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빙하 붕괴, 새로운 기후위험의 신호인가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8-31 21: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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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 붕괴와 홍수를 두고 기후변화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는 산악재난의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빙하가 녹아 호수가 터지는 전형적인 빙하호 붕괴 홍수와 달리, 이번에는 빙하와 그 아래 암반이 함께 무너지면서 거대한 얼음·암석 사태와 토석류가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과학자들은 히말라야의 온난화가 빙하와 영구동토층, 산악사면의 불안정을 키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붕괴를 곧바로 기후변화의 결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재난은 최근 네팔·티베트 접경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발생했다. 위성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해발 약 5,200m에 있던 빙하 하단부와 암반 일부가 무너지면서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얼음과 암석, 토사가 계곡을 따라 쏟아져 내려가면서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고 거대한 토석류가 하류 마을과 도로, 교량, 수력발전시설을 덮쳤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처음에는 이 진동을 지진으로 분류했으나, 장주기 지진파를 재분석한 뒤 빙하와 암반의 붕괴가 만들어낸 산사태 신호로 수정했다. 붕괴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규모 5.2 지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관측됐다.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전후 위성사진에서는 붕괴 전 녹색 산지였던 계곡이 사고 후 갈색 토사와 퇴적물로 뒤덮인 모습이 확인됐다. 네팔 재난 당국은 산사태와 빙하가 뒤섞인 홍수가 국경검문소에서 북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렌데강 상류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피해 규모는 수색이 진행되면서 계속 커지고 있다. AFP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소 584명, 실종자는 2,400여 명이었지만, AP통신은 31일 네팔 재난 당국을 인용해 네팔에서만 903명이 숨지고 4,247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집계한 티베트 지역 피해는 사망 16명, 실종 546명이다. 

사고 이후 상류에는 빙하와 암석, 토사가 강을 가로막으면서 새로운 호수가 형성됐다. 네팔 당국은 이 물이 갑자기 방출될 경우 추가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류 주민들에게 경보를 내렸다.

한편 이번 재난은 일반적인 빙하호 붕괴 홍수와도 차이가 있다. 빙하호 붕괴 홍수는 빙하가 후퇴하면서 생긴 호수를 가로막던 빙퇴석이나 얼음 제방이 무너져 물이 한꺼번에 방출되는 현상이다. 반면 이번 사고는 빙하와 기반암 자체가 먼저 붕괴하고, 얼음·암석 사태가 강과 계곡의 물을 끌어들이면서 대규모 토석류로 확대된 복합재난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빙하학자 에티엔 베르티에는 이와 유사한 현상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히말라야는 경사가 가파르고 지각활동이 활발해 빙하와 암반 붕괴가 대형 재난으로 확대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카디프대학교의 환경재난 전문가 트리스트럼 헤일스 교수도 AFP에 히말라야와 알프스를 중심으로 최근 10년간 이처럼 극단적으로 위험한 토석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얇아지고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암반을 붙잡아주던 얼음의 결속력이 약해져 낙석과 산사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히말라야의 장기 변화도 뚜렷하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가 202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힌두쿠시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손실 속도는 2000년 이후 약 두 배로 빨라졌다. 이 지역은 극지방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얼음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20억 명의 물과 식량·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고는 빙하 면적과 빙하호만 감시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산악재난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빙하의 이동과 균열, 기반암 변형, 영구동토층 온도, 상류 수위 등을 위성과 지상센서로 함께 관측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히말라야의 강과 빙하는 여러 국가의 국경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팔은 사고 석 달 전 중국 측과 빙하호 목록 작성과 위험지도 구축, 수위·빙하 이동정보 공유 방안을 논의했지만 정식 협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홍수로 관측소 최소 4곳이 파괴되면서 하류 경보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네팔 빙하 붕괴가 기후변화가 직접 일으킨 재난인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온난화로 빙하와 산악사면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빙하 붕괴와 암반사태, 하천 범람이 연쇄적으로 결합하는 복합재난이 새로운 위험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번 사고는 히말라야의 빙하 감시가 단순한 환경 관측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재난 대응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이번 홍수로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두절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으로,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합동신속대응팀과 네팔군은 헬기를 이용해 실종 추정 지역을 수색했으나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트리슐리강 하류와 인근 계곡으로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드론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현장에 고립됐던 한국인 10명은 모두 안전지역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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