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1830년대 일본을 강타한 텐포 기근의 배경에는 여름철 악천후와 그에 따른 쌀값 급등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ROIS(Research Organization of Information and Systems) 연구진은 오래된 일기와 관측 기록을 활용해 당시의 월별 기후 변화를 복원하고, 이것이 쌀 가격 변동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추적했다.
텐포 기근은 일본 역사상 가장 심각한 기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쌀 생산에 악영향을 준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쌀값 상승이 기근을 심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다만 지금까지의 역사 기후 연구는 주로 나이테, 호수 퇴적물 등 대리 자료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자료는 장기적인 기후 변동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대체로 연 단위 정보에 머물러 계절별·지역별 차이를 세밀하게 살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1821년부터 1850년까지 작성된 18개의 역사적 일기를 분석해 월별 일사량을 재구성했다. 또 이를 오사카의 월별 쌀 가격 자료와 비교해 기후 이상이 쌀 가격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1830년대 텐포 기근을 중심으로 초기 근대 일본의 쌀 가격 변동과 기후 이상 현상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연구는 주로 연간 자료에 의존했기 때문에 계절적 기후 변화가 쌀 가격 변화와 어떻게 맞물렸는지 살피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일본의 역사 기상 관측 자료가 축적된 역사 기상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의 기후 패턴과 지역별 변동을 살폈으며,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같은 지역의 일반적인 태양 복사 패턴을 기준선으로 삼았다. 이후 일기와 관측 일지에 기록된 날씨 표현을 토대로 과거의 일사량을 추정하는 분석 체계를 구축했다.
분석 결과, 1836년 여름 중부 일본에서는 7월과 8월 일사량이 평년보다 약 10%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이후 쌀값은 급격히 상승했고, 이듬해 여름에는 평균 수준의 3~4배까지 치솟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시기적 일치가 수확 전 계절의 기상 조건이 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특히 1836년 여름부터 1838년 8월까지 열악한 여름 날씨가 지속된 점도 주목된다. 쌀 가격은 1836년 8월부터 1837년 9월까지 평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 관리들이 흉작을 우려하고 있었다는 역사적 증거도 확인됐다. 흉작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전부터 쌀값 안정을 위해 과도한 구매를 자제하라는 선언이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쌀 가격 자체도 역사 기후학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쌀값은 기후뿐 아니라 무역, 폭동, 태풍, 정부 개입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기후 조건을 추정한 자료와 가격 자료를 함께 살펴봐야 기후가 사회에 미친 영향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연 단위가 아닌 월 단위 분석에 있다. 기근 기간에도 쌀값은 달마다 다르게 움직였고, 일부 시기에는 다른 달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보였다. 새롭게 개발된 분석 프레임워크는 기후 변화와 사회경제적 충격 사이의 관계를 계절 단위로 추적할 수 있게 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월별 일사량 복원 범위를 더 넓은 지역과 긴 시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 단계는 월별 일사량 재구성을 더 넓은 지역과 더 긴 기간으로 확장하고, 이를 농업 및 가격과 관련된 추가 역사 기록과 통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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