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제가 향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EU 경험 및 노하우 배워 시행착오 최소화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2-12-05 16: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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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 1월 1일 본격 시행된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34번째, 아시아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국가가 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Greengouse Gas Emissions Trading Scheme, 이하 ETS)’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배출권으로 상품화하고 시장기능 적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제도이다. ETS 본격 시행을 앞두고 ETS 도입 8년차로 제도 시행에 따른 부담이 감소하며 장점이 극대화되고 있는 EU의 그동안의 시행착오 및 실질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국내 ETS의 성공적인 정착을 모색해보는 컨퍼런스가 10월 11일 리츠칼튼호텔에서 ‘온실가스 배출거래제와 산업경쟁력’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탄소의 가격형성, 기술투자의 유인책이 될 것

국내 ETS 시행을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 부담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ETS가 시행되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산업계의 목소리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로서 ETS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 가장 시장 친화적이며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비용효율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다. ETS의 중요한 목적은 ‘탄소의 가격형성’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어떤 규제도 없었으며, 탄소가 경제적 가치를 지니지 않았다. 그러나 ETS 도입으로 인해 탄소는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될 것이며, 탄소의 가격형성은 중장기적으로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노력 및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도 ETS 도입 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업계의 부담, 국가경쟁력의 약화에 대한 우려로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EU는 오히려 ETS 시행으로 인한 규제압박이 신성장동력 창출에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EU는 현재 더 강한 ETS 규제를 통해 기술개발을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일례로 영국 산업연맹은 ETS 규제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무상할당 적정 수준 유지돼야

최근 들어 국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부분은 배출권의 할당 부분이다. 배출권을 나눠주는 방법은 ‘유상할당’과‘무상할당’으로 나뉜다. 배출권의 할당과 관련해 무엇보다 민감한 부분은 ‘과연 얼마만큼의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할 것인가’이다.

정부는 최근 ETS 도입 초기 무상할당에서 단계적으로 유상할당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100%,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97%, 3차 계획기간(2021~2025년) 90% 이하에서 무상할당할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상할당 비율은 EU-ETS에서 말하는 무상할당 비율과 다른 개념이다. EU-ETS의 무상할당 비율은 ‘전체 배출량 중 차지하는 비율’이지만, 국내의 무상할당 개념은 ‘각 업체별로 정해진 기준 할당량 중 차지하는 비율’이다.

또한 EU의 3차 계획기간인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민감업종에 대한 100% 무상할당 기준은 EU와 동일하게 한국의 ETS 법에도 포함된다. 즉, 비용발생도가 5% 이상, 생산비용발생도 30% 이상 등 이중 하나가 해당되는 업체는 100% 무상할당 받을 수 있다. 이는 EU-ETS와 동일하게 ETS로 인한 부담을 피해서 외국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예를 들어 국제 경쟁력을 감안해 철강, 반도체와 같이 무역집약도가 높거나 생산비용이 높은 업종은 배출권을 100% 무상할당 받을 수 있다. 또 정부는 민감 업종 또는 100% 무상할당 받지 않는 기업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관련 기술 개발, 금융·세제 지원 또는 보조금을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EU의 전문가들은 업계의 산업 경쟁력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면 무상할당의 적정 수준 유지가 중요하다고 전한다.

시행 초 ‘발전산업’ 무상할당 적용키로

한편 EU가 앞으로 발전사업에 무상할당을 제공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발전사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또 실질적으로 배출량을 줄일 여력이 가장 많은 것도 발전사업이다. 따라서 발전사업이 배출량을 줄여야 전체적으로 ETS 목표달성이 쉬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EU가 그동안 발전사업에 주로 무상할당을 해왔던 이유는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하면 그 요금이 결국 전기요금에 가산돼 전기요금 인상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였다. 그러나 ETS를 8년 가량 시행한 EU는 일정정도의 배출권 가격이 발전가격에 반영됐다고 판단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발전소에 100% 경매제로 유상할당함으로써 확실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노력을 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반대상황으로 발전부문에서는 거의 100% 무상할당한다. EU가 발전사업 부문에 압박할 수 있는 이유는 EU의 전기료가 현실화되어 있으며, 만약 발전소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울 경우에도 전기를 바로 끌어다 쓰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전기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았고, 배출권부담까지 부가되면 발전소의 적자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유상할당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ETS 부담 때문에 발전량을 줄였을 때 블랙아웃 발생가능성이 높아 우선 ETS 시행 초기에는 발전사업 부문을 특별히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의 적절한 가격수준 유지가 핵심 키워드

ETS 도입 후 국내 시장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EU-ETS의 기본적인 흐름과 동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ETS 시행에 따른 배출권 가격의 폭락이 우려된다. 우선 산업계의 반발때문에 시행 초기에 배출권의 공급량을 늘리면 배출권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EU는 현재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다고 비판한다. 또 배출권가격의 일정가격 유지는 투자요인이 되지만, 그동안의 배출권 가격은 현저히 낮아 배출량을 줄이려고 기술투자를 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기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EU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초기 할당량을 지나치게 느슨하게 설정하면 ETS 도입 시기 자체가 무색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EU가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것보다 더 심한 상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ETS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핵심은 적절한 가격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탄소가격이 어느 정도에 형성돼야 가장 바람직한가’의 문제다. 녹색성장의 기본 개념아래 ETS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일정의 규제를 통해서 각축 기술의 투자 및 개발을 유도하고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창출하겠다는 의도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탄소가격이 너무 높으면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며, 경제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발생시키지 못한다. 또한 탄소가격이 너무 낮게 측정한다면 제도의 목적인 탄소감축의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긴장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다.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우리 기업들이 버텨낼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절한 수준의 규제 강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국내 ETS는 EU-ETS와 달리 ETS가 기업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할당의 조정(adjustment allocation)’이 인정된다. EU-ETS의 경우 계획기간 초기 할당량이 결정되면 계획기간이 끝날 때까지 그 할당량의 증감여부 없이 그대로 가지만, 우리의 경우 경제상황의 급변, 신규시설 또는 생산량의 증가 등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한해 배출권을 더 할당해 주는 할당의 조정을 인정하고 있다.

도입전 탄탄한 대비 마쳐야

한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11월 15일 기후정보공시위원회(CDSB) 관련 정부간 화상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CDSB가 먼저 시작되고 기후변화 제도에 앞서 있는 영국의 정부관계자와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국내 대사간의 회의를 통해 실제로 영국이 겪은 경험 및 국내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CDSB는 기업들이 제출하는 보고서중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재무보고서에 기후변화 관련한 정보를 담음으로써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이 내용을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만들어졌다.

투자자들은 기업에 투자할 때 사회책임투자로서 기업의 친환경적 요소, 사회적인 요소 등을 반영해 기업을 평가한다. 영국 상장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재무보고서를 통해서 기후변화 정보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또는 감축량을 공개한다. 이중 확정된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며, 그 이외에 기후변화 정보들도 전문적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현재 CDSB와 정부간에 같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영국 관계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공개, 저탄소 관련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은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와 같은 개도국의 경우 배출권 거래제가 어떻게 구성되고 무상할당 비율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했다.

국제사회는 의무 감축국이 아닌 국가 중 최초로 국가 단위 의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2년여가 남은 ETS 도입에 앞서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국내 산업계 상황을 고려하고 여러 가지 조정절차를 잘 이용한다면 최소한의 부담으로 탄소시장,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의 성장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ETS의 성공적인 도입 및 운영을 위해 시행되기 전까지 EU 등 해외의 노하우를 배움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인프라 구축 등 탄탄한 대비를 마쳐야 할 것이며, 정부와 기업이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녹색성장 주창국으로서 모범을 보인 배출권거래제 도입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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