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후변화 대비한 댐 설계 기준 다시 짜야

하천의 무분별한 구조 변경 수해 키운다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9-09 12: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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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의암댐 사고 현장 모습 (동그라미 안: 전복된 배의 모습) <사진=송명숙 기자>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올해 사상 초유의 기록적인 장마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매년 수해방지 예산을 줄여 노후화된 수해방지 시설 정비 부족으로 피해를 더 키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반회계 예산은 줄었으나 특별회계와 기금 등을 포함한 전체 수해방지 예산은 증가했다’며 반박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정황인지 살펴봤다.

홍수관리 허술
지난 6월 남부지방에서 시작한 장마는 7월 말에 부산이 침수됐고 8월에는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력이 커져 호서 및 수도권과 강원도까지 이어지며 산사태 등의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  


집중호우 피해는 8월 2일 팔당댐의 방류량이 늘면서 잠수교가 잠기고 반포, 잠원, 신잠원 나들목이 폐쇄되기도 했다. 이로 인한 3만4209건의 주택 피해(8월 14일 기준)가 접수됐다. 주로 산사태와 천, 강의 범람으로 인한 침수였다. 8월 5일부터 둑 붕괴로 3개 마을이 잠기고 5개 마을에 주민 대피령이 발령됐으며, 섬진강의 제방이 붕괴됐다. 그러면서 그 근방에 있는 여러 마을들이 침수, 5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화개장터가 침수됐다.


8월 8일에는 용담댐이 초당 2900톤 가까이 방류해 전북 진안군 인삼밭 등 하류 지역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집중호우는 남부지방이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권에 들면서 사태가 진정되는 듯했으나 8월 7일부터 다시 남부지방에 폭우가 내렸다.

 

이 비는 8월 9일 새벽부터 다시 중부지방으로 올라와 수천 건의 시설피해를 발생시켰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며,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다. 이번 장마는 50일로 장마 기간과 종료 시기 모두 최고를 기록했다.


장마 기간의 평균 강수량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이후부터 8월 9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최장 장마 기간(49일)을 기록했던 지난 2013년(406.5mm)의 두 배인 750mm에 달했다.

 

지난 8일 하류 제방이 무너진 섬진강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섬진강댐의 홍수기 시작 시기의 수위는 185.3m였다. 이는 홍수기 제한수위(196.5m)보다 11m 낮다. 그러나 7~8월 방류량이 초당 3~30톤 수준에 그치면서 점차 수위가 높아져 8월 6일에는 193m까지 올라갔다. 이때 폭우가 갑자기 쏟아졌고 섬진강댐 제방이 100미터 정도 무너지면서 전북 남원 일대의 마을들이 물에 잠겼다.

댐관리 허술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수자원공사(이하 수공) 본사에 전북 남원시·임실·순창군, 전남 광양시·곡성·구례 등 섬진강권 6개 지자체의 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유는 수공의 부실한 댐 관리로 인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섬진강권 6개 지자체는 8~10일 집중적으로 내린 폭우로 인해 주택 2657가구가 물에 잠겼고 농경지 2675㏊가 침수됐다.


이날 한 지자체장은 “장마가 시작된 홍수기에도 수위를 과거보다 15~25m 높여서 댐들이 집중호우에 대비할 능력을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지자체장도 “집중호우 예보에도 예비 방류 없이 무리하게 방류량을 급격히 늘려 발생한 ‘인재’”라며 피해 복구와 보상을 촉구했다. 실제로 용담댐의 경우 집중호우가 시작된 7월 13~16일에는 수위가 262m 안팎을 기록, 홍수기 제한수위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수위를 낮추지 않아 지난 6일 262m인 상태로 다음 날부터 이틀간 집중호우를 맞았다.


앞서 12일에는 충남 금산, 충북 영동, 옥천, 무주 등의 피해 지역 지자체장들이 공동 입장문을 내고 댐 운영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댐의 수문을 열고 사전에 방류해 수위를 낮춰 두었어야 했다”면서 “높은 저수율을 유지하다 7~8일 집중호우가 내리자 급격히 방류하여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입은 하류 지역 누적 강수량은 약 30mm임에도 불구하고 침수피해가 난 것은 용담댐의 방류량 조절 실패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 물관리 일원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빠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집중호우에 급격한 방류로 하류 지역에 최악의 물 피해를 입힌 섬진강댐이 지난 1961년 설계 당시 정한 홍수기제한수위 등 댐 관리규정을 한 번도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정 기간에 강수가 집중되는 기준은 기후변화에 맞지 않기 때문에 홍수 조절 기능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수공 등에 따르면, 1965년 완공된 섬진강댐의 계획홍수위(EL.m)는 197.7m, 상시만수위 196.5m, 홍수기제한수위는 196.5m로 1961년 설계 당시 기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계획홍수위는 홍수조절을 위해 유입홍수를 저장할 수 있는 최고수위, 상시만수위는 농업용수 등 이수(利水) 목적으로 활용되는 최고수위를 말한다. 홍수기제한수위는 홍수 우려가 큰 매년 6월21일부터 9월 20일까지 유지해야 하는 최고수위다.


섬진강댐은 초과 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계획홍수위와 홍수이기 때 물을 최대한 채울 수 있는 홍수기제한수위 차이가 1.2m에 불과하다. 물이 급격히 유입됐을 때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댐 설계 당시 기상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홍수기제한수위 등 기준 수위를 정하는데 바꾼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섬진강댐은 오래전에 개발되어 최근과 같은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댐의 홍수 관련 기준이 시대 흐름과 기후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수해 대응 예산 매년 감소
이에 정부는 이번 장마와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 상황이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을 대비해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댐 안정성 강화와 안전관리 시스템 첨단화 등 수해 대응을 위한 내년 예산을 상당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호우에 투입된 긴급 대응 예산은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내달 초쯤 집계될 예정으로 5,000억~1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서울지역도 이번 폭우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임기 중 매년 수해방지 예산을 줄여왔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경실련은 “오 시장 임기였던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이 연간 641억 원(2005년)에서 66억 원(2010년)으로 매년 감소했다”며 “도시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시민의 도시안전 문제는 소홀하면서 외형적으로 서울시를 치장하려는 것에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민선 1기부터 5기가 시작된 올해까지 풍수해 관련 예산 분석결과, 특별회계를 포함한 예산 규모가 매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2006년 양평동 수해 발생 이후에는 수방종합대책을 마련, 2008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3109억 원을 투입했는데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재난관리기금으로 나눠진 수방관련 예산을 일부 일반회계만을 집계한 데 따른 오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최근 잦아진 기상이변에 대비한 새로운 수방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15조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섬진강 댐 방류로 무너진 제방 둑 모습

새로운 수방종합대책 필요
정부의 물관리 예산 중 수해 예방 항목은 크게 ‘하천관리 및 홍수예보’와 ‘댐건설 및 치수능력 증대’로 나눈다. 지난 2012년 이 두 예산을 합친 금액은 2조8405억 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하천관리 및 홍수예보’ 예산은 4020억 원, ‘댐건설 및 치수능력 증대’ 예산은 7027억 원(환경부와 국토부 해당 예산 합산)에 그쳐 1조104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8년 만에 치수(治水) 예산이 61%나 줄어든 것이다. 그 사이 정부 전체 예산은 2012년 343조5000억 원에서 올해 512조3000억 원으로 50% 정도 증가했다.


정부의 수해 예방 예산은 2013년 2조6714억 원, 2016년 2조173억원 등으로 차츰 줄어들다 2017년 1조6859억 원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국토부가 맡던 ‘수량 관리’까지 환경부가 맡는 물관리 일원화를 시행한 2018년에는 수해 예방 예산이 9925억 원으로 급감했고, 이후 1조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하천관리 예산 일부가 2018년부터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면서 적게 보이는 것”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처럼 예산이 줄어들면서 노후화된 수해방지 시설을 제대로 손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9일 이번 홍수로 무너진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제는 2004년 준공한 시설이다. 부산국토관리청에 따르면, 낙동강 본류를 막는 제방이 붕괴된 것은 지난 2002년 태풍으로 인해 함안 백산제가 무너진 후 18년 만이다. 지난 8일 무너진 전북 남원시 금지면 금곡교 인근 제방(섬진제)은 1992년 만든 것이라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시설이다.


4대강 사업이 정치적인 논란으로 흐르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들까지 하천 정비에 손을 놓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발간하는 ‘홍수피해 상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물난리로 피해를 입은 하천의 95% 이상이 지방하천이다. 2019년 피해 하천 53개 중 51개가, 2018년에도 137개 중 136개가 지방하천이 피해를 입었다. 수해가 큰 강보다 지류·지천 등 중소 하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재해예방사업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취급하면서 재해 예방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생태학자인 서울여대 이창석 교수는 “토양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것보다 거칠다”면서 “토양에는 식물이 정착하기 마련이어서 거칠기가 더 증가하며 물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데, 토양이 숨 쉬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면 침수현상은 훨씬 덜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천의 무분별한 구조 변경과 이를 위한 아스팔트 및 콘크리트 포장도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더 잦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대비한 댐, 하천 등에 새로운 홍수관리대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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