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토양오염 릴레이 취재 ②'블랙홀' 직영주유소

기름유출 은폐 많아...오염정화 명령 '배짱 연기'
박원정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09-28 10: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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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토양오염 릴레이 취재 <2>경기도 구리·남양주·광주 주유소 가보니


‘토양오염 블랙홀’ 직영주유소 
 복원명령 연기…또 연기, 
 주변 지하수·하천·농지 등 
 제2, 3차 오염 불 보듯…
 당국도 대책 없이 수수방관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SK직영 농수산주유소. 토양오염 복원명령을 두번씩이나 연기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환경부가 2016년 토양오염관리시설 8588곳을 조사한 결과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시설 중에서 주유소가 196곳으로 가장 많았다. 주유소가 토양 오염에 가장 취약한 이유는 땅속에 묻은 기름 탱크 등이 노후화되면서 기름이 새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주의로 인한 오버플로우(Overflow, 넘침) 사고가 수시로 발생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고 은폐하면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염 사실이 적발된 주유소들은 토양 정화 명령을 받았음에도 제 때 개선작업을 하지 않아 제2, 3차 오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하수 오염은 물론 인근 하천 및 강의 오염, 그리고 생태계 파괴 등이 대표적이다. 주유소의 토양오염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오염 예방 및 확산방지에 한계가 있는 주유소를 점검해 본다.

 

 


기름유출 그대로 지하수 유입
주유소의 기름누출 등으로 인한 토양오염 사실이 적발돼 정화 명령을 받은 건수에 비해 지하수 오염 방지 조치는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양이 오염되면 땅 속 지하수까지 오염될 가능성이

△관리가 엉망인 한 주유소의 유류탱크.

많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 유발 시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작년까지 특정오염물질로 토양이 오염돼 정화 명령을 받은 건수는 총 1010건이나 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지하수 오염방지 조치를 한 건수는 단 8건에 그쳤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정화 명령을 받거나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매립시설 등 지하수 오염 가능시설의 경우 지하수법에서는 ‘지하수오염유발시설’로 규정한다.
그리하여 해당 시설 관리자는 오염방지 조치, 지하수오염여부 확인 및 필요 시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관계자의 인식 부족으로 오염방지 조치 및 정화명령 등 행정조치 실적이 낮고 시설 관리자는 관련 사항을 인지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법령 위반, 벌칙 적용 대상이 되고 있다고 환경부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특정토양관리대상시설 중 토양정화 명령을 받은 업종에서 주유소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석유유통업계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토양정화명령을 받은 1010개 업소중 주유소가 67%에 해당되는 677곳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 이중 지하수 오염과 관련한 오염방지 조치 건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유소 밑 토양이 기름범벅인데도 방치되고 관리가 안 돼 그대로 지하수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관리가 엉망인 한 주유소의 유류탱크.


새광주 주유소, 토양오염 25년간 방치
주유소 중에서 토양오염 정화명령을 받았음에도 제 때 시설개선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아 강력한 행정단속이 필요하다, 더욱이 25년이나 방치돼 있어 주변의 농지, 지하수, 하천 및 강의 오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새광주주유소 전경. 오버플로우로 주변 토양오염이 심각한

상태이다.   

그런 가운데 광주시 경충대로에 위치한 현 ‘새광주 주유소(충전소)’ 부지에서 1990년대 중반 다량의 벙커C유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 명령이 아직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토양오염 사고가 발생한 부지는 1990년대 후반까지 다른 주유소와 산업체에 기름을 공급하던 중간 기지역할을 하던 대규모 저장탱크 시설(벙커C, 경유, 등유)이 있었고 유통 물량도 많았다.
지난 4월 광주시의 담당자는 인근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 주유소서 오버플로우 사고로 중질유 8000L(40드럼)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해 줬다. 그동안 오버플로우 사고는 국내 주유소서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은폐로 인해 외부로 알려지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공무원이 직접 확인해 준 것은 처음이었다. 
이곳 주유소는 사고 이후 1990년대 후반 SK네트웍스에서 광주영업소 사무실 및 저장탱크가 있었던 부지에 자동차용 가스 충전소를 증설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충전소 지하가 기름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이 20년 넘게

△새광주주유소가 정화명령을 제 때 이행하지 않자 광주시청이

주유소측에 보낸 이행 촉구 공문.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
당시 광주시 관계자는 토양오염 사실을 은폐하려 문제의 땅에 가스 충전소를 지은 것이 아니냐는 본사의 의혹 제기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어 7, 8월경 SK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이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었는데 공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7월부터 업무를 맡은 다른 담당자도 전임자가 위와 같은 사실을 잘 인계해 줘 모든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새 담당자는 “주유소 측에 정화명령 기간 도래 및 정화명령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또 발송했다”면서 “10월 중에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철저하게 이행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배짱 연기, 농수산주유소
2014년 9월 토양오염 정밀조사 시정명령서를 수령, 토양오염 우려기준 초과를 알고 있었으면서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는 SK직영 주유소가 또 있다. 

△농수산주유소는 구리농수산물공사가 임대를 줘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농수산주유소로 SK네트웍스가 구리농수산물공사로부터 임대받아 운영하는 곳이다. 이 주유소는 한강 지류인 왕숙천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2014년 토양오염 우려기준 초과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SK네트웍스 측은 본사에 보낸 답변서에서 “지난 2015년 2월 토양오염검사 전문기관인 ‘경희대학교 지구환경연구소’를 통해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시행했으며, 동 기관의 정밀조사보고서에 토양오염 원인은 ‘배관에서 유출된 유류에 의해 수평·수직 확산이 일어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질의서에 언급한 오버플로우는 없었으며, 주유소 탱크의 구조 상 오버플로우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어 오버플로우에 의한 토양오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리시가 두 번에 걸쳐 토양오염 복원명령을 내렸음에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공사규모 및 방법, 공사업체 선정, 예산 확보 등을 검토했다”면서, “현재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오는 10월11일 토양오염정화공사를 착공, 기한 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발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원상회복 의지 없이 이제야 예산 확보 등을 검토했다는 뜻이다.
또한 SK네트웍스가 직영하는 주유소 중에서 토양오염 복원사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주유소의 토양오염 복원공사는 다수 존재하며, 행정청의 토양오염정화공사 이행 완료 보고 이후 영업을 재개한 사례가 있음을 알려왔다.
한편 구리시청 관계자는 SK네트웍스 측이 공사비 부담 등과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본사에 증언했는데, SK네트웍스 측은 소송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대일주유소, 토양복원 시늉만?
경기도 남양주시의 대일주유소는 오버플로우 사고가 발생했던 주유소로 지난 2017년 1월 오염토 복원사업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주유소가 있는 일부 지역만 졸속으로 복원사업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바로 옆에 왕숙천이 있는 대일주유소의 현재 모습

이곳은 2002년 12월 등유탱크에서 Overflow 사고가 발생, 등유와 경유가 최소 30드럼~70드럼 유출됐다. 탱크로리에 있는 경유 100드럼을 용량이 작은 주유소 등유 탱크에다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기름이 탱크에서 넘치는 토양오염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SK는 관계기관에 오염물질 유출 신고도 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사고를 계속 은폐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가 대일주유소는 2017년 1월 이행명령에 따라 오염토양 복원 공사를 실시했지만 아직도 주유소 주변 지역의 토양이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토양오염도 검사기관인 (재)세종토양연구소에서 작성해 남양주시청에 보고한 토양오염 예상분포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주유소 경계를 벗어난 도로점용 부지는 주유소보다도 1.4배 넓은 면적(2102㎡)으로 광범위하게 오염됐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지역에 정통한 주민은 “주유소 부지가 남양주 진건 자족형 뉴스테이 사업으로 인해 수용될 계획이다. 그럴 경우 바로 옆을 흐르는 왕숙천을 비롯해 도로점용부지 및 주변지역 토양이 법정기준을 초과해 오염사실이 밝혀진다면 토양을 복원시키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주민은 “도로점용지역의 경우 국토교통부는 도로교통법만 거론하면서 환경부 소관이라 하고 환경부는 국토교통부 책임이라 한다”면서, “특히 환경부에 지난 수년 간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예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그 어떠한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토양복원 사업을 진행했던 구리시 소재 회사의 관계자는 본사와의 확인 전화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답변을 회피했다.


토양환경보전법,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
지난 5월에 입법 예고된 토양환경보전법이 도마에 올랐다.
그렇잖아도 환경보전을 위한 실정법이 아니라 검사 기관과 행정 기관 편리에 맞춰진 법령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법이 오히려 약화돼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주유소 토양오염도 검사는 매우 심각해서 법령에 의한 오염도 검사(정기·수시)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형식적인 검사방식에 검사 기관의 재벌 정유회사에 의한 지배 등이 얽혀있는 상황에서 혈세가 빠져나가고 정유회사들과 검사기관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것.
한국환경공단의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건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노후 주유소 토양검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실효성 없는 현행 법정 검사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은 지난 9월 13일 ‘토양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 간담회’에서 토양환경보전법 개정안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연은 “‘토양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8일차인 5월 17일, 신임 환경부장관이 취임도 하기 전에 입법예고를 거쳤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었다”면서, 제도적 보완 및 공론화를 위한 재검증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연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 쟁점을 ‘장기간에 걸쳐 오염물질을 관리하다가 토지의 사용용도가 변경될 때 비로소 법적기준치 이내로만 정화’하면 되는 방식에 대한 오용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토양오염이 확인되면 최장 4년 내에 토양오염물질 제거를 목표로 집중적이고 적극적인 정화사업을 추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법적 정화방법에 따라 정화기준(우려기준) 이내로 정화하기 위해서 건축물을 철거하거나 장기간 사용중단을 해야 하는 경우, 이로 인해 국민의 생활 또는 공익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위해성평가 대상에 추가한다는 것이다.
개정안대로라면 심각한 토양오염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경우처럼 법망을 빠져나갈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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