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➌ 환경을 생각하며 먹다(食)_Ⅰ
본지는 총 3회에 걸쳐 ‘환경적 시각에서 바라본 의(衣)·식(食)·주(住)’와 관련한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첫 회는 ‘환경을 생각하며 짓다(住)’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건축양식인 궁궐건축(경복궁)을 통해 전통한옥의 미학에 대해 살펴봤다. 이어서 지난 호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며 입다(衣)’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한복의 매력을 살펴보고 발전 방안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공유하였다.
이번 호는 ‘환경을 생각하며 먹다(食)’라는 주제를 가지고 김치와 한과를 통해 전통 한식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자 한다. 곡류와 채소류가 주를 이루는 전통 한식은 김치나 장류와 같은 발효음식이 많다. 또 삶거나 끓이는 조리법과 더불어 제철에 나는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사용해 맛과 영양은 물론이고 친환경적이다. 지구를 위한 탄소배출 절감이 필요한 즈음에서 건강한 한식을 먹거리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지속가능한 식품산업을 전망해본다.

패스트푸드
패스트푸드(Fast food)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주요 식단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쳐 제공되는 음식인 만큼 볶고 튀기는 조리법이 많아 열량, 지방, 염분 과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몸속의 칼슘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뼈를 약하게 할 뿐 아니라 가공식품 속 설탕은 몸을 산성화시키고 칼슘 흡수까지 방해해 골격에 지장을 초래한다. 함께 섭취하는 콜라, 사이다 등의 탄산음료 속 당은 치아에도 충치를 유발하는 등의 영향을 준다.
더 심각한 것은 패스트푸드 속 과량의 당분이나 첨가물은 건강한 인성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보고되고 있다. 실제 ADHD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인공색소, 감미료, 정제당, 향미료 등의 과다섭취가 꼽힌다. 더구나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암이나 뇌졸중, 비만, 심장질환, ADHD, 자폐증,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등은 몸에 유해한 가공식품 성분들이 지속적으로 인체에 유입된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식품과 달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에는 합성 물질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합성 성분은 뇌의 기능과 행동은 물론 유전적인 요소에도 영향을 주고 중독을 일으켜 계속해서 패스트푸드를 찾게끔 유도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식이섬유 함량이 적어 변비의 원인이 되고 비타민과 무기질의 함량도 낮아 성장 부진과 면역 기능을 저하시킨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끼니를 거르고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게 되면 신체발달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식을 올바로 먹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이지만 그것조차 포기하고 사는 현대인들이 많다.
몸에 좋고 친환경적인 “한식”
그렇다면 한식은 왜 몸에 좋고 환경에 좋은가? 곡류와 채소류가 주를 이루는 전통 한식은 김치나 장류와 같은 발효음식이 많다. 지역마다 향토 음식이 발달하였고, 삶거나 끓이는 조리법을 주로 이용하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지역마다 제철에 나는 특산물을 재료로 이용해 신선하고 맛있을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다.
대표적인 한식인 김치는 성인병 예방과 생식기능 개선, 비만 예방, 노화 방지, 항암효과 등 수많은 사실이 증명된 건강한 음식이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와 전북대 의대는 ‘한식 및 전통식품의 우수성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함으로써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실험결과를 통해, 한국은 익혀서 무친 숙채로 먹고, 중국은 기름에 볶아먹고, 일본은 짜게 절여 먹는데, 생채보다 숙채로 먹는 한식이 질산염을 줄이고 산화를 억제하는 항산화(抗酸化) 물질을 활성화해 나물의 건강 기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비빔밥, 김밥 등 한식 위주 식단을 따른 사람들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더라도 혈당지수가 높지 않고 인슐린 지수도 낮아 당뇨 등 성인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의 항암효과와 노화방지
더 놀라운 것은 세포의 노화 유도 전·후에 배추김치 시료를 처리해 세포의 노화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연구결과에서 일반 노화 유발 세포가 54% 노화되는 반면, 적당히 익은 적숙기 배추김치를 노화 유도 전에 처리해 노화를 유도할 경우 최저 25% 수준으로 노화가 유발해 정상 세포에 가까운 기능을 유지하는 등 노화 예방효과가 있었다.
특히 담근 지 보름 정도가 지난 김치에서 노화 방지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잘 익은 김치일수록 젖산 발효균의 작용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노화 예방효과를 입증한 데 이어 김치 부재료인 마늘, 생강, 고춧가루, 쪽파가 김치 발효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항암효과를 더욱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항암제로 알려진 ‘시스-프라틴(Cis-platin)’과 양념채소, 발효된 양념채소를 각각 위암 세포에 처리한 결과 79%의 암세포 성장 억제율을 보인 시스-프라틴과 비교해 마늘은 발효 전 47%에서 발효 후 51%, 생강은 29%에서 38%, 쪽파는 38%에서 48%, 고춧가루는 46%에서 56%의 암세포 성장 억제율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양념채소가 김치 부재료로써 발효되면서 항암효과를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김치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의심됐던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이 암을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적숙기의 배추김치에서 가장 높은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는 김치를 적숙기까지 발효시키면 김치 재료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항암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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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암제, 양념채소, 발효양념채소의 위암세포 생장 억제효과 |
한식은 영양학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갖춘 음식이라는 것이 실험결과를 통해서도 증명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 식품영양학적 특성이 있는 건강한 음식이다.
김치 유산균의 정장작용
채소를 소금에 절이는 형태로 먹기 시작했다는 기록은 삼국지 ‘위지동이전’에서 보듯이 고구려 때부터다. 이후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며 단순한 채소 절임의 형태를 벗어나 여러 가지 양념과 채소류를 사용하여 양념한 김치의 형태로 발전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고추가 유입됨에 따라 고춧가루를 김치에 사용하였고, 김치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젓갈 역시 다양하게 쓰였다. ‘증보산림경제(1776년)’를 보면 41종의 다양한 김치 형태가 소개되어 있다. 통배추를 비롯한 오이, 무 등을 이용해 이미 지금의 김치 형태와 거의 흡사한 방법으로 김치를 담가 먹었음을 알 수 있다.
김치는 숙성하면 유산균을 생성한다. 유산균은 장내의 산도를 낮추어 해로운 균이 자라는 것을 막거나 없애준다. 유산균의 정장작용은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치의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은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 활동을 돕는다. 풍부한 비타민A와 비타민C의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 효과를 볼 수 있고, 식욕 증진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어 생리대사를 활성화한다.
김치의 식이성 섬유는 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어 몸속의 당류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식이성 섬유의 이러한 효능은 당뇨병, 비만 등의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김치의 주재료인 채소는 대장암 예방효과가 탁월하고, 양념의 마늘은 위암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김치는 치오시안네이트, 박테리오신과 같은 항생 물질들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각종 암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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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 김치 |
역사와 문화를 품은 ‘한식’
다만, 손맛으로 통하는 한식 조리법이 계량화의 한계로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리법을 표준화하기보다는 손맛과 같은 비과학적이며 감성적인 요소를 중요시하는 풍토가 레시피의 보편화를 어렵게 한다. 또 숙성 요리가 많다 보니 유통 문제 등도 해외 진출에 도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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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오디세이》를 쓴 정혜경은 ‘그 민족을 알고 싶다면 그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이해하라’라고 했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품은 음식에는 그 나라의 정체성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의 세계화는 우리의 문화를 세계의 문화로 주목받게 하는 첫걸음이다.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먹을거리들로 식생활을 꾸려온 인류의 역사만큼, 문화권마다 혹은 가정마다 살아온 모습과 취향에 따라 음식은 다양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꾸었다. 요리사들의 조리법이 여기에 일조함으로써 음식의 맛을 창조하고 발전시켰음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요리사에게 있어 조리법은 그야말로 자신만의 비기(秘記)가 되기에 충분했다. 며느리에게만 전수한다는 전통 비법부터 혹독한 훈련과정을 통해 익힌 요리법 등 다채로운 요리의 세계만큼이나 천차만별인 조리법도 없을 것이다.
음식은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음식물이 소화되고 흡수하기까지 수많은 분자와 생명이 이루어내는 복잡한 교향곡이자 오묘한 생태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보다 오랜 시간 존재해온 음식의 세계에 대한 다양한 관심은 최근 본격적인 연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아직 밝혀야 할 비밀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과 요리, 미생물과 건강 등에 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이를 보편화할 수 있는 한식의 레시피는 우리가 하루빨리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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