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지자체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치 고민해봐야 할 때

에너지 자립으로 주민 소득과 지역 활력 기폭제 되어야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3-02 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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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에서 열리는 연례회의에 맞춰 ‘위험 인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보고서는 통상 주도층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작성되며, 올해(2026년판)는 16개국 1만1000명을 대상으로 33개 위험 요인을 조사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가장 위험한 것의 상단이 환경 리스크로 빠르게 재편됐다는 점이다. 상위 10대 위험 가운데 절반가량이 환경·기후 관련 항목으로 채워졌고, 특히 극단적 기상 현상이 1위로 지목됐다. 뒤이어 생물다양성 상실 및 생태계 붕괴, 기후 시스템의 중대한 변화가 상위권에 포진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기후에너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와 향후 정책 개편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에는 관련 세미나가 개최됐는데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사)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지방선거 대비 기후·에너지 실전 공약 개발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었다.

기온 상승은 숫자에 그치지 않아…재난·보건·불평등·이주로 확산

▲AI생성형 이미지 
국내 사례의 기후위기로는 장기 관측(1970년대 이후) 이래 최근 몇 년이 상위권 고온을 기록하며 세계 평균 흐름과 유사하다는 점이 언급됐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해양 수온 상승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는 관측을 보이며, 폭염·열대야 같은 기상 현상이 온열질환 증가, 노동 안전, 생산성 저하로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폭염기 휴식 보장과 냉방·보호조치 강화 등 제도 변화가 이뤄졌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또 다른 ‘가속 장치’로는 산불이 제시됐다. 2025년 3월 대형 산불 경험을 언급하며, 발화 원인은 인간 실수인 경우가 많더라도 고온·건조·강풍 등 조건이 갖춰지면 작은 불씨가 대형 재난으로 증폭된다는 점, 그리고 산불이 대규모 이산화탄소 배출과 흡수원(산림) 훼손을 동시에 일으켜 기후변화를 되레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재난 비용 증가와 함께, 자연재난이 심화된 지역에서 ‘원치 않는 이동’이 늘어나는 흐름도 문제로 지목됐다.
 

특히 온실가스 가운데 에너지 부문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약 70% 수준) “에너지전환 없이는 탄소중립도 없다”는 지적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해법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아니라 △수요 감축(효율·절약) △분산형 전원 확대 △스마트그리드·수요반응 등 ‘계통 유연성’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고려하면 전기가 있을 때 쓰고 없을 때 줄이는 가격·수요 설계(시간대별 요금 등)가 필요하고, 복잡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조정·예측 기술로 AI의 역할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기업 측면에선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지향하는 RE100 확산을 들어,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까지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력 다소비 기업의 수요 규모가 크지만,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뒤따르지 못하면 수출·공급망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뒤따랐다.

글로벌 전력시장은 이미 ‘재생에너지 중심’
전 세계 발전·에너지 시장의 중심축은 이미 재생에너지로 재편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신규 발전설비 설치 추이를 보면 2024년 기준 태양광(약 452GW)과 풍력(약 113GW) 증가가 압도적이며, 원전 증설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석탄은 주요국에서 빠르게 퇴출되는 흐름이고, 화석연료 신규 증분의 상당 부분은 천연가스에 해당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이사는 그 핵심 근거로 비용을 꼽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추이를 보면 2010년대 초 고비용이던 태양광이 급락해 현재는 풍력·태양광이 최저 원가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고, 화석연료는 전쟁·연료가격 변동 영향으로 높은 비용 구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양상이 비슷하다. 한병화 이사는 “트럼프 집권기에도 석탄발전은 매년 10GW 안팎이 줄었고, 신규 발전의 대부분은 풍력·태양광이었다”며 “정치 변수와 무관하게 경제성이 흐름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 구간에 못 들어갔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대형화가 원가를 낮추는 전력산업의 기본 논리와 달리, 소형화가 경제성을 담보할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이터센터는 오히려 재생에너지·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를 촉진하는 변수로 제시됐다. 데이터센터는 고용 유발이 크지 않은 반면 열·용수·전력 부담이 커 지역 반발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신규 재생에너지 건설과 물 처리 등을 포함해 지역 부담을 줄이겠다”는 사회적 수용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신규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 전력 80% 이상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갔다고 언급했다. 이 흐름 속에서 ESS 설치가 급증하고 있으며, 유럽은 마이너스 전력요금(재생에너지 과잉 시 전력을 ‘버려야’ 하는 구간)까지 나타나는 만큼 저장 인프라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속도 못 내면 경쟁에서 밀린다

그렇다면 한국의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목표와 실행의 간극’이다. 2030년 태양광 100GW 달성을 위해서는 연간 설치량이 지금보다 급격히 늘어 2030년 무렵에는 최소 9GW 안팎이 필요하고, 풍력도 연 4~5GW 수준(육상 환산)의 설치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한 이사는 “현재 속도로는 불가능하지만, 해야만 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태양광은 영농형·산단·루프탑 등 다양한 옵션이 있으나 대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농지 활용, 임차농·토지소유주 갈등 조정, 제도 보완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해상풍력은 해외에 비해 인허가·사업기간이 과도하게 길고, 국방부 협의 등 리스크가 뒤늦게 표면화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에너지전환을 “환경 담론이 아니라 먹고사는 생존·경쟁의 문제”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성장축은 AI와 그린산업 두 축뿐”이라며, 지방정부가 산업 전환의 실행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장 전환·인프라(유틸리티) 지원, 밸류체인 기업 유치, 지역 산업 전략을 선제적으로 짜는 지자체가 향후 10~20년 격차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다음 전환 국면에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에너지·산업 전환을 선거와 지역 의제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지역 갈등의 씨앗에서 ‘소득’으로
기후위기와 재난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태양광·풍력 확대는 이제 필수가 되고 있지만 발전단지가 실제로 들어서는 현장에서는 주민 반대가 되풀이되며, 재생에너지 확산의 최대 병목이 ‘지역 수용성’으로 굳어졌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이자 제주특별자치도 이왕재 자문관은 재생에너지 갈등의 핵심을 “도시가 전력을 소비하고, 농어촌이 설비를 떠안는 구조”에서 찾았다. 수요는 수도권·도시에 집중돼 있지만, 태양광·풍력 설비는 결국 농촌·어촌에 설치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방소멸·농어촌 경제와 분리된 사안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경제를 되살릴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관건은 발전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닌 지역 소득 기반으로 전환하는 설계라고 강조했다.
 

그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햇빛연금·바람연금’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만들어내는 수익을 사업자가 독점하고 주민에게는 일회성 지원금만 주는 방식(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기금, 마을잔치성 지원 등)으로는 갈등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대신 발전사업의 수익이 매년 발생하는 구조를 활용해, 주민이 발전사업의 피해자가 아니라 주체로 참여하고 이익을 연금처럼 정기 배분받는 체계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spc설립과 자금조달 용이성으로 주민 참여 확대해야
구체적으로는 발전단지별로 전력 생산·판매만을 수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때 주민 참여 지분을 제도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식이 거론됐다. ‘햇빛과 바람은 특정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지역의 공유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인허가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가 주민참여·이익공유를 조건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발전사업 수익은 전력 도매가격(SMP)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 대금이 핵심이며, 주민이 보유한 지분만큼 배당이 ‘연금’처럼 지급되는 구조다.
 

사례도 제시됐다. 제주에서는 해상풍력 추진 과정에서 해녀·주민 반발이 거셌지만, 매출의 일정 비율과 순이익 일부를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으로 적립해 지역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제도화가 시도됐다고 소개했다. 전남 신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민 참여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단순화했다. 주민들이 개별로 SPC에 참여하는 대신, 주민협동조합이 SPC에 들어가고 주민은 조합 가입만으로 수익 배분 자격을 갖게 하는 구조다. 신안은 이를 통해 주민 환원 규모가 누적 100억 원을 넘겼고, 아동수당·장학기금 등으로 확장하는 구상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AI생성형 이미지 

다만 연금 모델의 약점도 분명하다고 했다. 주민 지분 참여는 결국 초기 투자금을 필요로 하는데, 여유자금이 없는 주민은 참여 자체가 어렵다. 돈 있는 사람만 혜택을 보는 역진성을 해소하려면 금융이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안 사례에서는 공공이 신용보증(지역 신용보증재단 등)으로 대출을 뒷받침해 주민이 참여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왕재 자문관은 지방정부가 다음 단계로 해야 할 일도 제안했다. △개발이익 공유와 주민참여의 의무화 △주민펀드·협동조합 등 참여 플랫폼 구축 △공공 보증을 통한 참여금융 지원 △배당의 지역화폐 지급 등 지역 내 소비 유도 △해상풍력(해양)·영농형 태양광(농촌)·공공건물·옥상(도심) 등 지역맞춤형 공급 전략을 패키지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는 “바람과 햇빛은 지역의 핵심 자산이며, 공유자원을 기반으로 주민소득과 지역경제를 함께 키우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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