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요구와 10위권 경제 대국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2015년부터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관 부처의 면밀한 준비와 달리, 산업체의 반응은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래시장을 담당할 관련금융권은 전담할 부서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전 지구적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의 주 원인이 온실가스임을 인정하고 있고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익을 따지는 상황에서 관련 당사자들은 시기와 방법에 많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과연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시행은 단지 신기루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창조경제의 또 하나의 축을 담당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준비상황과 국제동향, 거래제 시행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산업체 그리고, 직접적인 시장조성을 담당할 금융권의 준비상황과 국내 회계처리안을 알아보고 합리적인 온실가스거래제 시행 방안을 알아본다.
우리나라 배출권 사전 할당량 15억9800만 KAU
업종별로는 발전·에너지(38곳) 1억4000만 KAU 가장 많아
POST-2020을 위한 장기 감축목표설정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을 팀장으로 범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배출전망, 감축수단, 국제협상 등 관련전문가로 구성된 외부자문단과 경제5단체 시민단체 주요 업종관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를 아우르고 있다.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이다. 감축목표 수립단계에 있는 정부는 장기 온실가스 배출전망(BAU)산정을 위한 조건으로 인구, 가구 수, GDP, 산업구조, 유가 등 전제조건을 설정하고, 제품생산량, 건물연면적, 자동차 주행거리 등 활동자료를 전망하여, 최종 1차 에너지 수요를 산출한 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다. 또한 비에너지활동자료에 배출계수를 곱해 배출량을 산정한다.
수립 2단계에서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직업단계별 산업계.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민관 합동 검토반 운용)하고 공청회 등 대국민 대상 공론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녹색성장위원회, 국무회의 등을 통해 감축목표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게 된다. 환경부가 고시한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산정된 1차 계획기간 배출권 수량은 16억8700만 KAU다. 이 가운데는 향후 부족한 곳에 추가로 할당할 예비분이 8900만 KAU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배출권 사전 할당량은 15억9800만 KAU가 된다.
1차 계획기간인 2015년 1월부터 2017년 말까지 사용할 온실가스 배출권 15억9800만 KAU가 526개 업체에게 사전 할당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8일 정연만 환경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할당결정심의위원회를 열고 ‘할당대상업체별 배출권 할당량’을 심의·확정해 각 업체에 통보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업체별 할당량은 각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할당계획의 주요내용을 보면 업종별로 할당량이 많은 곳은 발전, 철강, 석유화학 순이다. 배출권을 기업별로 할당하는 방법은 각 기업별 과거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되, 미래의 신설 또는 증설하는 계획도 반영되도록 하였다. 배출권 업종별 사전할당량(기업체 수)은 발전·에너지(38곳)가 1억4000만 KAU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철강(40곳) 3억1000만 KAU, 석유화학(84곳) 1억4000만 KAU, 시멘트(25곳) 1억3000만 KAU 등이다.
나머지는 모두 1억 KAU 미만으로 이 중에서 광업(2곳)이 72만 KAU, 목재(7곳)는 112만 KAU, 수도(3곳)는 225만 KAU, 항공(5곳)은 379만 KAU 등 상대적으로 할당량이 적었다. 그러나 업종별로 기업체 수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업종별 할당량이 많다고 개별 기업체에게 배출권이 더 많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에서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힘들다”며, 각 기업별 배출권을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환경부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공개한 명세서 배출량 통계를 통해 각 기업별로 배출권이 얼마나 할당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산업계, 경쟁력 저하로 오히려 경제상황 악화시키는 결과 초래할 것
정부의 온실가스배출거래제 시행 발표를 하자, 산업계는 즉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등 6개 경제단체와 18개 산업체 단체는 “환경부의 추가배출권 할당계획은 산업계의 실제 배출량과는 격차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BAU는, 2009년 정부가 예측한 8억1300만톤 CO2대비 10% 이상 상회하는 것이다. 또한, 내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철강산업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 개별업체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6개월 정도 제도 시행을 연기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러한 철강업계의 연기요청에 대한 내용을 통계자료로 분석해보면, 2015~2017년으로 설정된 배출권 거래제 1차 계획 기간 중,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2조8000억 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에 맞추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이 경우 2015년 조강 생산량은 6500만 톤으로 올해 예상치보다 약 1200만 톤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가동률을 낮춰도 고정비용이 줄지 않기 때문에 철강재 가격이 상승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아직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 중국이 값싼 철강재를 한국 시장에 공급할 경우에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큰 기대 안하고 부서 간 떠 넘겨
탄소배출권거래에 대한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에서 담당하게 된다. 실제 금융권 담당부서는 탄소거래시장 개장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큰 기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인 분위기이다.
회계기준원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해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할당받게 되는 탄소배출권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게 된다. 다만, 자산가치는 ‘0’원으로 할당받은 배출권이 많다고 해도 자산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할당된 배출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해,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배출권만큼을 부채로 떠안게 된다.
회계기준원은 이 같은 탄소배출권 회계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 철강, 화학 등 17개 업종에서 지난해 말 기준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뽑아 시물레이션을 한 결과, 배출권 시장 가격이 6000~1만 원 사이이고 무상할당 받은 배출권이 실제 배출량보다 1~20% 부족할 때를 가정해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계산해 본 뒤 기업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탄소배출권 회계처리 기준은 유럽에서만 15개의 서로 다른 방식이 공존하고 있는데, 유럽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을 우리나라도 차용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받아들이는 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회계기준원은 판단하고 있다.
정부주도하의 감축계획이 발표됐으나 탄소배출권거래는 우리나라 산업계의 반발로 한 차례 시행이 연기된 바 있다. 이후 산업계의 저항이 크자, 감축허용량을 10% 늘려주기도 했다. 산업계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있으나, 환경단체들이 요구한 ‘산업업종별 할당량에 근거한 기존 정책안’을 도외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에너지문제에 있어 진보성향을 보이는 단체들은 ‘배출권거래제는 유럽에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탄소배출권거래제 신화깨기’ 보고서를 인용하여,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일부 여론은 나아가 ‘배출권거래제 폐기’를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국지적인 대규모 가뭄·홍수, 대형 태풍 등 기상이변과 이에 따른 식량생산 감소 등의 피해를 고려할 때, 국제사회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를 외면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시스템과 에너지 시장의 적극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정책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산업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 마음을 듣는 자세도 요구된다. 유럽의 배출권거래제가 친환경 재생에너지나 저탄소기술에 대한 투자변화를 촉발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지만, 국제적인 에너지 환경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탄소배출권거래 시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가 국가의 주 에너지원이 되도록 전환의 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문제로 인한 온실가스거래는, 사회공동체에 기업이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윤리문제를 내놓는 것이다. 기업에게는 에너지와 효율이 경쟁력인 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감축목표 설정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예방과 최소화를 위해서는 범국가적 홍보가 필요하고,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이끌어 가는데 끈기와 폭넓은 정보공유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체계적인 환경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과 개인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단, 초기 시행착오에서 오는 문제점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개선하느냐가 큰 관심사다.
[환경미디어 문광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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