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실내공기 질에 삶의 질 바뀐다①

호흡도 곤란한 현실 : '집 안에서 숨쉬기' 괜찮은가?
원영선 | wys3047@naver.com | 입력 2016-08-02 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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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호(지령 332호) SPECIAL

실내공기 질에 삶의 질 바뀐다 ①호흡도 곤란한 현실


실내공기, 외부보다 오염도 100배 높고 폐 전달률 1000배 높다

 

유난스러움과 지혜로움의 경계

얼마 전 여의도 주상복합아파트 고층으로 이사 온 주부 K씨. 그녀의 하루는 가전제품을 켜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후 액체전자모기약 전원부터 끄고, 거실로 나와 가정용 공기청정기와 제습기를 동시에 틀고, 두 자녀의 방에 들어가 액체전자모기약의 전원부터 끈 다음에 최근 구입한 에어워셔를 틀어주며 아이들을 깨운다. 그리고 곧장 주방으로 가서 렌지후드를 켠 다음 냉장고로 가서 아침식사에 사용할 식재료를 고른다. 세척할 때도 연수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환기도 매일 한다. 단, 출퇴근시간을 피해서 한다.


그런 그녀를 보고 집들이 왔던 친구들까지 놀려댄다고 한다. 건강염려증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전기료는 어떻게 충당할 거냐며 그녀를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하더란다. 그럴 수 있다고 K씨는 말한다. “그렇게 보일 수 있어요. 근데 환기를 맘대로 못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이사 온 건 좋아요. 남편 직장이 가깝고 아이들 교육여건도 좋은 편이고 교통편도 편리해서 좋은데, 뭐랄까 숨 쉬는 게 다른 거 같아요. 저희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 저는 투자라고 생각해요, 비타민 먹듯이 말이죠.”

 

실내 공기질이 중요한 이유

사실, 환기만 잘하면 실내 공기가 깨끗한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난 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반도의 미세먼지 문제의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과 함께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를 지난 6월12일까지 마쳤다. 최종 분석한 결과는 내년 봄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바깥 공기가 얼마나 오염돼 있을지는 육안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실내공기에 있다. 현대인은 하루 중 90%의 시간을 실내에서 생활하고, 65% 정도의 시간을 집에서 생활한다. 즉, 우리는 하루 중 대부분을 집안의 공기를 마시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환경청(EPA)에 의하면 외부 공기에 비해 오염도가 100배 이상 높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의 경우에는 오염물질의 폐 전달률이 1000배가량 높다고 한다. 집안에 공기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실내공기질의 향방은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실내환경학회 배귀남 회장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어떤 오염물질에 노출돼 있는지 보면 답은 쉽게 나와요. 집안에서는 조리를 하고 집밖에는 자동차가 있죠. 두 개는 연소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불을 땐다는 점에서 말이죠.”

 

△실내오염의 발생원과 유해성 <자료제공=ECO실내환경 지킴이> 
집안의 오염원을 찾아라

실내공기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은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폼알데히드, 총부유세균,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라돈, 휘발성유기화합물, 석면, 오존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곰팡이, 각종 세균, 진드기, 애완동물도 해당한다. 사계절 상관없이 사용하는 방향제, 세정제 그리고 여름철에 많이 사용하는 방충제나 살충제도 한몫을 차지한다.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조용민 교수팀이 여름철 모기약을 뿌리고 미세먼지의 양을 조사한 결과 20배로 증가한 보고서도 있다. 여기에 세제를 비롯한 생활용품이 각기 일정부분 집안의 오염물질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집안을 장소별로 볼 때 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장소는 주방이다. 가스레인지 불꽃에서 연소되며 나오는 유해물질과 함께, 생선이라든가 튀김류를 튀길 때 또한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최근의 ‘고등어 해프닝’은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더욱이, 현대 주택의 트렌드가 주방과 거실을 통합하는 추세인 것이 가족의 단란한 문화를 향유하는 데는 좋을지 모르지만 실내공기 질을 저하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조리할 때의 환기를 위해 렌지후드를 설치 안 한 집은 거의 없지만 사용빈도가 가장 낮은 게 후드 사용이기도 하다. 웬만한 후드는 소음이 큰 편이고, 청소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탓에 장식품처럼 여겨지는 가정이 많다.

 

가정마다 달라야 할 환기...패러다임의 변화

살짝 비틀어 생각한다면, 창문을 많이 열어놓고 살면서 집밥을 많이 해서 먹는 가정일수록 안 좋은 실내환경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로 여겨진다. 그 뿐인가, 역세권이나 대로변 혹은 한강변 등 소위 집값이 비싼 지역에 살수록 실내환경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일정부분 옳은 말이지만 일정부분 틀린 말이다. 환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내공기 질은 달라지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고가의 신상품이 연일 우리의 눈과 귀를 유혹하는 지금, 고가의 공기청정기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렌지후드로 교체해야 하는 것일까. “광고하는 제품마다 살 수는 없지요. 또 고가의 신제품이 우리 집에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각 가정이 처해있는 환경이 모두 다르니까요. 엄밀히 따져서, 이 문제는 실내환경을 보는 우리 인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라고 봅니다. 새집증후군이란 말은 이제 거의 다 알지요. 어떻게 처리하고 조심해야 하는지도 압니다. 그 이유는 그 동안의 사회적인 교육 덕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내환경 역시 그렇다고 봅니다. 시대는 달라졌는데 예전 방식으로 ‘창문만 열어놓고 환기하며 살면 된다’ 이런 인식은 안 된다는 것이죠.” 한국실내환경학회 배귀남 회장의 말이다.


실내공기 질이 우리 삶에 너무도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면, 다음 순서는 개선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가치관이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정부와 기업 또 민간단체가 힘을 합쳐서 제도를 개선하고 양질이면서 경제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애써야 할 것이다. 친환경적인 제품개발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것이 붐 조성에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의식에까지 변화를 불러오는 것은 우리 각자가 맡아야 할 몫이다.

[환경미디어 원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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