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될까요?

그린기자단 한나라(중앙대학교), 9월 우수기사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09-04 15: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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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될까요?
: 초록세상을 위해 선택한 대학생 기자의 작은 불편함

 

 

“나라 이모, 이모는 글만 써?”

△ '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돼요'

      조카 녀석과의 초록 지구를 위한 2가지 약속 

평소 엄청난 독서량을 기반으로 필자를 향한 당황스러운 질문을 자주 던지는 초등학생 조카. 오늘도 어김없이 책을 읽던 녀석이 어린 이모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라 이모, 이모는 글만 써?” 교내 독서 퀴즈 경시대회를 위해 녀석이 읽고 있던 책은 '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돼요'라는 환경 도서로, ‘휴지대신 쪽 수건을 챙기고, 물건을 살 때 시장 바구니를 챙겨가는’ 등 환경보전을 위한 생활 속 사소한 행위 50가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를 읽던 조카 녀석은, 매달 환경 기사를 쓴다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이모가 과연 50가지의 환경 약속 가운데 몇가지를 지켜내고 있을지 궁금했나 보다.

 

환경과 자원 보존, 그리고 생물다양성에 대한 범국가적인 인식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글을 쓰는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위한 환경 권장 도서 속 50가지 행위 중에 몇 가지를 행하고 있었을까?

 

10살짜리 조카의 아주 사소한 물음은 필자를너무나도 부끄럽게 만들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멸종위기동물 해달을 지키자는주장을 펼치며 그토록 뜨거운 감정을 글 속에 꾹꾹 눌러담아 기사를 써내던 대학생 환경기자가 ‘초록 세상을 위한 불편함’을 단 하나도 감수하지 않다니. 참 부끄러웠고, 또 부끄러웠다. 키보드가 옮겨준 수천자의글자들, 그리고 그 글자들에 담긴 이야기는 진짜가 맞았던 걸까?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내 심장은 쥐구멍이라도 찾는 듯 날뛰었고, 머리는 내 진심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신선한 충격은변화를 일으켰다. 단 한번도 환경을 위한 생활의 불편함을 선택해보려 하지 않았던 필자는작은 불편함을 감수해보기로했다. 대의를 위한국제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글을 과감히 포기하고, 어쩌면 사소하고 유치해 보일지도 모르는생활 속 환경보전 행위들을 실천하고, 그 솔직한 이야기를 독자분들과 나누려고 한다.

 

7월부터 약 두 달 간 실천한 초록세상을 위한 불편함. 초등학생 조카, 그리고 이 녀석이 읽는 '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돼요'라는 도서와 함께 여름에 걸맞는 환경약속 2가지를 정했다.

 

첫째, 2017년 여름의 장마는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와 이별하겠다는 것.

 

둘째, 수분 섭취가 자주 이루어지는 여름, 테이크아웃 용 일회용 컵 대신다회용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겠다는 것.

 

초등학생 조카와 대학생 이모의 환경을 위한 두 가지 약속은 지워지지 않는 색깔펜을 통해종이 위에 쓰여졌고, 무더운 여름 날의 절정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하지 않고 장마를 보낸다는 것

△ 비 오는 날 카페 입구에 놓인 일회용 우산 비닐 포장기
여름철 장마 시즌이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

 

 

서울지역 공공기관의 90%(30곳 중 27곳), 그리고 서울 지하철 157개 역이 수백대의 우산 비닐 포장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한 장에 약 20원 정도로 비싸지 않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내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서 사용되는 중인데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한국의 우산 비닐 커버 연간 소비량은 약 1억장에 달한다고 한다.

 

즉, 약 20억 원 정도의 경제적 지출 비용이 있는 셈이다. 또한, 우산 비닐 커버는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에틸렌주성분의 비닐 류 임에도 불구하고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 환경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적인 규제에서 아주 자유롭다.

 

한 번 사용된 우산 비닐 커버의 90% 이상이 분리배출되지 않은 채종량제 봉투에 투입돼 다른 일반 쓰레기와 함께 섞여 버려진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으로 만들어진 우산 비닐 커버가 일반 쓰레기로 배출돼 땅속에 매립되면 썩는데 100년이 걸리며, 소각 시 다이옥신 등의 유해 성분을 배출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과 조각난 비닐을 먹고 죽은 해양생물이 증가하기도 했다. 즉, 장마철에 단시간 사용되고 쉽게 버려지는 우산 비닐 커버가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 무의식적으로 사용해버린 일회용 우산 커버

그러나 우산 커버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산에 묻은 빗물이 건물 내 바닥에 떨어져 낙상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또한 매장 상품들을 훼손할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의 대안 상품(우산 빗물 제거기 등)을 상용화 하거나, 혹은 비닐 커버에 대한 재활용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국가적인 노력을 최우선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에 대한 국가적인 규율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며, 더불어 이 환경 문제에 대한 개인의 의식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사실, 접이식 우산 구매시 다회용 우산 커버를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생각으로 2017년의 장마동안, 그리고 앞으로는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접이식 우산을 구매했을 때 세트로 함께 받은 우산 커버를 들고 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호주머니에도 쉽게 접혀 들어갈 정도로 부피가 작아 휴대성이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산 커버를 장마철에 몇 번 가지고 다녀보니 왜 일회용 비닐 커버가 편리한지 살결로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우산을 넣고 비닐을 당겨 뜯어내면 그만인 일회용 비닐 커버와 달리, 개인용 우산 커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에 젖은 우산을 손으로 돌돌 말아야 하기 때문에 양손에 빗물을 적셔야 한다. 또한 비를 피해 빨리 실내로 들어가고 싶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산 크기와 딱 맞는 커버에 우산을 낑낑거리며 끼워 넣어야 한다.

 

그렇게 자잘한 불편함을 느끼며다회용 우산 커버를 사용한지 3회 째 되는 날, 동네 카페의 문을 엶과 동시에 내 손은 일회용 비닐 커버를 뜯어버렸다.집에서 휴대용 우산 커버를 챙겨 주머니에 넣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일회용 비닐을 뜯어서 사용한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행동이라 정말 깜짝놀랐고, 편리함을 향한 무의식과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다. 환경을 위한 행위를 실천 해보겠다는 의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신념 있는 행동을 해 나가는 꾸준함과 지속성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 지도 다시한번 느꼈다.

 

△ 우산 커버 대신 사용하기 좋은 비닐 쇼핑 백
그 날 이후로 다회용 우산 커버보다 편리하면서도 환경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는데, 조카 녀석과 내가 공통적으로 선택하게 된 방법은 바로 비닐 쇼핑 백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들 집에 하나쯤은 있을 다회사용이 가능한 비닐 가방. 접으면 부피가 줄어들지만 우산을 넣기에는 공간이 넉넉해서 접이식 우산용 세트 커버 보다 훨씬 편리했다. 젖은 우산을 돌돌 말필요없이 물기만 두어번 털어낸 후 바로 비닐 백에 넣으면 되기 때문에 일회용 비닐 커버 만큼이나 편하고, 쇼핑 백의 특성상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비가 그쳤을 경우 젖은 우산을 넣어 들고 다니기에도 용이했다.

 

또한 쉽게 찢어지거나 손상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필자도 2017년장마철을 위 사진의 비닐가방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 별거 아닌 사소한 팁이지만 필자와 같이 환경을 위한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독자 분들께 조금의 도움이 되길 바래 본다. 젖은 우산을 비닐 백에 넣기 전꼭 한두번은 ‘팡팡’하고 털어줘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말 것. 그렇지 않으면 우산이 담긴 비닐 백 속에서 워터파크가 개장할지도 모르니까.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다회용보틀의 편리함

△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1990년 대에 들어서 국내 상륙을 시작한 커피 전문점. 약 20여년이 흐른 현재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릴정도로 카페, 그리고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아이스 아메리카노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기 힘들 정도로 필자에게 커피는 일상이자 습관이다.

 

이에 따라 커피를 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사용 또한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볍고 저렴하고, 다 마신 후 쓰레기를 처리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 사용과 같은 이유)대규모의 프렌차이즈 카페들은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재활용이 가능해 자원순환이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일회용 물품들 보다도쉬이 사용된다. 그러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실제 재활용률은 5%미만이다.

 

느슨한 제도 아래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수된 플라스틱 컵마다 재질이 달라 분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페트, PS, PVC 등 상당히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플라스틱 컵의 바닥을 하나씩 살펴보며 분리 할 수 없기 때문에,실제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분리 작업에서 제외 시킨다. 결국 재활용을 하지 못하는 95%의 컵들은 전부 소각, 매립된다. 매립되거나 소각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들은 우산 비닐 커버와 같이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다양한 생물들과 그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즉, 끝없이 생산되는 일회용 컵들은 자유로운 규율 아래에서 제대로 회수되지 못하거나 혹은 제대로 분리되고 재활용 되지 못한 채 땅과 공기중에서 생물들의 삶을 괴롭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알기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대신다회용 개인 컵을 사용하는 행위는 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있다. 인스타그램에‘텀블러’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카페에서 자신의 개인 컵을 이용하여 음료를 마시는 젊은이들의 수가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카페 텀블러를 출시하고, 개인 텀블러 사용 시 음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개인의 다회용 컵 사용량 증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텀블러 플라스틱 보틀
그런데 약 2달간 카페용 개인컵을 사용해보니 오히려 텀블러보다는 플라스틱 보틀이 훨씬 편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개인적인 기호와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겠지만 필자는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보틀을 더욱 자주 사용했다. 따뜻한 음료보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편이라, 뜨거움을 견디고 따뜻함을 유지시켜주는 컵의 기능이 필요하지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텀블러보다는 보틀이 훨씬 가볍고 세척이 쉬웠으며, 특히나 입구가 완전히 밀폐되지 않는 텀블러는 다 마시지 못한 음료를 가방에 넣거나 들고 다니며 보관하기에 불편했다.

 

 

뚜껑으로 완전 밀폐가 가능한 보틀이 남은 음료를 보관하기에 더욱 용이했다. 특히, 남은 음료 보관에 있어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보다도보틀의 이점이 더욱 많았다. 초록세상을 위한 불편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다 보니 오히려 생활적으로도 더욱 편리한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또한, 보틀은 각종 행사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 많았고, 세척만 깨끗이 하면 오염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환경 보전을 위해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경제적인 손실도 없었다.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분이라면 텀블러나 보온병을, 필자와 같이 아이스 음료를 즐겨 마시는 분들께는 콜드 컵이나 플라스틱 보틀을추천한다.


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될까요?
한명의 인간이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와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 진행중인 환경 문제들이 당장 해결되는것은 아니다. 또한, 환경 오염의 영향으로 죽어 나가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즉, 생활의 불편함을 몇가지 감수한다고 해서 세상이 당장 초록색으로 물들지 않으며, 이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조카의 순수한 물음에 충격을 받고,녀석과 함께 2가지의 사소한 약속을 실천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필자가 내뱉는 말, 써 내려가는 글자 그리고 독자 분들이 읽는 기사에 진심을 담고 싶어서 이다. 그 모든 것들이 가짜가 되지 않기 위해서환경·자원 보전과 생물 다양성을 위한 작은 실천들을 조금씩 늘려가려고 한다.

 

필자의 진심이 독자분들께 전달되고, 개인의 이야기들이 모여 작은 변화가 시작되는 일련의 과정은 글이 가진 강력한 힘이며, 그 힘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내가 선택한 작은 불편함이 눈 앞의 세상을 바꾸지 못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지속되는 필자의 진심과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은 더 많은 곳으로 전달될 것이다.

 

이 작은 시작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발점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환경을 위해 선택한 개인의 사소한 불편함이 온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일 수 있는 위대한 발자국이자 발버둥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린기자단 중앙대학교 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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