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대
지구에 바다가 생겨난 이후 시아노박테리아와 같은 최초의 생명체들이 탄생했다. 이후 약 15~20억년 전의 바다에 살던 조류(algae)들은 작은 연교차, 안정적인 물과 이산화탄소 공급 등의 환경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조류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의 순서대로 얕은 수심에서 서식하는데, 이 중 녹조류만 육상으로 올라왔다.
이들 녹조류의 유전자로 인해 모든 현생 식물이 엽록소 a와 b를 가지며 보조색소로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를 가지는 것이다. 녹조류만 뭍으로 올라온 것을 조금 자세히 알아보면, 이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에 닥친 빙하기가 큰 역할을 했다. 가장 해수면에 가까이 살았던 녹조류 중에서도 경쟁에서 밀려 해안가로 피신해 온 개체들이 있었다. 빙하기가 되어 해수면이 낮아지자, 녹조류들은 어쩔 수없이 마른 땅이 드러나는 곳에 그대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뭍으로 나온 조류들에게 시급한 문제는 ‘수분’이었다. 다행히 이 때의 대기 중 산소농도는 높았기 때문에, 물관을 형성하는 ‘리그닌’과 표피 코팅을 통해 수분 손실을 막아주는 ‘큐틴‘을 합성해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액포‘를 발달시켜 식수창고로 사용했다. 녹조류의 번식은 정자가 편모로 물속을 헤엄쳐 난자에게 가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 밖에서 일어나는 정자 형성은 최초의 육상식물에게 매우 까다로운 제약이었다. 이후 정, 난자 보호를 위해 얇고 단단한 보호막을 형성했고, 생식세포가 건조한 환경에서 쉽게 마르지 않게 되었다.
초기 진화 단계의 식물로는 선태식물(이끼류)과 양치식물(고사리, 쇠뜨기 등)이 있다. 과거에는 선태식물이 양치식물로 진화했다고 생각됐지만 오랜 연구 이후에 선태식물과 양치식물은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이 밝혀졌다. 다행히 이 두 종은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같은 시기에 경쟁하기보단, 서로 다른 두 영역을 각각 차지했다. 양치식물은 최초로 물가를 벗어난 육지에 적응한 식물이다(물론 번식에는 물이 필요하긴 하다). 선태식물은 그러지 못했으므로 물가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물가 지역에서는 선태식물이 양치식물보다 유리하므로, 물가지역은 선태식물이 주름잡았다.
반면에 양치식물은 번식과 생장을 위해 빗물을 이용하기로 하고, 해안가에 들어와 실루리아기 내륙 전체를 뒤덮었다. 선태식물과 양치식물의 공존은 페름기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선태와 양치식물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데본기가 되어 양치식물이 비가 오지 않는 곳까지 내몰려지자, 종자식물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종자식물은 물의 제약을 받지 않고 번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고생대의 마지막인 페름기가 될 때까지 종자식물은 항상 양치식물과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데본기에서 석탄기까지 이어지는 고생대 중후기의 기후가 온난다습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물이 흔했고, 이미 지구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견고했던 양치식물의 내륙 생태계는 종자식물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았다. 종자식물의 건기 저항성은 페름기가 돼서야 빛을 발한다. 페름기는 여러 대륙이 모여 하나의 초대륙 판게아를 형성한 시기이다. 대륙이 하나로 뭉치니, 대륙의 중심부는 당연히 건조할 수 밖에 없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에 견디지 못한 양치식물은 자연스럽게 대륙의 주변부로 쫓겨나고, 은행나무와 소철이 급속하게 그 자리를 대체했다. 초대륙 형성이 이후의 생태계에서 종자식물의 시대를 열어준 것이다. 물론 선태식물과 양치식물은 그들이 적응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견고한 생태적 지위를 지키고 있었다.
◇중생대~신생대
고생대의 식물이 이끼에서 종자식물로 발달함에 따라 곤충, 균류와 같은 다른 생물의 변화도 동반되었다. 식물들은 이들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이었고, 복잡한 육지 생태계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한편 더 이상 번식에 물이 필요 없어진 식물들에게 새로운 경쟁 주제가 떠올랐다.
‘누가 더 많은 꽃가루를 뿌려 많이 수정시킬 것인가’ 혹은 ‘누가 가장 정교하게 자신의 정자를 같은 종의 난자에 전달할 것인가’ 였다. 중생대가 되면서 페름기를 주름잡았던 은행나무와 소철 등의 초기 겉씨식물의 힘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다른 후기 겉씨식물이 대체했다. 이 후기 겉씨식물은 침엽수이자 구과식물(솔방울과 같은 방울 모양의 열매를 만든다.)인 측백나무, 소나무, 메타세콰이아 등 이었다.
아직도 이 종들은 육상식물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키가 컸던 구과식물들은 나무의 꼭대기에 포자낭을 만들고, 정자를 뿌렸다. 높은 곳에서 뿌려진 정자는 더 먼 곳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동시에 난자에게는 정자를 붙잡을 수 있는 끈적한 돌기를 부착했고, 아무 정자와 수정하지 않기 위해 감싸서 보호했다. 이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 이후 속씨식물이 탄생한다. 아무튼, 진화한 겉씨식물들은 곤충들과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깨달았다. 이 당시 나비, 벌 등은 없었으므로, 대부분 딱정벌레가 수분을 담당했다.
참고로 꽃의 수분매개자를 분석해 보면 그 종의 진화적 위치를 대략 알 수 있다. 보통의 속씨식물이 나비와 벌 등에 의존하는데, 예외적으로 목련은 딱정벌레에게 의존한다. 이 사실로부터 목련이 나비와 벌이 없던 시절에 탄생한 원시 속씨식물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속씨식물로의 변화는 큰 혁신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중복수정(두 개의 정자가 각각 수정하여 배와 배젖이 되는 현상), 꽃, 밑씨, 물관 등의 변화이다. 아직 중생대 전반에 걸쳐 겉씨식물이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었으므로, 속씨식물의 조상이 된 종들은 대부분 겉씨식물끼리의 경쟁에서 패배해 고산지대와 같은 한랭건조한 지역으로 쫓겨난 종일 것이다.
이들에게 꽃가루 하나하나는 소중한 자산이었고, 짧은 우기동안 빠르게 번식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수정란이 척박한 환경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도록 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꽃이고 배젖이다. 이후 중생대 말기가 되자, 겉씨식물에게 밀려 고산지대로 떠나야 했던 속씨식물의 조상은 완전한 변신을 거듭해 겉씨식물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신생대가 되어 곤충의 폭발적 다양화에 힘입어 속씨식물도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식물은 꽃가루를 만들고, 온갖 향이며 꿀이며 무늬며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 곤충을 유혹한다. 곤충은 그 꿀을 먹기 위해 주둥이를 늘리고, 털을 바꾸고, 소화기를 바꿔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엄청난 종 다양성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놀랍도록 복잡한 생태계가 탄생한 것이다.
결국 이 길었던 식물들의 상륙전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속씨식물이었다. <그린기자단 윤준호, 인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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