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이 세상에 태어나 보급되기 시작한 이래, 휴대폰은 끝없이 진화하여 이제 작은 몸체에 안테나 없이 지하도나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도 잘 터지는 음성통화는 물론 문자전송, MP3, 카메라, 캠코더, DMB, 전자사전 그리고 최근에는 교통카드, 신용카드, 강의 출석 확인, GPS, 미아 방지와 치매성 노인들을 위한 특별기능까지 포함된 제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머지않아, 국내는 물론 지구촌 구석구석에서도 웬만한 일상생활은 물론 까다로운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종합 신분증과 편의도구의 기능을 충실히 갖춘 휴대폰의 등장도 예상된다.
우리나라 휴대폰의 가입자는 4천만 명에 육박하여 실질적 1인당 보급률은 100%가 넘어섰다. 휴대폰의 보급이 활성화되는 것은 IT강국으로 면모를 과시하는 것으로 오히려 장려하였으면 했지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폐휴대폰의 재활용에 대한 관심과 실적이 보급률에 걸맞게 향상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7월 3일에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정통부 앞에서 수천 대의 폐휴대폰을 쏟아 부으며 안전처리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였으며, 또한 이에 앞선 5월 9일에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전병헌 의원이 주최한 ‘중고 휴대폰 수거·집중·재활용·폐기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재활용 법제화 방안’이라는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리고 환경부에서는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을 해마다 벌이고 있으며, 철도공사에서도 폐휴대폰을 가져오면 열차운임 20%를 할인하여 주는 등 다양한 사회적 압력과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재활용률이 증가되는 낌새는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
낮은 재활용 기술, ‘장롱휴대폰’ 만든다
국내에서 한 해 발생하는 폐휴대폰이 1,300만 대를 넘는다. 그 중에서 회수량은 겨우 30%를 상회하고 있다. 폐휴대폰에는 납(0.2 g/대)은 물론 금(280~400 g/ton), 은(2 kg/ton), 팔라듐(140~300 g/ton), 로듐(300 g/ton), 구리(140 kg/ton), 코발트(274 kg/ton : 배터리) 등이 함유되어 있어 그 환경적, 경제적 중요성이 크다는 것 등은 워낙 많이 보도되어 이제는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안전처리 또는 재활용처리가 미흡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국민 기대와 재활용기술의 불일치에서 찾아야 할 거 같다. 그러니까 더 명확히 이야기하면 국민들의 현명성이 그 이유일 것이다. 회수되는 폐휴대폰이 미미하다는 것은 중고 또는 폐휴대폰의 경제적 또는 물질적 가치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휴대폰 재활용기술의 수준이 낮아 국민들이 기꺼이 배출을 하더라도 또는 적극적인 수집운동을 전개하거나 동참을 하더라도 결국은 헐값에 수출되거나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그러나 비교적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과 인식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도입이나 정착에 오랜 시일이 걸리고 있는 종량제, 분리수거제도 등과 같은 마켓 메커니즘이 우리나라에서는 조기에 정착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의욕적인 실천의지도 중요하게 작용하였겠지만 높은 교육수준 등에 의해 민주적 참여의식이 함양된 국민들의 덕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외환 유동성이 부족했던 소위 ‘IMF 위기’ 때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을 보더라도, 한 해 900만 대 이상이라는 그 많은 폐휴대폰이 장롱이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게으르거나 인식을 못하여서가 아니라 아직은 이렇게 처분할 수 없다는 묵시적 합의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휴대폰을 재활용하여 유가금속을 추출하고, 유해물질도 잘 처리하는 기술이 보편화 되면, 국민들은 아무렇게나 방치하던 폐휴대폰을 기꺼이 끄집어내고 찾아낼 것이다. 물론 그때는 별다른 보상 없이도 분리수거함만 설치 하여도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이동통신업체나 단말기제조업체에서 보상 판매등의 경제적 유인책을 쓴다면 그 수집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상용화된 기술 활발하게 가동시켜야
기술지도, 안정적 원료확보 지원해야
실제로 국내에서 폐휴대폰 재활용 업체들 중 한 곳의 대표와 접촉하여 본 결과, 그곳에서는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정도의 기술이나 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분해 또는 선별의 과정을 거쳐 국내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것 이외는 대부분 인접국으로 수출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재활용 자체 공정을 통하여 유가금속 등을 추출하는 것이 아닌 것이었다. 인접국으로 수출한 폐휴대폰은 그곳에서 유가금속들이 회수되기도 하겠지만 케이스와 결함 있는 부품만 교환되어 그곳 시장에서 유통되고 극히 일부지만 심지어 어떤 것은 짝퉁으로 역유입 되기도 한다고 한다.
또 다른 폐휴대폰 재활용업체의 대표는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재활용시설이 없다는 것은 앞의 업체와 같았다.
즉, 폐휴대폰이 수거되면 칩을 제거한 뒤 이는 주로 재사용하는 경로로 보내고, 나머지 금속 부분은 분쇄하여 대기업의 제련시설이 있는 공장으로 보내는데 그곳에서는 이들을 제련공정에서 녹여서 유가금속 등을 추출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접 국가에 수출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제련공장의 입장에서는 전자부품 스크랩류를 입고 받을 때, PC나 핸드폰 등의 것인지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핸드폰에서 발생한 부품이 얼마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그 양도 원석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 폐휴대폰의 재활용을 현재까지는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참고로 구리 같은 금속의 제련공정은 주로 정광이라는 원석을 수입하여 1,200 。C 이상에서 고농도의 산소와 반응시켜 녹이고 그 로(爐)에 산화규소를 추가하여 플럭스 시켜서 비중이 높은 층과 비중이 낮은 층으로 구분시킨 뒤, 계속하여 3번 정도의 정련과정을 반복하여 목적하는 금속의 순도를 99.5% 정도까지 높이는 것인데, 폐휴대폰 스크랩류를 귀금속 회수의 원료로 사용하는 제련공장에서는 이 제련의 두 번째 정도에서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일련의 제련을 거친 후 다시 소위 습식처리라는 전해정련을 거치면 99.99% 정도의 순도를 갖는 금속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유가금속이나 귀금속의 회수나 정련도 원리는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앞의 로에서 이루어지는 제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선별 후 파분쇄하여 습식인 전해정련으로 바로 이어지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화된 것이 운용되고 있는 사례가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는 곳은 드문 실정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실상을 현명한 우리 소비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많은 폐휴대폰이 아직은 잠자고 있는 것이다. 이 잠을 깨우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보급 그리고 이미 상용화된 기술에 대해서는 기술지도 및 안정적인 원료확보 등의 지원을 통한 육성과 활성화가 필요하다. 아까운 자원을 이렇게 잠들게 할 수만 없고 더욱이 헐값에 국경을 넘어가게 할 수는 더욱 없다.
우리의 기술로, 우리의 땅에서 값어치 있게 재활용될 때, 설령 보상이 없거나 적다고 하더라도 폐휴대폰은 적극적으로 재활용의 컨베이어를 타게 될 것이다. 그때 재활용 유인책으로 폐휴대폰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까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는 IT강국일 뿐만 아니라 폐휴대폰 재활용강국으로도 당당히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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