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경, 환경인에 관한 몇 가지 생각

미래환경에 대한 예측과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02-08 13: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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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용 前 환경부 장관

이 글은 지난 1월 25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열린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신년회에서 초청을 받아 행한 기조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내용이다.

기초적인 내용이기는 하나, 한번쯤은 우리 환경인들이 함께 생각을 해보아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강연을 하였는데, 다른 분들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해주신 분들이 있어 여기에 올리게 되었다.

발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쓴 글이 아니고 강연내용을 그대로 요약 정리한 것이므로 좀 부족하더라도 이해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환경과 시장
많은 사람들이 환경은 규제로서 반시장적이며,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연 그런가. 결론적으로, 환경도 시장의 일부이며, 시장에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환경규제는 수요와 공급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움직이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시장 안에서 기능을 한다. 

 

하천 상류의 오염 저감을 위한 투자의 이익은 하류 지역 주민들이 본다. 그렇다면 상류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환경투자에 나설까.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 중 오염방지시설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그만큼 환경오염과 사회비용을 초래하면서도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보고, 정당하게 처리하는 기업은 원가상승으로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이 과연 시장에 맞는가. 환경 분야는 규제가 없으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환경은 양질의 용수 등 자원과 노동력을 공급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환경산업은 그 자체로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또 미래형 첨단산업으로 국가성장동력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규제가 환경 수요를 창출
환경시장의 수요는 정부의 확고한 법 집행으로 창출된다. 규제 분야인 환경시장에서 환경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국민의식 수준이 매우 높아져 이제는 기업의 환경투자도 자발적으로 잘 이루어진다는 주장은 아직도 잘 맞지 않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기업도 많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틈만 있으면 원가절감 차원에서 규제를 회피하려 한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의식 수준의 이중구조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식수준 자체는 상당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나, 스스로 환경비용을 부담하거나 스스로 어떤 행동을 자제하겠다는 행동수준은 아직 매우 낮다. 이러한 “사회적 이중구조” 속에서 선의의 자발적 환경투자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규제가 확고하게 준수되어야 기업에서 환경투자를 하고, 기술개발을 하며, 환경 분야 관리인력과 연구인력을 고용하게 된다. 그래야 방지시설업체나 처리업체의 매출이 늘고, 학계나 전문가들의 연구개발 수요도 늘어나며, 대학의 환경관련학과 졸업생에 대한 취업기회도 늘어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같이 시장에서 환경규제가 잘 지켜지도록 정부의 법 집행이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시장에서 환경수요가 창출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되어야 시장에서의 예측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래야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고, 환경비용의 공평한 부담으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다. 이에 따라 경쟁력을 가진 환경기업이 더욱 번창하게 되어, 결국 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성과를 올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환경 의지가 약해지고 정부 정책 내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환경 관련 규제의 집행은 상당히 느슨해져왔으며,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유명무실해졌다고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적극적인 환경투자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간신히 정부 SOC 관련 예산사업에만 매달리는 등 환경시장은 계속 축소되어 환경산업체들은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 상당수 처리업체들은 덤핑경쟁으로 수익률은 점점 악화되며, 기업의 환경인력 감축 추세로 대학의 환경공학과는 점점 줄어들고 다른 학과에 통폐합되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환경학계와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
우리 모두가 할 일은 정부가 환경 분야 법 집행을 철저히 해줄 것을 꾸준히 건의하고, 격려하고, 평가하고, 촉구하고, 경고하는 것이다. 보수·진보에 관계없이, 기업프랜들리 정부라 하더라도 이것은 시장에 관계되는 기본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이다.  

 

이에 더하여 환경학계에서 도와줘야 할 일은 좋은 인력을 양성해 시장에 공급하고, 연구개발사업을 하는 본연의 책무 외에 환경시장에서 공정한 심판자로, 또는 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나 민간에서 행하는 각종 개발 사업, 환경오염방지 사업 등 시장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기술평가, 경제성평가, 효율성평가, 타당성평가, 감정 등에 대한 평가나 의견을 제시할 때는 반드시 친시장적, 즉 시장원리에 맞도록 의견과 평가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환경시장이 투명해지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나며, 환경수요와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여기서 친시장적이라 말은 환경을 멀리하고 개발의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 저감효율은 극대화하면서 비용은 최소화하는, 그야말로 경제성 있고 효율성 높은 환경기술과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주고, 평가해주고, 개발해 주고, 의견을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 관련 기술이나 재화와 서비스가 경제성이 떨어지고, 날림이니,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환경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환경시장 자체가 붕괴되고, 환경계가 공멸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공정한 심판이 있어야 효율 높은 기술은 더 성공하고 경쟁업체 간 부단한 기술개발 투자나 재투자가 확대되어 환경시장 자체도 커지고, 학계의 할 일도 많아진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국민 즉,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져서 수요가 계속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로 가게 될 것이다.

미래예측에 관한 학계의 역할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학계에서 환경 상황에 대한 평가와 미래 예측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일이다. 경제 분야는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단기 또는 중·장기 전망에 관한 의견이 시장에 수도 없이 제시되면서 정부와 기업,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의 합리적 행위를 이끌어 내고 있다.  

 

심각한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으면서 왜 우리는 이러한 예측을 미리 못하고, 정부나 환경시장은 항상 어려움에 직면해서야 뒷북을 칠까를 생각해본다. 공장이나 자동차의 배출허용기준 강화 등 최근 제시된 미세먼지 대책들은 사실 5년, 10년 후에나 효과를 보는 것들이 많다. 지금 당장 효과를 보겠다면 5년이나 10년 전에 대책이 마련됐어야 한다.  

 

사실 미래예측과 그에 따른 대책마련은 각종 정보나 자료, 인력과 장비를 갖춘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나, 솔직히 현직에 있는 관계자들은 본인들이 책임지지 않는 미래에 발생할 문제에 대해 대체로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학계가 독자적으로 이러한 전망을 하기는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5년이나 10년 후의 환경상황을 예측하기 위한 노력을 독자적으로 하여야 하며, 예측에 바탕한 문제제기와 대책 마련을 계속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환경인과 실천
환경인이라면 두 가지 점에 관한 생각과 입장이 확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나는 절대적인 가치로서 “생명존중”이고, 또 하나는 실천적인 가치로서 “지속가능발전”이다. 생명존중의 가치를 실천하는 방식은 모든 생명체와 후세대 그리고 우리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이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실천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절제이다. 인류가 갈망하는 모든 것을 욕심껏 추구하는 결과는 인류공멸이다.  

 

최근 여섯 번째 지구 대멸종이 예언되고 있는데, 원인은 소행성충돌 등이 아니라 인류로부터 비롯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인류로부터 유래된다면 그것은 절제되지 않은 인류의 욕심이 직접적 원인일 것이다. 최근의 미세먼지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그중에서도 미세플라스틱 문제 등 떠오르고 있는 모든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의 근본에는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가지려는 우리의 무한한 욕망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폐기물 분야는 절제가 곧 감량화다. 하지만 절제는 실천이 너무나 어렵다. 폐기물 감량화는 실천단계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개인들도 불편을 감내해야 하므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도사처럼 살라는 말이냐고까지 불편해 한다. 그렇더라도 우리 환경인들은 최소한 이러한 주장을 계속 반복하여야 하며,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태도를 견지해 나가야 한다.  

 

학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에 전문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과 병행하여 실천적 원칙으로 사랑과 배려, 그리고 절제가 몸에 배도록 계속 강조해 주셔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정부 정책을 검토하거나 연구하거나 평가할 일이 있을 때에도 이러한 기본적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제안하고, 지적하고, 격려하고, 평가하고,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글 I 이규용 前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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