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殺生) 말고, 상생(相生)을!

도심에서 출몰하는 야생동물의 고충을 짐작하다.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11-29 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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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 계신 관계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교내에 멧돼지가 출몰했다고 합니다. 아직 학교에 남아계신 분들은 신속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귀가하시는 분들은 꼭 두 명 이상 동행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2017년 10월 17일 밤 9시, 그 날은 내가 다니는 이우학교가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많은 학생이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학교 밑의 올빼미 초소에서 근무하시던 학부모 방범대원분께서 학교를 향해 뛰어 올라가는 멧돼지를 목격하시고는 이를 교무실에 알린 모양이다. 시험공부 하느라 시간과 사투를 벌이던 학생들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보가 터질 마냥 지루함에 찌들어있던 터라 갑작스러운 멧돼지 출몰 소식이 흥미로웠는지 한껏 왁자지껄해졌다.


생태계 보전 및 생물 서식지 조사 활동 등을 하는 이우고등학교 자치 기구 “이우를 숲으로”에서 활동하는 나와 그리고 함께 활동하는 후배인 김윤재도 이 소식에 들떠있었다. 어디 있을지 모르는 멧돼지를 찾으러 카메라와 손전등을 들고 돌아다니다가, 교내 관계자들이 안전하게 건물로 피했는지 확인하러 나온 한 선생님에게 걸려서 야단맞고 들어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태봉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이우학교는 산 중턱에 있는 학교인지라, 주위가 울창한 신갈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학생이나 교사들의 야생동물 목격담도 종종 들을 수 있었고, 농사 수업 교과 실습장으로 사용하는 텃밭에서도 밤과 새벽 사이에 먹이를 찾으러 내려온 고라니나 멧돼지의 발자국이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이 멧돼지가 불행히도 많은 사람의 눈에 띄고 말았고, 안내 방송이 나왔으며, 다음날에는 전날 밤에 멧돼지가 출몰했던 통학로 지름길 일부를 통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월 24일 오전 4시경 부산 금정구의 주택가에 멧돼지가 출몰하여 사살되었으며, 같은 달 25일 오전 6시경에는 서울여자대학교 교내에 멧돼지 16마리가 출몰하기도 하는 등 우리 학교에서 멧돼지가 출현한 날과 비슷한 시기에 전국 곳곳에서 멧돼지가 인간의 생활권에서 출몰하는 일이 갑자기 자주 발생하였다.


지난 11월 17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최근 5년간(2012~2016년) 멧돼지 출몰로 인해서 출동한 건수가 총 1363건이다. 2012년에는 56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623건으로 급증하였다.

△ 멧돼지 출현에 따른 서울시 119 출동 건수 그래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 2011년 01월 18일, 설악산국립공원 내의 백담사 뒤뜰에서 만난 멧돼지. “해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에 해탈이는 안전 문제 때문에 인위적이고 강제적으로 몇 고개 너머의 산에 거처를 옮겼지만, 그해에 죽었다고 전해 들었다. ©권순호

 

1) “멧돼지 이외의 야생동물 도심 출몰 횟수도 증가해..”
나무가 우거진 숲과 같이 인간의 생활 공간과는 연관성이 적은 곳에서 활동해야 할 야생동물이 도심에 출몰하는 사례의 주인공은 멧돼지뿐만이 아니다.

△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발견된 수달. ©JTBC

 
11월 08일 오후 7시 30분경, 부산 수영구의 한 편의점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인 수달이 발견되어 구조되었으며, 11월 초부터 수원시 팔달구 일대의 도심에서 나그네새이자 겨울철새인 떼까마귀 수백 마리가 날아와 전선에 앉거나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수원시에서 떼까마귀 2천~3천여 마리가 12월 초부터 올해 2월까지 머무르면서 주택가와 상가 주변에 주차한 차량 위에 떼까마귀 배설물이 하얗게 뒤덮여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떼까마귀는 밤에 숲의 나무 위에서 휴식하지만,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곳은 산림과 녹지가 부족한 경우가 일반적이라서 나무 대신 전봇대나 건물 등을 떼까마귀가 휴식 장소로 활용한다.


2) “야생동물은 왜 도심으로 내려왔을까?’
위의 사례처럼, 숲에서 서식해야 할 야생동물이 인간의 활동 공간으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 급속한 도시화 및 난개발로 인한 산림 파괴와 등산을 위한 탐방로 개척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서식지 파편화, 도토리와 밤 등 야생동물의 겨울철 먹이인 각종 임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해가는 행위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 우리 동네의 한 야산. 원래 울창한 참나무 숲이던 이곳을 깎았고, 지금은 여러 채의 집이 들어섰다. ©권순호


먹이가 부족하여 멧돼지 등이 도심으로 내려온다는 주장과 근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11월 26일, 부산 강서구에서 11마리의 멧돼지 가족이 출몰하여 경찰과 유해조수구조단(유해한 동물을 구조한다는 뜻이 아니라, 유해한 동물로부터 사람을 구조한다는 뜻에 가깝다)이 모두 사살한 적이 있었다. 이 멧돼지 가족은 2km 떨어진 인근 섬에서 먹이가 부족하여, 바다를 헤엄쳐서 온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먹이가 부족한 문제만큼이나 탐방로 개척으로 인한 서식지 파편화 문제는 비교적 포괄적인 범위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야생동물 생태 관리학(이우신, 박찬열, 임신재 외 5명 저, 라이프사이언스)」에 따르면, “일반적인 자연조건하에서 각각의 야생동물 개체군은 일정한 밀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라고 언급한다. 한 마리의 동물이 야생에서 서식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면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을과 겨울에 유독 자주 발생하는 도심 멧돼지 출몰은, 우리나라의 숲에는 탐방로 개척으로 인해서 충분한 면적의 야생동물 서식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의 단면을 보여주며,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한 개체가 최근 잇달아 지리산에서 두 차례 탈출하였던 사건 역시 탐방로 개척으로 인한 서식지 파편화와 관련 깊다.
 

△ 탐방로 개척은 인간에게 편의와 아름다운 풍경을 볼 기회를 제공하지만, 야생동물에게는 서식지 파편화로서 다가온다. 사진은 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에서 촬영했다. ©권순호

 
녹색연합이 지난 11월 02일에 발표한 국립공원 지리정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의 대부분 지역이 도로와 탐방로로 인해서 5㎢ 이하의 면적으로 파편화되었다.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의 공간이 필요한데, 지리산에서 단일면적이 50㎢ 이상인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수려한 자연풍경지로서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보전해야 하는 국립공원조차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로서의 적합성이 떨어질 뿐만이 아니라 반달가슴곰과 같은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녹색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면적에 비교했을 때 파편화가 가장 심하게 진행된 국립공원은 북한산국립공원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의 면적은 76.9㎢로, 현재 탐방로로 인해서 275개의 조각으로 쪼개져 있으며, 274개가 5㎢ 이하, 1개만이 10∼20㎢이다.


3) 인간 생활권의 야생동물 잦은 출몰에 대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대책

정작 서식지 보전과 서식지의 면적과 먹이와 같은 요소들이 잘 유지되고 있지 못한데, 정부와 지자체는 막연히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서 포획을 하는 등의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


면적대비 서식지 파편화가 가장 심하며, 멧돼지 출몰 횟수도 잦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산국립공원에 대해서 서울특별시는 국비와 시비 총 7억 원을 들여 지난 7월에 북한산에 3km가 넘는 차단벽을 설치하였다. 전문가들은 샛길과 둘레길 조성 등으로 멧돼지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멧돼지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이 도심 출몰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하였다.


포획이나 이동 차단 이외의 대책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도로 등으로 인해서 파편화된 두 개 이상의 서식지 사이에 건설하는 생태통로이다. 생태통로는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으로서 많이 활용되었다.


지난 3년 7개월 동안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야생동물(roadkill) 건수는 환경부가 집계한 수치 기준으로만 1만2116마리였다. 고속도로에서만 2014년에 2039마리, 2015년에 2545마리, 지난해에 2247마리가 죽었으며, 올해 7월까지는 1294마리가 죽은 것이다. 국도나 지방도에서도 2014년에 1179마리, 2015년에 1249마리, 지난해에 1251마리가 죽었다. 죽은 개체 말고도 운 좋게 생존한 개체까지 포함한다면, 서식지에서 이탈한 야생동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한다.

△ 전국 로드킬(roadkill) 지도. ©한겨레

 


수치로 확인할 수 있듯이 야생동물이 서식지에서 이탈하여 도로에서 차여 치여 죽는 횟수는 매년 줄어들지 않는다. 차에 치여 죽은 멸종위기야생생물 지정 종 중에는 삵이 104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수달 16마리, 담비 3마리 순이었으며, 올빼미, 붉은배새매, 산양 등도 이에 포함되었다. 생태통로가 야생동물 서식지 이탈을 막는 기능뿐만이 아니라 멸종위기종 보전의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단절된 서식지를 연결하여 야생동물이 도로를 안전하게 건너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건설하는 생태통로에 대해 기대가 컸지만, “저쪽에 길이 있으니까, 조금만 더 가봐”라는 인간의 의도를 야생동물은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식지를 이탈하는 야생동물의 수와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건수가 유지되면 유지되었던 것이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를 않으니, 포획하여 야생동물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대책의 전부였고, 정부는 개체 수가 많다고 판단하여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생물을 “유해조수”로 지정하여 이들에 대한 합법적인 포획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히 멧돼지는 개체 수가 많아서 유해조수로 지정된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이 포획한다. 멧돼지는 7~8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많게는 11마리까지도 낳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전국에 35만 마리가 분포하던 멧돼지는 2016년에 45만 마리로 늘어난다. 5년 사이에 10만 마리나 증가한 것이다. 멧돼지는 일반적으로 7~8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많게는 11마리도 낳을 정도로 번식이 왕성한 것이 빠른 속도로 개체 수가 증가한 이유이다. 또한, 개발과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서 점차 도시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 멧돼지는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김성호

 
도심에서 출몰하는 멧돼지의 체중은 80kg 정도인 갓 홀로 생활을 시작한 어린 개체들이 대부분이다. 11~12월에 접어들면 멧돼지는 짝짓기 철을 맞기 때문에 성체 멧돼지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함에 따라, 어린 개체가 텃세를 못 이겨 밀려난다. 따라서 많은 개체 수의 어린 멧돼지가 인간의 생활권에 가을과 겨울에 집중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고, 낯선 환경에 놓인 만큼 성질이 공격적으로 변하여 민가의 피해 사례가 많은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멧돼지에 대하여 포획 및 사살을 하여 개체 수를 줄이고 있다. 2009년에는 6,325마리를 사살하였고, 2011년에는 1만 마리 이상을 사살하였다. 2015년에는 2만 1782마리를 사살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멧돼지 2만4천여 마리를 포함한 92만 마리의 야생동물을 포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수도권과 충청남도를 제외한 전국 18개 시, 군에서 운영하는 수렵장에서 멧돼지, 고라니, 청설모, 참새, 까치, 어치, 꿩(수컷), 멧비둘기, 쇠오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등의 야생동물 16종 92만 마리를 포획할 수 있다고 지난 10월 31일에 밝혔다.
 

△ 정부에서 포획을 허가한 야생동물 가운데 수컷 꿩도 포함되어 있다. ©권순호


이 상황에서 보전하자는 말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농가로 내려와 감자 캐 먹고 밭을 밟아두고 도심에서 재산피해를 끼치기도 하는 “유해조수”에게 사람들은 관대하지 않다. 이들을 향한 합법적인 대학살은 이미 시작되었다.

 


4) “저 새는 해로운 새다!”
1958년, 쓰촨성 농촌을 시찰하던 마오쩌둥이 배고픈 인민들이 먹어야 할 곡식을 참새가 쪼아먹는 것을 보고는 화가 나서 던진 한마디였다. 그의 한마디에 창설된 ‘참새 섬멸 총 지휘부.’


참새가 사라지면 70만여 명이 먹을 수 있는 곡식을 더 수확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참새 소탕 작전이 중국 전역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수확 철, 더 많은 곡식을 수확해야 할 순서였지만 참새가 사라지니 메뚜기와 같이 곡식만이 아니라 식물 자체를 갉아 먹는 곤충이 늘어났으며 농작물은 초토화되었다.

△ 참새의 개체 수 감소는 1950년대 말의 중국을 배고프게 하였다. ©권순호

 


1958년부터 3년간 3000만여 명이 굶어 죽은 참사는 “해로운 참새”라고 뱉은 한마디의 말과 그 말이 당연시되었던 당시 사회의 인식이 만들어냈다. 많은 생명의 터전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쪼개졌으며, 살 곳을 잃었다.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많다고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사살하는 것은 또 다른 참사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로 보여주는 대책을 볼 때마다 암울하다. 단순히 야생동물을 쫓아내고 죽이는 것은 근시안적인 대책이다. 앞서 언급했던 전문가들의 지적들과 같이 야생동물 서식지 복원과 보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파편화된 서식지를 최대한 연결하도록 고민하여야 한다. 우리의 산림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로서 적합할 수 있도록 다채롭고 자연스럽게 가꾸어야 한다.


야생동물을 우리 사회에서 배척하는 정책이 아니라, 공존과 공생, 상생과 같은 단어를 추구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5) 희망
야생동물에 대한 대책과 정책을 보면서 속상하기도 했던 한편, 우리 사회 속에서 생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희망을 보기도 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11월 10일에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복원을 위해서, 지난 2013년부터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차분하고 품위 있는 과정을 통해서 지리산 심원마을의 모든 인공시설을 철거하는 것을 완료하였다. 항상 보전을 위한 행동에는 ‘인간이 생존할 권리가 보장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가 따라왔는데, 이는 보전도, 인간의 생계도 잘 해결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충청남도에서는 앞으로 10년간 1059억여 원을 투자하여 중요 야생동물 서식지를 복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5월에 충청북도 옥천군은 멧돼지가 농가로 습격하여 끼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멧돼지의 서식공간에 먹이를 뿌려서 멧돼지들을 배부르게 하여 농가로 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상의 대책을 시도하였다.


이는 ‘야생동물이 야생성을 잃을 수 있다,’ ‘먹이에 맛 들이면 농작물을 더 찾게 될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개체 수를 끌어들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등의 논란을 빚으며 중단되기는 했지만, 살생을 지양하고 공존을 시도하는 몇 안 되는 지자체의 대책이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국회에서는 “현행법이 야생동물에게 학대를 한 이에게 낮은 수준의 벌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국회의원이 모여, 야생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 처벌 관련 기준을 정도에 따라 체계화하고 구체화하여 야생동물 보호를 강화하려고 하는 취지에 따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고 이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야생동물을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야생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이전의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처벌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작은 도토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 9월에 한택식물원에서 이 귀여운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도토리 저금통이다. 무척 귀여운 대책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사진 아래를 참고하자.

△ 도토리 마구잡이 채취를 줄이기 위해 한택식물원에 도토리 저금통을 설치한 모습. 다른 기관 및 지역에서도 도토리 저금통을 설치한 곳이 여러 군데 있다고 한다.

 
겨울철 야생동물의 식량으로 애용되는 도토리를 지키기 위해서 연세 대학교에서는 한 소신 있는 학생이 “연세 도토리 수호대”를 만들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연세 도토리 수호대 헌장>의 “행동 강령 1번”을 인용한다.

 


“우리는 모두 숲속 친구들의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 기본은 캠퍼스 내 도토리 수확 후 겨울 전(다람쥐, 멧돼지)과 겨울 후(청설모)에 다시 숲에 도토리를 돌려주는 것으로 한다. 우리의 도토리 수확은 어디까지나 일정 식량을 확보해두기 위함이며 전량을 수확하지는 않는다.”


점차 생태를 고려하는 기관들, 그리고 이미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진전은 아직 시작이지만,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점차 생명의 존엄성을 깊이 새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연세 도토리 수호대가 모은 도토리. 이렇게 모은 도토리는 햇볕에 말리는 작업인 “도스팅(도토리 + Roasting)”을 거친 후 보관하였다가 다음 해 봄에 다시 숲에 뿌린다. ©연세 도토리 수호대 Facebook

 


6) “한밤중 동네를 산책하다가 고라니를 만났다.”
 

△ 11월 14일, 집 앞에서 산책하다가 논에서 만난 고라니. 부디 이번 겨울만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를. ©권순호

 


국내에서는 고라니가 흔하게 서식하지만, 고라니는 한반도 고유생물이며 전 세계적 관점에서는 개체 수가 매우 적다. IUCN Red List에서 고라니를 VU(취약) 등급으로 지정하였으니, 이를 권고 사항이라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11월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포획할 것이라고 밝힌 16종 92만 마리에는 고라니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세계적 관점에서 보호를 권장하지만, 국내에 개체 수가 많아서 유해조수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저 가여운 고라니를, 야생동물을, 온갖 생명을 우리 사회 구조로부터 배척하는 방법보다는,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우리의 생활권에 저 친구들이 “출몰”할 이유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궁리하기를 바란다.


야생동물이 우리의 터전에 침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야생동물의 터전에 침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명의 유해조수일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찾아올 2018년 이후에는, <해로운 야생동물이다, 잡아내자>는 맥락의 보도가 아닌, 파편화된 서식지를 복원하는 방향성과 공생하고자 시도하는 변화의 소리를 내포한 따듯한 소식이 들리기를. 그리고 지난 가을밤에 학교를 찾아온 멧돼지도, 산책하다 마주친 고라니도 부디 이번 겨울만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지내기를.

[그린기자단 권순호, 이우고등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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