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폐의류, 기후위기의 또 다른 얼굴 4/5 : 정책의 전환...폐의류를 ‘처리’가 아닌 ‘관리’ 대상으로

글: 최경영(한국저영향개발협회 회장/서울대학교 겸임교수)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5-14 1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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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류 문제의 본질은 재활용률의 숫자에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정책이 여전히 ‘처리’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데 있다. 얼마나 많이 수거했는가, 얼마나 재활용했다고 발표할 것인가에 집중할 뿐, 왜 이렇게 많은 의류가 버려지고 있고 그 이후 어떤 기후 비용을 남기는지에 대한 구조적 접근은 부족하다. 이제는 폐의류를 쓰레기로 처리하는 정책에서, 탄소와 자원 관점에서 ‘관리’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섬유 산업에 대한 생산자책임확대제(EPR)의 본격적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 시범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의류 생산 기업이 제품의 수거와 재사용, 재활용, 최종 처분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전가가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내구성과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압력이다. 기업이 책임을 지지 않는 한, 과잉 생산과 단기 소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둘째, 패스트패션 중심의 대량·저가 생산 구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유행 주기를 인위적으로 단축시키고 소비를 자극하는 모델은 결국 폐기물 증가로 직결된다. 제품 수명 연장을 유도하는 세제 혜택, 품질 기준 강화, ‘오래 입는 옷’에 대한 인증 제도는 소비 문화를 바꾸는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수선 산업과 중고 의류 시장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한 대안이다. 폐기 이전에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자원 절감 전략이기 때문이다.
 

셋째, 폐섬유의 매립과 소각을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처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면, 기업과 지자체는 가장 쉬운 선택을 하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과 메탄 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소각과 매립에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고, 자원화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탄소배출권과 메탄 저감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이다. 폐의류 매립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소각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방식은 단순한 폐기물 정책이 아니라 기후정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만약 폐섬유를 안정적으로 자원화하여 탄소 배출을 줄인다면, 이는 탄소배출권 체계와 연결될 수 있고, 기후 재정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재활용률을 몇 퍼센트 올릴 것인가가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버린 뒤 처리’에 머무는 정책 구조다. 폐의류를 쓰레기가 아닌 관리 대상 자원으로 바라보고, 생산·소비·폐기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정책 전환의 핵심이다. 처리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의 전환, 그것이 폐의류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제도적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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