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AS, 수십 년 지나도 하천·퇴적물에 잔류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5-19 22: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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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30여 년 전 도로 위 유조차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PFAS 함유 포소화약제가 식수원 오염원으로 지금까지 식수원과 하천 퇴적물을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 즉 PFAS의 강한 잔류성과 이동성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했다. 논문 제목은 「PFAS foam을 이용해 고속도로 유조차 화재를 진압한 지 24년 이상 지난 뒤 확인된 두 식수원 유역의 오염」이며, 최근 Water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두 식수원 유역을 조사했다. 하나는 블루마운틴 메들로 배스(Medlow Bath) 일대이며, 다른 하나는 센트럴코스트의 우림바 크리크(Ourimbah Creek) 유역이다. 두 지역 모두 과거 대형 유조차 사고와 화재가 발생했고, 당시 불길을 잡기 위해 PFAS 계열 계면활성제가 포함된 수성막포소화약제(AFFF)가 사용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메들로 배스에서는 1992년 9월 23일 약 4만800리터의 휘발유를 실은 유조차가 그레이트웨스턴하이웨이에서 사고를 일으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 지점에서 흘러나온 소방수와 AFFF는 인근의 작은 도시 하천으로 유입된 뒤, 하류의 메들로댐과 그리브스 크리크댐으로 이어지는 식수원 유역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림바 크리크에서는 2000년 12월 8일 약 4만 리터 규모의 유조차 화재가 발생했고, 이곳 역시 AFFF와 물을 이용해 진화됐다.

연구진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두 지역의 하천과 습지에서 물과 퇴적물 시료를 채취해 PFAS 농도를 분석했다. 주요 분석 대상은 PFOS, PFHxS, PFOA, PFBS 등이다. 검사는 호주 공인 시험기관에서 수행됐으며, 연구진은 호주·뉴질랜드의 PFAS 환경관리 기준과 호주 식수 기준을 함께 적용해 오염 수준을 평가했다.

조사 결과 가장 심각한 오염은 1992년 사고 지점 하류의 메들로 배스 소하천에서 확인됐다. 이 지점의 물에서는 PFOS 평균 농도가 리터당 2160나노그램으로 나타났다. 이는 호주 식수 기준인 리터당 8나노그램의 270배에 해당한다. PFHxS 역시 평균 리터당 1028나노그램으로, 식수 기준인 리터당 30나노그램을 30배 이상 초과했다.

생태계 기준과 비교하면 초과 폭은 더욱 컸다. 메들로 배스 지점의 PFOS 농도는 담수 수생생물 99% 보호 기준인 리터당 0.23나노그램의 9000배 이상으로 분석됐다. 하류의 그리브스 크리크에서도 PFOS가 검출됐으며, 블루마운틴 국립공원과 세계유산지역으로 이어지는 지점에서도 수생태 보호 기준을 100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적물 오염도 뚜렷했다. 메들로 배스 사고 지점 인근 하천 퇴적물의 PFOS 평균 농도는 kg당 21만3333나노그램에 달했다. 이는 호주 PFAS 환경관리계획상 토양 기준인 kg당 3000나노그램을 70배 이상 초과하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유기물이 풍부한 습지성 퇴적물이 PFAS를 장기간 붙잡아두는 저장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림바 크리크 유역에서는 사고 지점 주변 두 개 범람원 습지에서 PFAS 오염이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한 습지에서는 물에서 PFHxS 평균 리터당 327나노그램, PFOS 평균 리터당 105나노그램이 검출됐다. 또 습지 퇴적물에서는 PFOS가 kg당 9000~1만 나노그램 수준으로 나타나 기준을 3배 이상 초과했다.

다만 우림바 크리크 본류 물에서는 이번 연구의 시료에서 PFAS가 검출 한계 이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지역의 오염이 블루마운틴처럼 식수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염된 습지가 지하수 취수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우림바 크리크가 센트럴코스트 식수 공급 체계의 일부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림바 크리크에서는 과거 오리너구리 사체의 간에서 높은 PFOS 농도가 확인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만으로 유조차 화재와 오리너구리 PFAS 축적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일회성 사고로 보이는 PFAS 유출도 수십 년 뒤까지 식수원과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PFAS 오염 연구는 공항, 군사시설, 소방훈련장처럼 AFFF가 반복적으로 사용된 장소에 집중돼 왔다. 반면 이번 연구는 단일 교통사고와 화재 진압 과정에서 사용된 소방 포소화약제가 20~30년 이상 장기 오염원으로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다만 오염의 정확한 원인과 시점을 완전히 특정하기에는 자료 공백이 크다고 인정했다. 두 지역 모두 PFAS 포소화약제 사용 기록이 있고 사고 지점과 오염 지점의 위치 관계가 뚜렷하지만, 사고 직후부터 장기간 이어진 수질·퇴적물 모니터링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문은 두 유조차 화재와 AFFF 사용이 “오염의 유력한 원인”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인과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함께 제시했다.

블루마운틴 사례는 식수 관리 체계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연구에 따르면 해당 지역 식수원 PFAS 오염은 2024년 중반 드러났고, 이후 메들로댐과 그리브스 크리크댐은 식수 공급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 이상, 시드니 식수망 일부에서 PFAS가 측정된 지 14년 이상이 지나서야 이 오염이 확인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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