보다 이러한 추출과 소비의 확대를 막거나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단계는 이미 추출된 자원의 보존과 재사용을 개선하는 것이다. 제품과 재료의 수명과 가치를 연장하는 순환 시스템을 개발하고 확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물건을 더 오래 쓰고, 수리와 재사용을 늘리며, 폐기 이전 단계에서 자원의 가치를 유지하는 접근이다.

세 번째 단계는 문제가 되거나 위험한 자원을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다만 연구진은 대체 기술 역시 무조건적인 해법으로 보기보다, 추출과 소비 감축, 재사용 확대가 먼저 이뤄진 뒤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네 번째 단계는 재활용과 재생이다. 연구진은 재활용이 중요하지만, 최우선 수단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활용은 자원 추출과 소비를 줄이고, 재사용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대체재를 적용한 뒤 남는 자원 흐름을 처리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잔여물과 환경 영향을 복원하거나 수정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피해를 다루는 단계이지만, 상위 단계의 개입보다 우선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은 환경 복원과 사후 정화가 필요하더라도, 그것이 새로운 추출과 오염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선순위는 최근 국제 환경 논의에서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전환을 논의한 산타마르타 회의,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이니셔티브, 심해채굴 모라토리엄, 생물다양성협약의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포함된 30×30 보전 목표 등을 상류 개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했다.

연구팀은 특히 상쇄(offsets)와 크레딧을 프레임워크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상쇄나 크레딧은 그 자체로 환경 피해를 줄이는 개입이 아니라, 한 장소에서의 낮은 단계 개입을 다른 장소에서의 높은 단계 책임과 맞바꾸는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변 정화, 재활용, 나무 심기 같은 활동은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화석연료 추출 감축, 플라스틱 생산 감축, 산림전용 방지 같은 더 근본적인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상쇄가 피해 예방을 지연시키는 명분으로 쓰일 위험을 경계했다.

논문은 현재 협상 중인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을 중요한 사례로 들었다. 약 100개국은 플라스틱 생산 제한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과 자금은 여전히 재활용과 사후 처리 중심의 하류 대책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룬드대학교의 프레드릭 바우어 박사는 “현재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자금의 약 88%가 오염을 애초에 막는 것이 아니라 하류 단계의 이니셔티브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과 재정 모두 피해를 예방하는 상류 이니셔티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히 폐기물 관리나 재활용률 제고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산량과 원료 사용, 일회용 제품 확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오염이 발생한 뒤 처리하는 방식만으로는 플라스틱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번 프레임워크는 엑서터 기후 포럼에서 소개될 예정이며, 이미 다자간 환경 협상에 참여하는 외교관, 글로벌 투자자, 유엔 사무국, 특별보고관, 원주민 대표 등에게 공유되고 있다.

원주민 사회의 전무이사이자 유엔환경계획 원주민 및 공동체 주요 그룹 공동촉진자인 프랭키 오로나는 “지구에 해를 끼치고 국제법과 원주민의 집단적 권리를 침해하는 지속 불가능한 추출·생산 모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플라스틱 오염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을 따로 떼어 해결하려는 칸막이식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위기의 뿌리는 과도한 추출과 생산, 소비 구조에 연결돼 있는 만큼, 정책과 금융의 우선순위 역시 그 구조를 줄이고 전환하는 방향으로 재설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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