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패스트패션의 환경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면과 폴리에스터 가운데 어떤 소재를 선택하느냐보다 항공운송을 줄이고 의류를 오래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콩코르디아대학교 연구진은 면과 폴리에스터 티셔츠의 원료 생산부터 제조, 운송, 소비자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체 생애주기를 전 과정평가(LCA) 방식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Cleaner Waste Systems』에 ‘From production to waste disposal: A life cycle assessment of fast fashion polyester and cotton T-shirts’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연구진은 중국 광저우에서 티셔츠를 생산해 캐나다 몬트리올로 운송한 뒤 소비자가 사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을 가정했다. 티셔츠 한 벌을 20차례 세탁해 사용하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설정하고 생산·포장·운송·사용·폐기 단계별 환경영향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기본 시나리오에서 폴리에스터 티셔츠의 전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한 벌당 9.62㎏CO₂e로, 면 티셔츠의 6.10㎏CO₂e보다 약 1.5배 많았다. 폴리에스터는 석유화학 원료와 에너지 집약적인 중합·섬유 생산공정 때문에 온실가스와 화석자원 사용 등 대부분의 환경영향에서 면보다 부담이 컸다.
반면 면 티셔츠는 농작물 재배 과정에서 토지와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수자원과 토지 이용 측면에서는 폴리에스터보다 환경부담이 컸다. 두 소재 가운데 하나를 단순히 ‘친환경 소재’라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든 요소 가운데 하나는 소재가 아니라 운송 방식이었다. 패스트패션은 짧은 유행주기에 맞춰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항공화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진의 민감도 분석에서도 항공운송 거리가 면과 폴리에스터 티셔츠 모두에서 탄소배출량을 크게 좌우하는 변수로 나타났다. 특히 면 티셔츠의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항공운송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0.7%를 차지했다.
항공운송을 해상운송으로 전환할 경우 소재에 따라 티셔츠 한 벌의 탄소발자국을 약 30~6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패스트패션 기업이 제품 소재만 바꾸는 것보다 공급망에서 항공화물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상당한 감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의류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도 결정적인 변수였다. 연구진이 티셔츠의 사용수명을 두 배로 늘리는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면과 폴리에스터 모두 동일한 의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신규 제품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CO₂ 환산 배출량을 약 5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패스트패션처럼 옷을 짧게 사용하고 반복해서 새 제품을 구매하면 고탄소 제조공정이 계속 반복된다. 특히 폴리에스터는 생산단계의 에너지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수명이 짧아질수록 탄소배출 증가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비해 매립과 소각, 재활용 등 폐기방식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 미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의류 폐기물 재활용도 필요하지만 패스트패션의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폐기단계보다 생산량과 운송, 제품 수명에 우선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패션산업이 환경영향을 실질적으로 낮추려면 생산량 자체를 줄이고 처음부터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하며 항공운송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역시 면인지 폴리에스터인지에만 집중하기보다 이미 구입한 옷을 오래 입는 것이 더 큰 기후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패스트패션 문제의 핵심이 특정 소재 하나에 있기보다 짧은 제품수명과 빠른 생산·유통을 반복하는 산업구조 자체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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