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사고, ‘척’ 하는 정치권과 환경단체의 합작품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4-01-17 18: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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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소재 영풍제련소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사망하고 3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 이 문제로 현장조사를 진행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여부 검토 등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의 생태피해를 조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곳은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 시절 한 국회의원은 이곳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을 요구한 적이 있다. 다음 정부 출범 직후 그는 자신이 속한 당 최고위원 모두를 동반하고 현장을 방문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듯 포즈를 취했었다. 또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 지위를 확보했지만 모든 문제를 덮고 방치했고, 결국 이러한 결과가 도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비롯한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주변 사람들은 늘 환경친화적인 척 위장을 하고 있다.  

 

▲사진 1.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의 피해 모습 


환경친화적인 척 위장을 하는 단체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석포제련소 주변 생태피해 현황 조사 및 복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며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본인은 “심각하게 훼손된 생태계 피해를 보고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의외로 어느 환경단체가 “문제의 원인을 밝히지 못했으니 복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했다. 그래서 필자의 유사지역 연구 경험을 언급하며 “제련소 배출 대기오염물질과 그것이 유발한 토양산성화가 일으킨 피해가 분명하니 문제를 키우기 전에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을 해도 그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으면서 이처럼 문제를 키웠다. 그들의 목적이 진정으로 이 땅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석포제련소 주변 생태계의 모습이 얼마나 끔직하게 훼손되었는지 그 모습을 다시 한번 소개하고 생태복원이 제대로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사진 2. 극심한 대기 및 토양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맨땅이 노출되어 있다.

석포의 자연은 온통 멍들어 있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듯 문드러져 가고 있다 (사진 1). 그 피해가 가장 심한 ‘황폐 나지’는 그야말로 풀 한 포기 보이지 않고 돌가루로 덮인 맨땅이었다 (사진 2). 맨땅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그 돌가루들이 비바람에 모두 씻겨나가고, 크기가 커 그 무게로 남아 있던 돌들마저 산 밑의 낙동강으로 쓸려 내려가며 기반암까지 나출(裸出)시킬 기세다 (사진 3). ‘극심 피해지’는 뱀고사리 정도가 제한된 공간에 살아남아 그 포기를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 4).

 

▲ 사진 3. 극심한 피해를 입은 산림식생이 기능을 잃어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 사진 4. 극심피해지의 모습. 대부분의 식물들이 죽고 뱀고사리 정도만 남아 있다.


억새와 뱀고사리가 부분적으로 들어와 함께 그 땅을 지켜보려고 애써 보지만 잎이 붉게 타들어 가며 제 생명을 유지하기도 버거워 보인다 (사진 5). ‘심피해지’에는 굴참나무, 신갈나무, 소나무, 생강나무, 철쭉꽃, 꼬리진달래 등이 남아 있지만 (사진 6), 공중으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이 두려워서인지 키는 낮추고 가지가 옆으로 자라는 모습이다 (사진 7).

 

▲ 사진 5. 극심피해지에서 살아남은 뱀고사리와 억새의 모습. / 사진 6. 심피해지의 모습.

 

그뿐만 아니라 잎에는 오염물질이 가져다준 상처가 널려 있고 잎의 색이 누렇게 변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진 8). ‘중간피해지’에서는 앞서 언급한 식물들의 키가 커져 있지만 가지 끝이 말라 죽는 상처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들이 이룬 숲속을 들여다보면, 과거에 생을 마감한 식물의 사체들이 널려 있어 과거의 오염피해 실상을 짐작하게 한다 (사진 9). 죽은 식물은 살아있는 식물과 비교해 유연성이 크게 떨어져 그 숲을 헤집고 다닌 필자의 다리와 허벅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많은 그림을 남겨 놓고 있다.

 

▲ 사진 7.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높이생장을 하지 못하고 덩굴식물처럼 옆으로 자라는 졸참나무. 그나마 가지 끝은 더 큰 피해로 말라 죽어 있다. / 사진 8. 대기오염 피해로 잎이 타들어 가는 생강나무.

‘경피해지’는 얼핏 보기에 피해가 없어 보이지만 잎의 색이 많이 탈색되어 있고 노화도 빨리 찾아와 단풍 시기가 당겨지고 있다 (사진 10). 기계의 힘을 빌려보면 엽록소 함량이 크게 줄어 있다. 또 숲속을 들여다보면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이렇게 숲의 구조가 단순한 이유를 아직 그 속에 남아 있는 고사체들이 답해 주고 있다. 흙이 가진 성질을 분석해 보니 피해가 심한 곳에서는 pH가 낮고 식물들이 필요로 하는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은 낮았으며 알루미늄과 같은 독성이온의 농도는 높았다.  

 

▲ 사진 9. 중간피해지의 모습. 숲 바닥의 식물들이 대부분 고사되어 있다.

사진 10. 경피해지의 모습. 숲 바닥 식생이 빈약하고 숲의 바닥에는 과거에 죽은 나무들이 널려 있다.


1) 누가 이 지역의 자연을 이 지경으로 파괴시켰는가?
어떤 사람들은 석포제련소 주변에서 발생한 생태계 피해가 제련소에서 배출한 오염물질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제련소 측 사람들은 그 피해를 제련소 측이 유발했음을 부정하고 피해를 유발한 근거를 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개선에서 여러 가지 기술적 진화를 이루어 낸 오늘날 측정되는 대기오염물질 농도로는 식생피해의 근거로 삼기 부족하고 과거에는 이러한 자료를 수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규명이 애매하다.


그러나 여전히 의미 있는 과학적 방법인 주변 지역과 비교된 식생 피해, 토양오염 실태 그리고 국내·외의 유사사례를 분석해 보면, 이러한 피해의 원인을 석포제련소에서 제공하였음이 자명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마무리하고 이 땅의 자연을 살려내는 일에 우리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그래야 상처받은 자연도 살아나고 되살아난 자연이 발휘하는 생태계서비스의 혜택으로 이곳에 함께 사는 지역주민의 건강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처 입은 자연을 되살리는 일은 더 힘들어지고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요구하고 싶다.

 

 

▲ 사진 11. 식물들이 대부분 고사되어 그들이 발휘하던 지지기능을 잃어 발생한 산사태로 온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2) 왜 생태복원을 해야 하는가?
파괴된 자연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것을 전공으로 삼고 있는 필자의 눈에 이곳은 ‘생태지옥’으로 연상되었다.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야 할 이곳이 큰키나무는 물론 중간 키 나무와 작은 키 나무까지 모두 죽어 사라지고 곳에 따라서는 풀까지 제련소에서 발생한 대기오염과 뒤이어 발생한 토양오염으로 죽어 벌겋게 맨 땅이 드러나 있다.


그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산사태가 발생하고(사진 11) 급기야는 열차탈선사고까지 불러일으켰다. 1930년대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뮤즈계곡사건, 구리제련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로 수십 km에 걸쳐 생태계가 초토화 되었던 캐나다의 Sudbury지역, 산림의 장승곡이라고까지 불리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북유럽의 산림쇠퇴 지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모두 1980년대 이전의 모습들인데 21세기가 되고도 23년이 더 흐른 오늘 석포의 자연은 이처럼 후진적 오염피해를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차이가 있다. 앞서 언급한 지역들은 모두 그런 아픔을 딛고 일어서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해석하여 그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새로운 학문 분야로서 훼손된 생태계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복원생태학’을 탄생시켰다. 나아가 그 이론을 바탕 삼아 학계와 일반 시민이 하나가 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생태복원 사례를 이루어냈다. 그 결과 오염으로 죽어가던 자연과 사람을 살려내고, 국제적으로 오염지역을 상징하던 지역의 이름은 성공적인 생태복원을 실현한 지역으로 차원이 다른 주목을 받으며 지역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덤까지 얻고 있다.


그러나 석포제련소 주변에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왔을까? 오염피해를 책임져야 할 업주는 면피용 복구사업이나 벌이며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하고, 해당 분야 지식도 일천한 무늬만 전문가인 업주에게 알량한 지식을 팔아 피해지역 자연에 부가적인 피해를 가하고 있다.(사진 12) 

 

▲ 사진 12. 온전한 자연의 체계를 모방하여 훼손된 자연을 회복하여 자발적 유지가 가능한 생태계를 이루어내는 의미를 갖는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벌였지만 산능선에 하천변에 자라는 비수리를 심어 놓고 있다.

또한 오염피해의 원인을 찾아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어떤 집단은 문제 해결보다는 누구를 인민재판에 세울 것인가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고 감독하여야 했던 이전 정부의 태도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업주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혹시라도 튕겨올지 모르는 불똥을 피하기 급급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보니 국민의 혈세를 써가면서 수행한 연구 결과지만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를 감시하여야 할 국회 또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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