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싣고 달리는 무공해 자전거

박병상(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6-12-28 10: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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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었니?’ 정 넘치는 중간기계
자연에 풀꽃상을 드리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자전거’에 제8회 풀꽃상을 드렸다. 인간의 얼굴을 한 녹색도시를 촉구하려는 환경단체의 의지였다.
30년 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적절 규모의 인간 중심 경제를 주창했던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는 ‘중간기술’을 제안한다. 그는 ‘중앙에서 주어지는 기계문명의 편의에 길들여지는 수동적인 삶보다 중간기술을 활용하는 편이 인간의 얼굴에 가깝다’고 설파한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달리다가 문득 한 발은 페달에, 한 발은 대지에 굳건히 딛고 서서 지나가는 이웃에게 ‘밥 먹었니?’ 하고 물을 수 있는 자전거는 사람과 사람을 정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전거는 인간의 얼굴을 한 훌륭한 중간기술의 산물이라는 뜻일 게다.

도심의 자전거, 자동차를 추월하다
한때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를 광고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무섭게 달리는 퀵서비스와 철가방 오토바이들이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누빈 지 오래되었다. 대학가에는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오토바이들이 강의실을 어지럽힌다. 오토바이도 자전거처럼 한 발을 대지에 딛고 서서 이웃에게 ‘밥 먹었니?’하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중간기술로 평가받지 못한다. 더러 방귀를 뀌는 개인적인 사정 외에는 대기를 오염시킬 일이 전혀 없는 자전거와 달리 오토바이는 시커먼 배기가스를 사정없이 내뿜기 때문이리라.‘자전거로 달린다고? ’ 달려보아야 자동차에 견줄 수 없지만 요즘 도심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빠르다. 낮 시간 인천시청에서 월미도까지 버스로 한 시간, 택시로 사십 분을 잡아야 안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는 어린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환경단체가 개최한 행사에서 가장 늦게 도착한 자전거는 유치원생이 타고 있었는데, 출발한 지 30분 만에 월미도에 다다른 것이다. 물론 경찰이 교통을 통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시의 외로운 발명품
“거 보슈. 경찰이 차를 막아주지 않았소. 그러니까 애들도 자전거를 타지. 평소엔 자전거 타고 도로에 나오지마슈. 자전거가 망가지기 전에 당신의 다리나 폐를 먼저 망치게 될 거요!” 그렇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주장하듯, ‘자전거는 정기적인 대인대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운동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날 염려가 거의 없는, 인류가 만든 공산품 중에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다. 그러나 오염된 도시에서 자전거는 위험천만한 공산품인지 모른다. 자동차에 슬쩍 닿기만 해도 나동그라지는 오토바이보다도 허약할 뿐 아니라 페달을 밟을수록 호흡이 가빠지지 않는가. 제한속도를 수시로 위반하거나 공회전하는 자동차들로 꽉 찬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의 안전은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공간을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시각은 단지 희망으로 치부될 사항이 아니다. 속도와 규모가 숭상되는 도시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겸손한 도시를 가꾸자고 설득하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시민들의 참여로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편리한 도시를 만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도시는 자전거를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자동차에 맡긴 도심의 운송수단을 과감히 자전거에 내주어야 한다.


늘어나는 도로 어떻게 대처할까?
자동차보다 자전거 이용 인구가 많아 시민도 환경도 건강한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반영하였는지, 최근 우리의 많은 도시들이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을 발표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자전거 이용 시민들은 도무지 증가하지 못한다. 좁은 인도에 선 긋는 식이기 때문이다. 언덕이 많아 우리나라 도시는 자전거 타기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주장은 일본의 사례를 비추어 설득력을 잃는다. 일본의 도시도 우리처럼 언덕이 많다. 자동차 보급이 활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시민들이 자전거보다 자동차를 선호할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 인구가 나날이 증가하는 경기도 부천시 중동이나 과천시를 미루어 볼 때, 전문가의 분석도 정확하지 않아 보인다. 자동차 체증에 진저리치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자전거 이용을 고려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다만 아직 도시의 은륜이 적은 이유는 이용자 편의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50년 넘게 자전거를 이용하고 수선하는 시민들이 거주하는 경북 상주시는 이용자 편의의 자전거도로를 가지고 있다. 시 행정도 자전거 이동을 위해 많은 관심과 예산을 투여한다. 그렇다면 자동차로 복잡한 기존 도시도 시민의 눈높이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한다면 자전거 이용 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움직이는 자전거가 늘어날수록 자동차가 줄어들 것이므로, 시민들은 물론 도시도 훨씬 건강해지리라.

자전거 지구를 살리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에서 존 라이언은 ‘가장자리로 갈수록 자동차 배기가스 농도가 가장 낮다’며 대기오염을 염려하며 자전거를 꺼리는 독자들을 설득한다. 이번 기회에 대기오염 절감과 원활한 도심 교통대책을 자전거로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을 추천하고자 한다. 차도를 희생시켜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하고 그 경계선에 자동차가 침범하지 못할 정도로 가로수를 충분히 심는 방법이다. 보행자 도로의 기존 가로수와 더불어 형성될 훌륭한 가로수 터널이 자전거 전용도로를 덮을 것이다. 그 도심 녹지 아래 움직이는 은륜들이 출퇴근과 등하교는 물론 시장가는 주부들에 의해 연출되면서 도시의 겸손한 풍경화가 엮어질 것이다. 도심에 자전거 행렬이 늘어난다고 자동차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도심 통행을 자제하는 까닭에 시민들은 교외로 나가거나 장거리를 이동할 때 자동차를 제한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러면 그만큼 에너지 자원을 아끼게 될 것이다.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의 내구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교통사고가 줄어 보험료도 인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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