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소리가 예전보다 더 시끄러워졌다는 말이 들려온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워지는 여름 날씨에 우리가 예민해져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 매미 울음소리가 더 시끄러워진 것일까?
매미 울음소리가 실제로 더 커졌다고 보는 것이 더 맞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미의 종류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매미의 종류에 따라 울음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매미 중에서 도심에 밀집되어 있는 매미는 ‘참매미’와 ‘말매미’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이 참매미와 말매미가 지축을 울리는 소리의 근원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가마솥더위에 도시 사람들의 밤잠까지 설치게 하는 참매미와 말매미 소리. 도대체 얼마나 시끄럽길래 잠을 못 이룰 정도일까?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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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매미를 관찰하는 어린이. |
지난 7월 30일 저녁, 국립생태원 강재연 연구원님과 어린이과학동아의 지구사랑탐사대가 함께하는 매미탐사에 동행하기 위해 향한 곳은 서울 올림픽공원. 역시 소문대로 매미 소리가 귀를 압도한다. 특히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더 많이 들린다. 애매미, 유지매미, 털매미 등 여러 매미 소리가 섞여 들리는데, 참매미, 말매미, 쓰름매미의 울음소리가 가장 많이 들린다.
바닥을 보니 손가락으로 땅을 쿡 찌른 듯한 구멍이 나무 뿌리 주변으로 많이 뚫려 있었는데 모두 매미 유충이 있는 구멍이다. 소리가 요란하니 매미 유충 사는 곳이 적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 했지만 아주 더 많다. 동행한 어린이과학동아 이상아 기자님의 경험담에 따르면 어떤 곳에서는 나무 뿌리 주위에 구멍이 10cm 간격으로 30~40개 정도가 있었는데 밤에 매미가 우화하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그 주위에 가만히 서 있으면 매미 유충들이 사람 다리를 나무인 줄 알고 기어올라온다고 한다.
함께 동행한 어린이과학동아 지구사랑탐사대는 독자 위주로 운영되는 만큼 동행하는 부모님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대원들이다. 강재연 연구원님은 매미와 관련한 무궁무진한 지식을 최대 집중력 한계시간인 5분 안에 전달해야 한다! 탐사대원들은 이미 매미 탈피각만 보아도 손을 뻗어 잡겠노라고 애를 쓴다. 결국 매미와 매미 탈피각을 채집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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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매일 밟는 땅 아래에는 80dB의 잠재력이 날개 펼 날을 기다리고 있다. |
평소 땅에서 자라는 풀꽃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보던 내 눈에는 나무껍질에 붙은 작은 매미나 그들의 탈피각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역시 관심이 많은 분야라서 그런지 많이 찾았다. 아이들이 동정해달라고 연구원님께 몰려든다. 대부분 참매미 성충과 참매미의 탈피각이다. 가끔 말매미 탈피각도 찾아왔다.
“이건 참매미네요, 이것도 참매미에요. 네, 그거 애매미 맞아요.”
내 눈에는 말매미와 애매미 정도의 크기 차이가 아니면 구분이 어려운데 연구원님은 바로 동정을 하신다. 탈피각만 보고도 동정을 하는 것이 신기해서 어떻게 아는 거냐고 여쭤보았다. 당연히 관찰한 세월과 내공의 결과겠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답을 하셨다.
“사실 육안으로 동정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정확히 동정을 하려면 실험실에서 실측 사이즈를 측정하는 것이 맞아요. 참매미는 유지매미 탈피각이랑 비슷해서 앞다리의 집게발 각도로 구분하고, 애매미와 쓰름매미 경우 각자 볼록한 배면의 둘레로 구별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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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말매미, 참매미, 쓰름매미, 애매미, 털매미의 탈피각. |
한 친구가 참매미 한 쌍을 잡아왔다. 수컷이 귀청 떨어지도록 울어대지만 연구원님은 암수의 차이를 차분히 설명한다. 수컷 매미는 배에 물고기 비늘 같이 생긴 발음기가 있는데 그곳에서 소리가 시작되고, 통통한 배를 타악기의 울림통처럼 이용하여 소리를 더 크게 울린다. 수컷 매미가 이렇게 울음소리를 내는 이유는 바로 짝짓기를 할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암컷도 수컷처럼 통통한 배가 있기는 하지만 발음기가 없어서 소리를 못낸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우화한 후에는 보름에서 한 달 정도밖에 못산다는 매미 암컷은 소리도 못내는데 그 통통한 배를 어디에 쓸까?
바로 산란이다. 수컷처럼 발음기가 있지는 않아서 소리는 못 내지만 알을 내보내는 산란관이 꽁지 부분에 툭 튀어나와 있는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손에 잡혀있는 참매미 중 암컷은 조용한데 수컷은 요란한 것이다. 둘 다 살고자 하는 급박함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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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매미 암컷(좌)과 수컷(우). 수컷은 발음기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참매미를 보니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시절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전기세 아끼려고 창문 열고 선풍기로 버티던 여름방학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참매미가 참 많았는데 해질녘인 저녁 7시쯤에 잠깐 잠잠해지다가 밤 12시가 되면 다시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새벽 4시부터 해 뜰 무렵까지 밤 12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소리로 “맴~~ 맴~~ 매앰~~~”하며 울던, 지금 생각하면 정겨운 참매미가 기억난다. 특히 방충망에 5~6마리씩 붙어서 울 때는 방충망을 툭툭 건드리며 다른 집 창문으로 가라고 날려보냈었다.
참매미 다음으로 많은 말매미는 채집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예전보다 매미 소리가 더 시끄러워졌다’고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 말매미 개체수가 급증한 것에 있다. 말매미는 따듯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남아시아나 일본 같은 남쪽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최근 온난화 현상과 열대야 등 기후환경 변화로 인해 한반도에도 말매미가 급증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참매미는 “맴~~ 맴~~ 매앰~~” 주기를 갖고 울음소리를 내며 음폭이 단조롭지 않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와 원리가 비슷한 소리를 내지만, 말매미는 이러한 주기도 없이 “매~~애~~~~~~~”하고 계속 울어댄다. 쉬는 주기가 없어서 사람이 잠깐이라도 그 소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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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매미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말매미 <사진제공=국립생태원 강재원 연구원> |
게다가 더 문제가 되는 점은,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16Hz 이상의 높은 베타파(High-beta wave)를 낸다는 점이다. 이 높은 베타파는 사람이 어떤 일에 고도로 집중했을 때 나오는 파장인데, 이 소리를 들으면 사람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각성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신경을 끄려고 해도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몸이 긴장되거나 다시 집중을 하게 된다. 말매미 울음소리에 일정시간 노출되면, 사람은 짜증도 나고 피곤하기도 한 것이다.
말매미가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났을까? 3년에 걸쳐서 서울, 과천, 양평, 이천 등 서울과 같은 위도에 있는 지역을 비교한 이화여대 장이권 교수님의 연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지방 소도시보다 수도권에 매미가 약 3~4배 정도 더 많이 서식한다. 그리고 매미 중에서도, 특히 말매미의 분포는 수도권이 같은 위도의 지방 소도시보다 최소 10배 이상 높다”고 한다. 다른 매미의 유충보다 성장할 때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는 말매미 유충의 특성과 최근 상승한 수도권 평균기온으로 미루어보면, 최근 수도권은 말매미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되었고 그에 따라 말매미의 개체수가 급증했다고 분석할 수 있겠다.
도시의 매미 울음소리가 더 시끄러워진 이유가 기후만은 아닐 것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안능호 박사님은 “도시화도 매미 울음소리를 증폭시켰다”고 설명한다. 도시일수록 매미 개체수가 많고 지방으로 갈수록 매미 개체수가 적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지방일수록 숲과 산으로 매미가 분산되는 반면, 도시는 숲과 산이 적지만 단풍나무나 느티나무, 왕벚나무와 같이 나무 수액을 먹는 매미가 좋아하는 교목들이 공원과 아파트 같은 특정 장소에 밀집되어 있으며, 건물과 빌딩이 많은 도시는 매미 입장에서는 주변이 고립된 형태이기 때문에 도시에 매미 개체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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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부터 가슴을 가로지르는 길쭉한 참매미의 입. 매미는 이 기관으로 나무 수액을 먹는다. |
도시는 고층 건물이 마주 보고 있는 구조를 흔히 찾을 수 있는데, 그러한 점이 소리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어려우며, 말매미의 특성인 한 마리가 울면 여러 마리가 같이 우는 점을 비추어 보면 매미의 울음소리가 도시에서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매미를 마냥 미워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참매미와 유지매미 같은 경우는 7년 동안 땅 속에서 머물다 땅 위에서 우화하면 길게 살아봐야 고작 한 달을 살아가니 말이다. 매미는 오랜 시간 진화를 거치면서 포식자와 마주칠 확률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생애주기를 소수(Prime number) 주기로 맞춘, 나름 힘들게 살아온 곤충이다. 매미는 살기 위해서 인간보다 먼저 소수, 나누어 떨어지는 수가 1과 자기 자신만을 갖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를 찾은 것이다. 매미의 생애주기는 모두 5년, 7년, 13년, 17년. 종류마다 각각 이 중 하나에 포함된다.
이 주기는 모두 소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미가 정확하게 이러한 소수 주기를 지키는 이유는 바로 인해전술을 시전하기 위해서다. 매미의 천적은 새, 도마뱀, 쥐, 거미, 사마귀, 너구리, 족제비, 어떤 경우는 물고기까지도 매미를 잡아먹는다. 매미에게 천적은 너무 많고, 야생은 험난하다. 매미가 천적에게 맞서는 방법은 다름아닌 '인해전술'인 것이다. 몇 마리는 천적에게 잡아 먹혀도 수십억 개체의 매미를 한번에 모두 잡아 먹힐 일은 없을 테니, 땅 속에서 지루한 소수 주기의 긴 세월을 버티다가 모든 매미가 떼지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매미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장 패턴을 천적의 성장 패턴과 달리해야 했다. 5년, 7년, 13년, 17년 같은 소수를 주기로 하면 천적과 마주칠 상황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서 100년간 생애주기가 7년인 참매미와, 다람쥐와 같이 생애주기가 6년인 천적을 같은 해에 마주칠 확률은 42년째와 84년째인 단 두 번뿐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매미보다 더 긴 17년 생애주기의 매미도 미국에 있다.
위와 같은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늘 궁금증이 생긴다. 초원에서는 기린이 나무를 먹기 위해 목이 길어지고, 매미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생애주기를 소수로 설정해놓고. 마치 호모 사피엔스 외의 생물은 자신의 단점을 자유자재로 고치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우리들에게 소개된다. 사실 이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에 내가 언젠가는 진화론을 반박할 만한 어마어마한 가설을 세상에 내놓겠다며 김칫국을 마시곤 했는데 이것은 진화론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였을 뿐이다.
이 문제와 관련된 속 시원한 해답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서 얻었다.
진화는 생물 마음대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단지 현재 찾아 볼 수 없는 형질을 가진 종들은(ex-목 짧은 기린, 소수 생애주기가 아닌 매미 등) 살아남지 못하여 도태된 것이고 현재 남은 종들은 과거부터 생존하기 유리한 형질로 인해 현재까지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옳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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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공원과 아파트마다 설치된 벌레잡이 등기구. |
이와 같이 현생의 매미과 곤충은 약 1억 8000만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화를 거치며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뒤늦게 등장한, 길어봐야 25만년의 역사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가 문명을 건설하면서 숲과 산이 베어나가기 시작하고 점점 매미가 서식할 숲이 줄어들었다. 최근 인류는 생물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중요하다고 말하기에 앞서 인류가 건설한 도시를 살펴보면 상당히 모순이 있다. 도시에서 그나마 생물다양성이 공존하기 쉬운 장소인 공원에도 흙과 풀을 허용하지 못하고 보도블록으로 길을 포장했고, 거리의 가로수는 사람들이 '정리'라는 명목으로 굵은 가지까지도 무참히 잘라냈다. 아파트나 공원 곳곳에는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매미와 다른 곤충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벌레잡이 등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곤충의 개체수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그 곤충들을 다 잡을 수 있다면 잡을 기세다. 아직 우리의 도시는 생물다양성도 아닌, 매미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
매미는 그런 와중에도 악착같이 도시에 정착해서 생물다양성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매미가 징그럽다, 시끄럽다며 너무 쉽게 미워한다. 왜 말매미는 더운 곳을 찾아서 서울까지 올라오게 됐으며, 얼마나 삭막한 도시였길래 집 주변 키 작은 나무의 수액 한 방울이라도 더 먹겠다고 우리들의 집 앞까지 날아오고, 주위가 어두컴컴해지면 조용해지는 참매미가 왜 밤새도록 낮인 줄 알고 울게 되었을까.
다시 해가 저물고 올림픽공원에도 여름 밤이 찾아왔다. 어둑어둑해지니 매미는 목청 높여 운다.
입추가 지나고 삼복더위가 끝나고도 열대야가 지속되는 올해 여름. 이번에 들리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서 소리치는 생명의 마지막 절규일지도 모른다. <그린기자단 권순호/ 이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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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에 나무를 기어오르는 참매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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