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발목잡는 대기오염

생명을 좀 먹는 공기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6-07-04 11: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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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팔참사를 기억하십니까
’84년 12월 3일, 인도 보팔시의 한 빈민가. 농약을 제조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 ‘유니온 카바이드(Union Carbide)’社의 현지공장 저장탱크서 낮은 파열음과 함께 수증기 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역대 최악의 환경재해’로 꼽히는 보팔참사의 불길한 서막은 그렇게 시작됐다. 농약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했던 메칠이소시안(MIC:Methyl isocyanate)은 파열된 밸브를 통해 손 쓸 수 없이 새어나왔다. 사고 발생 수 시간 전, 이 회사의 운전원은 저장탱크가 항상 저온상태를 유지해야 함에도 전기를 아껴보겠다는 생각에 냉각기의 전원을 내렸다. 결국 온도가 상승한 가스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밸브부위를 통해 폭발했다.
카바마이트 제제 합성시 중간물질로 생성되는 메칠이소시안은 면역기능 장애와 기계 독성을 유발하는 유독물이다. 무려 2시간 동안 36톤의 유독가스가 대책 없이 보팔시 인근으로 퍼져나갔다. 무색무취의 독성물질로 알려진 메칠이소시안은 밤새 빈민가 인근으로 흘러들어 영문도 모르는 3천 8백여 명의 주민을 영원히 잠들게 했다. 이 사고로 인구 75만의 보팔시 시민 중 20만 명 이상이 유해가스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 사고 이후 유니온 카바이트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한 시민만 58만 3천여 명, 생존자 대부분은 지금도 중추신경계와 면역체계 이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또 사고 이후 태어난 아이들 중 일부가 평생 선천성 기형을 떠안고 살아가야 할 처지다. 보팔참사는 대기를 통한 역대 최악의 유해화학물 오염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냄새도, 색깔도, 정체도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유독물질이 지금도 대기 중을 떠돌고 있다. 단지 당신이 모르는 새, 당신의 생명을 서서히 좀 먹으면서, 그것도 22년 전 보팔시가 아닌 바로 당신이 선 지금 그곳에서 진행될 뿐.

정체도 모르는 물질을 들이마시는 당신
“유럽인 31만명은 공기오염으로 인해 예상수명보다 일찍 숨진다.(유럽위원회)”, “99년 당시 주룽지 총리는 ‘베이징서 일하면 목숨이 최소 5년은 단축될 것”이라 말했다.(서울신문 인용)”, “뉴욕주가 2천332명으로, 캘리포니아주 1천784명, 펜실베이니아주 1천170명 등 매년 2만 명이 매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고 있다.(美 시민단체 CATF)”
최근 대기오염으로 인한 ‘수명단축’ 통계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오염된 공기로 장기간 호흡하다 보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몇 년 단축’하는 따위의 통계보도는 왠지 이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거북하다.
현재 대기오염은 수질, 토양오염과 더불어 대표적 환경오염원의 하나로 중점관리 되고 있다. 그러나 수질오염에서 발화된 환경이슈가 대기분야로 이동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만만치 않았다. 아마도 ‘무형의 오염원’이란 이유 때문이거나 당장 눈에 띄는 획기적 개선책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된 감이 없지 않은데, 문제는 이런 사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은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발표되고 있는 사망률 통계에서 폐암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간암이나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폐암사망률만이 증가세를 멈출 줄 모른다. 물론 폐암이나 최근 들어 급격히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모두 대기오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자동차 매연이나 산업공해와 같은 점오염원이 규제정책에 의해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질병이 과거보다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책입안자들이 재차 곱씹어 볼 문제로 남는다.
의학계에서는 현재 전 세계 천식환자의 30~40%가 대기오염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100㎍/㎥ 높아질 때마다 하루 사망자가 2~3%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최근 미국호흡기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미세먼지나 매연은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 심부전, 만성폐쇄성폐질환,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제 대기오염은 등산로 정상에서 경관을 뿌옇게 만드는 스모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인간의 생존과 건강을 위협하는 ‘숨겨진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대기질 개선돼도 호흡기질환 줄지 않아
얼마 전 5·31 지방선거에 경기도의 한 지역 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모 후보는 “시민 10명 중 4명이 아토피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아토피 치료를 위해 전문 의료진을 확보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환경문제에 있어 어느 나라 못지않게 민감한 특성을 잘 간파한 이 후보의 공약은 지역경제 나 복지개선 일변도의 국민욕구가 천식, 아토피처럼 보다 피부와 와 닿는 환경욕구로 이동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환경오염 민감 계층의 환경성 질환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천식 등의 호흡기질환과 아토피와 같은 대표 환경성질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대기오염이나 화학물질이 어떻게 환경성 질환을 유발시키는지 연관성을 밝혀내겠단 셈인데 이 조사로 이 둘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윤곽을 드러낼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지난 ’03년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이 얼마나 대기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1%는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대기오염으로 호흡기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42.9%에 달했다.
또 대기오염 개선에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이나 불편에 대해 80.5%가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해 당시 계류 중이던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과 같은 정부의 감소정책에 동참의사를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후 작년 1월부터 특별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대기질 규제가 한층 거세졌지만, 총량규제에 근거한 동 법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분명한 것은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 외에 거주하는 국민조차 이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효과적인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질‘개선욕구’강하지만 묘책이 없다?
루마니아 환경부는 지난 ’04년부터 올해까지 ‘대기오염을 저감 환경프로젝트’에 정부자금 약 4천6백만 유로와 개별투자금 9억6천만 유로를 쏟아 부었다. ’00년 말부터 준비 작업에 돌입해 현재 사실상 EU가입국 승인이 떨어진 루마니아는 환경수준이나 정책을 유럽기준에 맞추기 위해 환경부의 입지를 점차 키워왔다. 또한 이들은 투자가나 제조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층 강화된 환경정책을 고수해 상당한 환경개선 효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가 오염저감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기 오염저감을 유도해 성공한 케이스다. 이들은 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정부가 정한 오염저감 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증진과 경쟁력 향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경제적 논리로 대기환경문제를 풀어나간 바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독일 역시 환경선진국으로 정평이 나 있다. ’70년대 이후부터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온 독일은 현재 세계 제1의 신재생에너지 보유국가로 위치해 있다. 엄격한 자동차 배기가스 억제정책과 동시에 공해에너지에 대한 근본적 체질개선을 유도한 이들은 현재 프라이부르크 같은 ‘환경수도’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이에 비춰진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할까. 올해 초 다보스 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환경지수는 133개국 중 42위로 나타났다. 외면적으로 보면 중상위권 진입을 환영할 일이지만 대기질 93위, 생물다양성 96위, 지속가능에너지 88위 등 향후 대기질을 좌우할 환경지수는 환경선진국 기준에 크게 모자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매년 중국에서 날아오는 중금속 황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 있게 들려온다. 대기 환경문제는 외교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므로 국제적 공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환경 연구분야의 한 원로는 “한국의 대기정책은 대기질 개선에 대한 뚜렷한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실내공기나 기후협약으로 이동했다는 생각이 든다” 며 “10년내 대기환경을 세계적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목표설정도 좋지만 개발부처와 늘 상충하고 있는 대기정책에 대한 노선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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