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카본 다음은 담수 탄소?…호수·저수지의 CO2 흡수, 탄소중립 해법으로 부상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1-26 22: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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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호수·저수지·습지 등 담수 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해 장기간 축적할 수 있다는 연구가 확산되면서, ‘탄소중립 사회’ 달성을 위한 새로운 자연기반 해법으로 ‘담수 탄소(freshwater carbon)’가 주목받고 있다. 담수 탄소 연구를 선도해 온 일본 고베대 공과대학 나카야마 케이스케 교수는 “바다의 블루카본에 비해 담수 탄소는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였지만, 면적과 관리 가능성을 고려하면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나카야마 교수는 본래 물의 흐름과 파동을 연구해 왔으나, 2015년 전후 대만 연구자와의 교류를 계기로 호수 ‘대사(탄소의 흡수·배출 과정)’ 공동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해외 문헌에서 “습지는 CO2 배출원이지만 흡수원은 아니다”라는 통설이 굳어졌던 배경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영양염과 생물활동이 활발한 담수 환경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수생식물이 CO2를 흡수·축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의 자연 호수에서 식물성 플랑크톤 상태를 조사한 결과, 대기 중 CO2가 호수로 유입돼 흡수·축적된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이후 서호주대 객원교수 시절의 인연을 통해 호주 몽거 호수(Lake Monger)를 대상으로 수생식물이 흡수·축적하는 CO2를 측정하는 공동연구도 진행했다. 수생식물 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 호수에서, 수생식물이 호수 내 CO2 흡수와 축적에 기여한다는 결과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일본 내 현장 적용 사례로는 고베시 상수원 중 하나인 가라스하라 저수지에서의 실험이 소개됐다. 고베시는 수질 개선과 남조류(유해 조류) 문제 대응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 왔고, 상수도국은 수생식물에 서식하는 일부 박테리아가 남조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 왔다.

연구팀은 수생식물 전문가들과 협력해 저수지에 토종 연못풀을 식재하고, 수질과 CO2 흡수·축적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초기에는 침입종 거북이가 연못풀을 섭식해 성과가 제한적이었지만, 거북이 제거와 식재를 병행한 뒤 연못풀 증가가 뚜렷해졌고 수질 개선과 CO2 흡수 효과를 함께 확인했다. 나카야마 교수는 “담수 탄소를 현장에서 검증한 시도는 일본 안팎에서도 드물어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나카야마 교수는 2023년, 해양 기반의 블루카본과 구분하기 위해 ‘담수 탄소’라는 용어를 제안해 논문에 발표했다. 그는 담수 탄소의 잠재력을 ‘공간 규모’에서 먼저 강조했다. 블루카본 저장이 가능한 해안지역 총면적을 약 180만㎢로 볼 때, 담수 탄소 저장이 가능한 지역 총면적은 약 500만㎢로 더 넓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림이 노령화되며 탄소 흡수율이 낮아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담수 생태계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담수 탄소의 성패는 습지의 영양 상태와 생물다양성에 달려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습지는 질소·인 등 영양염 수준에 따라 과영양(낮음)·중영양(중간)·부영양(높음)으로 나뉘는데, 기존 조사와 설문 결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중영양 습지가 CO2를 가장 많이 흡수·축적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반대로 영양염과 생물다양성이 낮은 습지는 흡수·축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과거 “습지는 CO2의 원천”이라는 결론이 널리 퍼진 이유로, 당시 연구가 주로 부영양 습지에 집중됐던 점을 들었다. 다만 토착 수생식물과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을 늘리는 방식으로, 부영양 습지에서도 CO2 흡수 가능성을 키울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해안에서 잘피(장어풀) 식재로 블루카본을 확대하려는 접근과 유사한 발상이라는 설명이다.

식물성 플랑크톤과 수생식물에 대한 인식 전환도 강조했다. 플랑크톤은 오랫동안 적조·남조의 원인으로 비난받아 왔고, 수생식물은 어업이나 수상 스포츠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일정 조건에서 이들이 CO2 흡수·축적에 기여한다면, 담수 생태계 관리의 목표를 ‘제거’ 중심에서 ‘균형·복원’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나카야마 교수는 담수 탄소 연구와 별개로 일본 특별천연기념물인 마리모(조류 공)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기타미공대 재직 시절 아칸 호수의 거대 마리모 군락을 연구하며, 마리모가 바람과 파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둥근 공 모양으로 성장한다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후 수온과 성장 관계를 분석한 결과, 수온이 높아질수록 마리모가 작아지는 경향을 확인했으며 “지구 온난화로 냉수 환경에 적응한 마리모가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향후 연구는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전국 단위 조사로 확장될 전망이다. 가라스하라 저수지 외에도 아칸 호수, 스와 호수, 비와 호수, 에히메현 저수지 등에서 지역 연구자들과 협력해 조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호수의 생물다양성과 수질이 개선되면 하류 해역의 환경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숲과 바다 사이 ‘중간 지대’로서 담수 생태계의 중요성을 정밀하게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호수 바닥에 산소가 극도로 부족한 데드존의 형성과 소멸 메커니즘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나카야마 교수는 이를 설명하고 일본 전역 호수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다만 그는 “일본에서 습지 연구자가 점차 줄고, 명확한 조사 과제가 없으면 정부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담수 연구의 잠재력이 큰 만큼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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