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지를 재고하다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10-06 16: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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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과학적 시각으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며 쓴 글이기 때문에 철학적 측면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올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활동을 하며 다양한 소재를 기사로 다뤄보았다. 파주 민통선을 점령하는 외래식물, 몽환적인 분위기의 제주 곶자왈, 여름 내 지축을 울리던 도시의 매미소리. 결국 이 주제들을 통해서 설명하려 했던 것은 생물다양성이다. 평소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고, 말하기도 했다.


“생물다양성 중요하지?”
이런 생각을 더 능동적으로 가져봐야 한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곶자왈 기사 작성을 마친 직후 국립생물자원관 청소년생물자원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였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자주 가던 곳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첫 강의가 있기 전에 전시교육과에 근무하시던 선생님이 나를 포함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얘들아, 생물다양성이 뭘까?”
나는 미리 조사한 세계자연보호재단에서 정의한 내용을 당당히 말했다.
“생물 종의 다양함,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라든지, 그리고 그것들이 사는 다양한 생태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단순히 “생물이 다양한 거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미리 공부해본 결과였다.
선생님은 제법 만족스러웠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되물으셨다.
“맞아, 되게 잘 아는구나! 그럼 생물다양성이 왜 중요할까?”

 

그 질문을 받은 직후는 나뿐이 아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여태껏 나는 생물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를 알지도 못한 것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데 과연 내 이야기에 신뢰를 가질까 싶었다.
결국 아무도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였고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를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시간 이후에 이어진 강의에서 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지를 설명할 근거가 담겨있는 강의를 들었다. 

 

강의의 일부분을 요약하면, “우리나라에 있던 정향나무가 과거에 미국으로 반출돼 미스킴라일락으로 개량됐는데 이것을 우리가 구하려면 미국에 일정금액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한 반출사고는 국내에 아주 많다. 국내 생물자원 반출 사고를 막기 위해서 국내 생물에 대한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각 나라의 생물자원에 대한 생물주권을 지켜주기 위해 ABS나고야의정서를 1992년에 채결했다.”

 

△정향나무를 반출해 개량한 미스킴라일락. (5월/서울 용산구)


그렇지만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생물자원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지, 생물다양성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설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생물에 관심 없는 사람도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를 잘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를 알려주어야 하는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라는 자리에 있기도 했다. 앞으로도 “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가?”라는 질문 앞에서 머뭇거린다면,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것을 알아가는 것은 나의 숙제임을 알아차렸다.
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지 이유를 생각해보고 싶어서 지난 5월의 취재 이후로 몇 차례 다시 찾아간 파주 민통선. 임진강변에서 새섬매자기가 제법 잘 자라있었다. 멀리서 보니 몽글몽글해 보이고 참 아름답다. 서울 한복판 한강 콘크리트 제방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인지라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에서 딱히 해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단지 그날 발견한 생물의 위치를 적어놓은 노트와 사진만이 남았을 뿐.

 

△강가 뻘 위에 낮게 자라있는 새섬매자. (8월/파주 임진강)


집에 심을 가을꽃을 구하러 양재동에 있는 화훼공판장을 찾았다가 놀랐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꽃화분을 사러 온 것이다. 특히 여러 품종의 국화, 구절초, 용담 같은 화려한 가을 야생화는 인기가 많았다. 인위적으로나마 이곳도 생물이 있었다. 또다시 “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이 곳에서 답이 나오겠나’ 생각하며 곧 질문을 접었다.

 

△아이비, 보스턴고사리, 산호수 등 다양한 공기정화식물.(8월/서울 양재화훼공판장)


최근에 국립수목원을 들렀는데 나무들이 참 예쁘다. 노란색 유화물감을 캔버스에 찍은 것처럼 노랗게 물들어가는 계수나무부터, 지름이 내 양팔 뻗은 길이보다 두터운 전나무가 만들어낸 길까지. 국립수목원 내에 있는 모든 나무를 볼 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관람객들도 평소 자신의 집 앞에서 보던 평범한 줄 알았던 나무들이 국립수목원 내에서는 아주 훌륭하게 가꾸어진 것을 보고 매우 놀란다. 이곳이라면 답의 힌트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못 찾았다.

 

△아름드리 큰 나무가 우거진 수목원을 걸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9월/포천 국립수목원)  

이렇게 자연환경이 훌륭한 명소나 우리가 쉽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을 여러 곳 다녀보았다. 내가 다닌 곳의 사진들을 정리하기 위해 노트북에 SD카드를 꽂고 사진을 훑어보니 여러 생각들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그 중 하나를 잡았다.


‘내가 찾아간 곳에서는 다양한 생물이 있었고 그런 장소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드물게는 그 장소에서 본 것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느껴지는 것들을 글로 쓰는 사람도 보이곤 했다. 어떤 이들은 그 날 본 꽃을 오랫동안 간직하려고 두꺼운 책 속에 꽃을 눌러놓기도 하였고, 화훼공판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사가거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꽃다발로 만들어진 것을 사가기도 했다. 율마, 스파티필름, 산호수 같은 특정 식물을 공기정화, 가습기능을 가진 식물이라며 판매하는 사람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정보에 솔깃해 식물을 구매하기도 한다.


어째서 집 앞 가로수는 사진으로 남기지 않다가도 잘 가꾸어진 나무를 보면 사진으로 남기며,
어째서 소중한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사라지지 않은 것이며,
그냥 집에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를 두면 될 것을 공기정화식물, 가습식물을 키우는 것일까?
그러다 엉뚱하지만 그럴 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류는 자연을 자신에게 최대한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본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대한 근거는 아래 글에 있다.


인류는 모든 것을 자연으로부터 얻어왔으며 절대 혼자서 살 수 없다.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에 의하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생물 종수는 총 163만 4951종이다. 학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종수를 약 1300만 종에서 1400만 종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우리에게 알려진 생물은 지구상 현존하는 전체 생물 종의 12% 밖에 되지 않는다.


곤충을 예로 들면 전세계에 분포된 곤충 종수만 해도 알려진 것이 85만5400여 종이다. 이는 알려진 생물 종의 52%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현재 약 74억 5000만 명의 인구를 기록한, 현존하는 인간은 몇 종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고작 1종부터 심지어는 500종까지 전부 다른 숫자를 이야기한다. 애석하게도, 우리 인간은 호모사피엔스, 단 한 종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칭할 만큼 우리 인류는 지구를 거의 지배하는 듯하다.

 

△곤충 종수 85만5400여 종. 사실상 곤충이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다.(9월/포천 국립수목원)


곤충도 그렇게 어마어마한 종수가 있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종도 알려진 것만 163만 4951종, 추정되는 미발견종도 1400만여 종. 생물학적으로 인류는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생물의 종수 중 0.000007%만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그 적은 비중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인류는 다른 생물들이 있었기에 현재까지 생존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 의식주도 모두 생물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입는 옷감도 목화솜, 양털 등 기본적으로 생물과 관련된 재료로 시작되고, 우리가 먹는 음식은 고기, 채소, 과일, 기름, 곡식 등 전부 생물이라고 보아도 무관하고, 우리가 사는 건축물의 재료도 목재, 산호와 조개 사체가 침전되어 생성된 석회석을 이용한 시멘트가 있다. 그 외에도 의약품, 공학기술 등에도 생물과 생물의 특성이 활용된다. 인류의 삶에서 필요한 것 대부분을 자연, 생물에서 얻는다. 그런데 그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거나 생물간의 공존이 깨져버린다면 인류가 더 이상 연명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생물과 자연은 인류의 생존과 연관되어 있다. 앞에서 말한 “자연을 자신에게 최대한가까이 끌어들이려는 본능”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에게 있어서 자신 주위에서 자연을 조금도 찾을 수 없는 삶은 불안감과 연결되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음식에서도, 삶에서도 생물과 자연은 필수 요소이다.(9월/경기도 용인시)


자연휴양림을 찾는 많은 사람들, 그곳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들, 굳이 집에 공기정화식물을 키우는 사람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면서도 신중히 표현해야 하는 감정을 꽃에 빗대어 설명하고 고백하는 사람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귀농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 자녀를 마당과 정원에서 뛰놀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 끊임없이 자연의 현상과 생물을 연구하며 과학을 발달시키려는 인간의 욕망, 최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생물다양성, 그것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과학계와 교육계.
이러한 인간의 심리와 현상, 문화 등 모든 것은 “자연을 자신에게 최대한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본능에서 비롯됐다”고 가설이 될 법한 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식욕, 성욕, 수면욕과 같은 본능은 절제하기는 가능하지만 억누르기 어려운 것이고, 억누르면 병이 되어 몸을 해칠 수 있다. 인간이 자연을 가까이하려는 본능도 억누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삶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 우리 후손과 종족의 번영을 위해서 이런 본능은 지금까지 지속된 것이 아닐까.


한 때 인류는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과 생물을 이용하다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과 생물을 이용해왔고, 급격히 편리함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을 이용해왔다. 편리함을 추구해오면서 인류는 기술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고, 뒤돌아보니 어느새 자연은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다. 학계에 따르면,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숲이 개발에 의해 파괴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하루 40~140여 종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자연을 가까이하고자 하는 본능은 남아있다. 우리의 삶과 연결된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목숨도 위태롭다는 것이고, 머지않아 호모 사피엔스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고 싶고 다른 생물 또한 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야 우리가 살 수 있다. 미래에는 어느 한쪽의 목숨도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학자들이 전망하는데 생물다양성이 중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시각이고, 한가지 주관으로 펴놓은 논리이기 때문에 이것이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의 전부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으로 생물다양성을 본 사람으로서 한 마디 더 말하자면 생물다양성도 아주 중요한 문제이지만 생물들의 삶이 안정적인 상태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 같다. 더러운 곳을 더럽힌 사람이 치우는 것이 도리인 것처럼, 인류가 파괴한 자연은 인류가 최대한 원래대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행동해야만, 지구상의 1,400만 종 생물에 대한 생물다양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사진 그린기자단 권순호, 이우고 1학년, newsnow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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