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사회적 형평성과 지속가능 구현 위한 환경실천에 주목

정책 조율 위한 독립적 과학자문기구 모니터링 체계 있어야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4-17 19: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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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정부 주도의 정책 변화를 통한 단순한 구조 개편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사례를 살펴보면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기존 일자리 상실과 탄소 배출로 인한 기존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고용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에너지 소비 효율화와 배출 저감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각국이 에너지 소비 효율화와 배출 저감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은 2015년 이후 보다 빠른 전환 속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만으로는 외부효과나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석 박사는 “각국의 탄소 배출 및 에너지 소비 변화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 집약도가 높았으나 이후 효율성을 높이며 배출 집약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꾸준히 탄소 배출을 줄여온 반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며 일시적으로 배출 집약도가 증가했다. 중국 역시 빠른 산업 성장 속에서 최근 들어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배출 감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과 정책적 적용

정의로운 전환 개념은 1970년대 북미 지역에서 노동조합 이슈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환경 정책 강화로 인해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기존 노동자들의 생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이후 국제 사회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을 공식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제공=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특히, 2018년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실레지아 선언’은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 보호를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연합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별도의 ‘전환 기금(Just Transition Fund, JTF)’을 조성해, 국가 및 지역 단위에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역시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전국 지자체가 탄소 중립 이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지방정부의 실행 계획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립 시 지자체 조례와 중앙정부의 규정 간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정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거버넌스 개선 및 모니터링 체계 확립 필요

OECD 보고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다층적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앙과 지방정부 간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 조율을 위한 독립적인 과학 자문 기구 운영과 정책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국이 정의로운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탄소 감축 목표를 넘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 수립, 이해관계자 조율,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탄소중립 정책, 한국형 모델 필요…세원 개편·거버넌스 변화가 관건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설계에서 한국형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럽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실정에 맞는 거버넌스와 재정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층적 거버넌스와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 스코틀랜드와 독일이 자주 인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틀랜드는 노동조합의 강한 영향력 속에서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했고, 독일은 협동조합을 통한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인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협동조합 모델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등 차이가 존재한다.

 

일본도 참고할 수 있는 사례지만, 탄소중립 정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벤치마킹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가진 국가의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의로운 전환, 녹색 직업 분류 필요

탄소중립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고려할 때, 노동 시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현석 박사는 “특히 기존 산업 종사자들이 새로운 녹색 일자리로 전환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직종을 ‘브라운(탄소 집약 산업)’, ‘뉴트럴(중립)’, ‘그린(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해 통계를 작성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기준을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알렸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제공=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예를 들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 정비사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성이 크다. 또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이 지속 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탄소 배출 감소와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주요 재원이지만, 세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석탄발전 폐쇄, 노동자·지역사회와 함께 대안 찾아야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은 경남 지역에서 최근 폐쇄가 추진되는 삼천포 석탄화력발전소의 사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장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전하며,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석탄발전소를 멈춰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전소는 단순한 폐쇄에서 그치지 않고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있다. 정 사무국장은 “탈석탄 정책이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 1위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는 경남에만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기의 석탄발전소가 있고 2031년까지 10기가 폐쇄될 예정에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언제 폐쇄되는지도 모르고 있으며,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2021년 정의당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은 고용 문제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충남은 대책 마련… 경남은 ‘무대책’

석탄발전소 폐쇄는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20년 보령화력 12호기가 폐쇄된 이후, 연간 세수가 41억 원, 소비지출이 190억 원 감소하는 등 충격이 큰 상황이다. 이에 충남도는 정의로운 전환 조례를 제정하고, 1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석탄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있는 경남 지역은 아직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출처= 2022년 한국전력공사 통계

또한 가스 전환보다 재생에너지 집중이 더 큰 경제적 편익을 낳는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는데 충남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력을 달성하는 수준으로 전환할 경우 2050년까지 누적 최대 108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LNG 전환 물량만큼 재생에너지를 도입할 경우 누적 일자리 2만 7000개를 창출할 수 있다. 반면 가스 발전으로 전환 시 누적 최대 2만 9000개,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는 2022년 GRDP(지역내 총생산) 기준 3%에 불과하다.
 

이에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그동안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경남도청 앞에서 기후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석탄 발전 조기 폐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도 열었다.
 

결국 지금의 세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데 있다. 따라서 현 시대의 정의로운 전환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있어서 필요 요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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