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범의 마지막 서식지, 러시아 연해주로 떠나다 (1)

그린기자단 김현구, 한림대학교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8-30 16: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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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적부터 호랑이가 나오는 전설, 동화, 속담을 듣고 자랐다. 호랑이는 대한민국에서 멸종되었지만 올림픽 마스코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그러나 호랑이의 그림자에 가려 사람들에게 잊힌 동물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표범(아무르표범) 이다. 표범이라 하면 멀리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꽤 있다. 1960년대까지 한국엔 야생표범이 서식했다. 사실 아주 많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자료를 보면 호랑이 97마리, 표범 624마리를 공식적으로 포획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호랑이보다 훨씬 왜소한 체구이지만 호랑이에 뒤지지 않는 위엄 때문인지 필자는 어릴 적부터 야생의 표범을 꼭 보고 싶었다. 그리고 올해 러시아에 갈 기회가 있었다. 한국표범의 마지막 서식지인 연해주를 탐방하기 위해 일정을 늘렸고, 현지에서 SUV 차량도 빌렸다. 필자는 연해주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두 편의 기행기로 나누어 연재하고자 한다.

▲ WWF


연해주라 불리는 프리모리예(Примо́рье) 지역은 러시아 동쪽에 위치하며 서쪽엔 중국, 남쪽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필자가 처음에 도착한 곳은 하바롭스크(Хабаровск) 라는 도시였다. 위 지도에 회색 화살표 지점이다. 지도의 붉은 지역은 모두 호랑이의 활동범위에 속한다. 하바롭스크를 관통하는 아무르 강변에는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있다. 그 중 하바롭스크 주립박물관을 소개한다.

1.표본관 입구 전경
2.매머드 뼈
3.장수하늘소
4.호랑이와 곰 박제



박물관은 두 개의 복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매표소에서 한걸음 내딛자마자 하바롭스크의 지질학적 정보와 매머드 뼈를 비롯한 각종 화석들이 줄지어 있었다. 표본관의 박제는 정말 살아 움직일 듯 생생하다. 한국에는 멸종한 여우, 늑대, 따오기 등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에선 한국에서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장수하늘소도 아직 서식중이다. 표본관 한쪽 구석엔 호랑이와 곰 박제를 마주보게 배치한 디오라마가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자연스레 단군신화를 떠올리게 되는데, 실제로 연해주 토착 소수민족에게도 토테미즘을 기반으로 한 비슷한 설화가 있다고 한다. 2층부터는 이러한 인문학적 자료를 소개하는 공간이 있다. 다만 러시아의 다른 지역도 그러하듯이 자국어만을 사용하여 영어 설명이 부족한 것이 흠이다. 박물관 안뜰에 있던 발해시대 돌거북상 또한 기억에 남는다.


하바롭스크에 있는 동안 작은 호텔에 머무르는 사치를 부렸는데 마침 북한인들이 단체관광을 와서 머무르는 숙소였다. 필자와 필자의 친구를 제외하고는 투숙객의 대부분이 김일성, 김정은 뱃지를 하고 다니는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이나 우리나 곁눈질로 서로를 살펴보기 바빴다. 블라디보스톡(Владивосток)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이쪽으로 북한인들은 이쪽으로 관광을 오는 것 같다. 연해주가 북한인에 의한 납북위험 때문에 여행유의지역이란 말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함께 먹고 자는 상황은 생각지 못했다.


하바롭스크에서의 일정을 모두 끝마치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실었다. 블라디보스톡은 모스크바(Москва)와 함께 9288km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이다.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딱 하루가 소요된다.

1.창 밖 타이가지대
2.승객이 모두 내린 후 객실 내부



기차가 달리는 내내 창밖엔 초원과 침엽수, 자작나무를 품은 타이가지대가 펼쳐질 뿐이었다. 자기 자신만의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시베리아 열차를 타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옆 좌석의 러시아 가족은 모스크바에서 출발한지 일주일째라고 했는데 그 시간을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잠이 들 무렵 배낭을 짐칸에 올리려 하자, 한 러시아 할머니가 상큼하게 말하시길 짐을 침대 밑에 깔지 않으면 강도가 털어간단다. 어느새 무뚝뚝하지만 정감 있는 러시아 사람들이 익숙해진다.


블라디보스톡에서의 다른 일정을 마친 후 마트에서 식량과 생존용품을 구매하고 다시 자연 속으로 떠났다. 목적지는 블라디보스톡의 루스키 섬이다. 루스키 섬은 원래 군사기지가 있었으나 현재 대부분 폐쇄되었다. 섬이 대중에게 개방된 것은 2012년 APEC회의가 열린 후 부터이다. 지금은 아쿠아리움과 대학교도 생겼다. 그러나 아직 사람의 때가 묻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깨끗한 해변이 있다.

1.루스키 섬의 해안가 절벽
2.섬 안의 마을로 가는 길
3.폐쇄된 시설
4.이름 모를 거대한 나방 유충


루스키 섬에서 여우가 종종 나타난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정작 섬의 아름다운 해안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섬의 오프로드를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차는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날은 어두워졌다. 웅덩이와 바위로 가득한 숲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해안가 절벽에 차를 대고 비박을 했다. 노을을 등지고 잠시 트레킹을 했는데 여우는 보지 못하고 각종 곤충과 개구리 그리고 손바닥만 한 나방유충을 보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차 와이퍼에 웬 갈매기가 앉아있었다. 안개가 짙게 내려앉아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확보되지 않는 시야에도 일찍 출발한 이유는 목적지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 WWF

러시아 정부는 2012년 아무르표범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기 위해 ‘Land of the leopard’ 라 부르는 자연보호구를 설정하였다. 중국, 북한과의 국경지대를 포함하는 이 지역은 지도에서 색칠된 곳으로 면적은 북한산국립공원의 33배에 달한다. 아무르호랑이 또한 이곳을 서식처로 삼는다. 크게 특수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 가능한 핵심구역(빨간색)과 그보다는 약간 경계가 느슨한 특별관리구역(연두색)으로 구별된다. 우리는 이 자연보호구의 거의 최남단인 크라스키노(Краскино)까지 이동한다(회색 화살표). 영사관에 문의하니 그보다 더 남쪽은 북한과의 국경이기 때문에 출입하기 위해선 최소 한 달 전에 당국과 협의해야 하며, 출입 시 즉결체포 된다고 한다. 여담으로 차량 허가문제 때문에 대한민국 영사관에 들렀는데 마침 국경지대에서 체포된 탈북자가 심문받고 있었다.


필자는 난생 처음 내비게이션에서 150km후에 좌회전 하라는 말을 들었다. 150km 직진이긴 하지만 종종 도로 상태가 깨지고 파이는 등 말이 아니었다.

SUV 믿고 강 건너다가 진짜 요단강 건널 뻔 했다. 

 



지도를 보니 작은 개울을 건너는 것이 지름길이라 도강을 시도했다. 4륜구동 자동차를 믿었다가 물이 생각보다 깊고 바위가 많아 요단강을 건널 뻔 했다. 강을 지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멈추고 살펴보니 차에서 번호판이 떨어져 있었다. 다시 끼워 넣고 계속 달렸다.

1.숲길
2.끝없는 도로
3.바닥의 나비떼
4.차 앞유리에 앉은 나비



울창한 숲길과 끝없는 아스팔트를 달리다 여기가 아시아인지 아프리카인지 헷갈릴 무렵, 주변에 나비떼가 보였다. 한두 군체가 아니라 길바닥에 깔려있듯이 많았다. 차 앞유리에 나비들이 앉기도 했다. 독특한 것은 동일종끼리 무리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섯종 이상의 나비들이 함께 몰려다녔다. 지도를 보니 Land of the leopard에 들어온 지는 오래였다. 조금만 더 가니 자연보호구의 핵심지역을 지나는 도로였다. 갓길이라기보다는 초원에 잠시 주차를 하고 숲으로 들어가 보았다.

 

1.대형 유제류의 발자국
2.포유류 발자국



걷기 시작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발자국들이 보였다. 15cm정도 길이의 대형 유제류 발자국이 이곳저곳에 찍혀있었다. 러시아에 서식하는 유제류가 8종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일 것이다. Европейский благородный олень나 Алтайский марал라 불리는 사슴은 덩치가 트럭만하다. 포유류 발자국 또한 몇 개 보았는데 역시 동정하기는 어려웠다.
크라스키노로 향하는 길은 이전과는 다르게 침엽수림이 거의 없는 들판이었다. 먼 과거 대발해의 땅이었던 곳이다.

▲ 옛 발해의 들판


지금은 방목하는 소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차가 워낙 다니지 않긴 하지만 가끔 로드킬이 나오기도 하는데 차주나 농장주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 복잡한 행정처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것이다. 


국경지대가 가까워지자 일반 차량은 잘 보이지 않고 가끔 녹색 군복을 입은 국경수비대가 지나갔다. <2부에 계속>

[그린기자단 김현구, 한림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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