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기상 100년, 꿈꾸는 기상청
올해는 기상청이 근대 기상업무를 시작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04년 목포, 부산, 인천등지에 설치한 측우소를 시작으로, ’48년 국립중앙관상대가 발족하면서 기상청은 오늘날 1,100여명의 인력과 첨단장비를 보유한 중앙행정기관으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국내의 기상역사는 넓게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서운관은 조선초까지 천문·역수·측후·각루의 일을 맡아보던 관청으로 첨성대를 통해 일식과 월식, 혜성과 유성의 출현 등을 관찰하던 최초의 기상기관이었다.
또한 기상청을 상징하는 측우기는 조선시대에 개발된 세계 최초의 관측용 기구로 이탈리아 토리첼리가 만든 우량계보다 200년이나 앞선 기술로 기록되고 있다. 이는 과학적 근거에 비롯한 우리의 기상역사가 나름대로 상당한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늘날 기상청은 관측과 예보업무를 통해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반 연구와 국제 협력을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직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에 분포된 기상관서는 본청(3국 2관 22과)과 기상연구소, 통신소, 다섯 개의 지방기상청, 항공대, 38개소의 기상대, 47개소의 기상관측소로 구성돼 있다.
관측업무가 주된 업무다보니 타기관과 달리 인력의 70%이상이 기술직으로 충원돼 있다. 연구직(7%) 및 일반기능직(18%)을 제외하면 사실상 행정직이 5%밖에 되지 않는 보기 드문 기관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기상청은 청사건물 외벽에 ‘근대기상 100년, 새로운 도전’이라는 캐치프레이 내걸고 올해를 선도기상국 입국을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목표를 위해 동청은 기상기술의 인프라를 선진화하고 본질적 역량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업무를 추진해나가고 있다.
올해의 주된 업무 현안 중 주목할만한 것은 국가기후업무체계강화를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대응체계강화’항목이다. 기후변화 감시가 기상청 고유업무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나 국가의 기후행정체계를 국제기후협력 추세에 발맞춰 선진화하려는 노력은 비교적 최근의 동향으로 풀이된다.
지구온난화와 맞물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며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환경’이라는 근본적 고민에 머릴 맞대고 있다. 이에 국내의 기후변화를 조사·감시하고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기후정책과를 찾아 현안과 역할,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과학정보 적시공급 ‘우리의 임무’
한국형 기후모델 개발 中
‘근대기상 100년史’는 기후정책과가 주관하여 근대기상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발간 예정인 사료집이다. 최경철 과장은 이제 막 초본이 정리된 ‘근대기상 100년史’를 펼쳐 보이며 기후정책과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역할은 기후변화 대응체계 측면에서 보다 체계화된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무엇보다 적시에 과학적 정보를 관련기관에 제공해 주는 것”이라며 기후변화 감지 업무가 오로지 과학적 탐지와 예측에서 근거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현재 기상청은 80년대 후반부터 안면도와 포항, 제주고산 등지에서 지구대기감시(GAW)관측망을 운영하며 온실가스, 대기질, 복사, 오존등 총 6개 분야의 24개 요소를 사실상 연속관측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가 사회각계와 정책결정자, 그리고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계층에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의 고유특성은 특정 한 부문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까닭에 정부부처만 하더라도 환경부, 해수부, 산림청, 농림부, 건교부, 산자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체계화된 연구가 필수 전제조건임을 최과장은 강조한다.
“현 수준에서 좀 더 체계화 되야 합니다. 서로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기후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그는 현재 중앙 정부 및 지자체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독자적인 관측을 수행하고 있어 공동활용이 불가능한 비효율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며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기상관측표준화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한국형 기상모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현재까지 외국모델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기상청은 정량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해 한국 실정에 맞는 기후변화 모델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기상관측시스템 ‘세계적 수준’
국가적 관심·예산지원 여전히‘답보’
그는 국내의 기상 관측시스템은 이미 타국이 부러워할 만큼 세계적 수준에 이르러 있다고 말한다. 기상청은 현재 ’98년 도입한 슈퍼컴퓨터보다 50배나 우수한 선진국 수준의 슈퍼컴 2호기를 도입, 올 12월 실제 가동을 앞두고 있다. 또한 노후 장비를 교체하고 자동 기상관측장비를 보강할 계획에 있으며 학계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독자적 기상위성을 개발할 예정에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재해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기상관측장비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기상청의 시스템 구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예산당국과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고, 국가 경제가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하는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기후변화 대책을 유도하고 지향해 나가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GDP 기준 기상관련예산은 미국의 0.027%, 일본의 0.023%에 비해 1/3 수준인 0.009%로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그는 NASA까지 동원된 미국의 체계화된 시스템을 모델로 주시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가기후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춰 사회각계의 인식과 공동 대처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상부문 환경영향평가 ‘형식적’
평가서 검토는 ‘기상전문가’에 맡겨야
한편, 그는 댐이나 공항 등의 대형 국책사업의 환경영향평가시 기상부문의 평가가 그동안 형식적으로 수행되어 왔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까지의 영향평가는 통계 등에 의한 기상현황 분석에만 그쳐, 기상영향평가모델 운영에 의한 정량적 예측과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예로써 그는 인천공항의 개항이후 안개발생이 대폭 증가한 사례와, 주안댐의 담수후 안개발생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평가항목과 범위획정위원회에 기상 전문가가 참여하고, 환경영향평가서의 검토에도 기상분야는 기상전문가가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환경부측은 논리대로라면 각 부문별로 전문가에게 모두 나누어야 하느냐며 되묻는 등 이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논의는 국무조정실의 ‘기상재해경감대책’의 일환으로 향후 기상부문평가의 비중이 확대되고 전문성 제고를 위한 인력 확보가 내년부터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영향평가의 내실화는 향후 점차 개선될 사안으로 그는 낙관했다. 아울러 현재까지 5회째 개최되고 있는 환경부와의 지속적인 정책협의회를 통해 이견을 보이고 있는 법령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 해법을 찾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구들장 이론’으로 설명돼
장기적·체계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최근 기후변화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의 흥행으로 화제가 옮겨지자 그는 머뭇거림 없이 “영화 속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운을 뗐다. 도시가 거대한 해일과 눈보라에 휩싸이는 영화속의 장면은 지구온난화와 반대되는 일부 학자들의 실제 주장이었다는 것.
그는 기상의 속성은 우리의 상식처럼 항상 똑같은 현상을 반복하지 않는다며 “최근 잦은 이상기후도 기존의 예상 패턴을 벗어난 사례의 하나”로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쉽게 데워지거나 식지 않는‘구들장’에 비유하며, 과학적 측면에서의 어떠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적 측면’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기후변화를 단순한 논리로 접근했으나 ‘위장병의 원인도 알고 보면 부실한 치아’에 있듯, 기후의 특정 징후도 자연적 측면과 인위적 측면 모두를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IPCC의 보고서에 의존해 있는 현재의 기후전망도 한반도만의 독자적 연구보고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위가 비교적 큰 지구단위의 보고서만 믿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정에 맞는 한반도 기후예측시스템을 개발하고 정부차원에서 전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업무에 관한 보다 중·장기적 대책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반복해 강조했다.
기상청에 기후정책과가 신설된 직후 그는 과기부를 떠나왔다. 부임하자마자 그는 숨돌릴 새 없이 기후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온몸을 던져야 했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기상과 기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없이는 해낼 수 없던 일이었던 터라, 그는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했다. 게다가 의욕과 지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던 일들이 참고할 만한 전례가 전혀 없어 백지상태를 채워가는 심정으로 수개월의 고초 끝에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늘 고군분투하는 정신을 강조한다는 그는 “기후는 개인의 책임으로 시작된 공동의 책임”이라며 “국가전체에 여력이 확보돼 하루빨리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폭 확대되길 기대한다”는 소망을 마지막으로 전했다.
취재/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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