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을 주목하라’ - 국제산업(주)

100年을 견뎌낼 하수관 만든다
이상복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8-10 15: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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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산업, ‘무접합 PE 스파이어럴관’ 최초 개발
신기술인정서 획득, 신개념 하수관 생산



7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사용되기 시작해 대표적 하수관종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PE관(Polyethylene Pipe). 신속하고 경제적인 시공이 가능한데다 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해 각종 현장에서 각광받던 PE관이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PE관의 신뢰도가 추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들 관은 수요자들이 요구했던 품질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으며, 관종이 가진 장·단점을 분석해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너무 게을렀다.
현재 국내에서 폴리에틸렌 하수관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무려 160여 업체를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관내 업체에게 우선권을 배정한 것이 업체의 난립을 부추긴 주요인이었는데, 문제는 이들 업체 중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이 함량 미달의 제품을 무작위로 양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시장 반응도 혹독했다. 산자부 기표원은 지난해 6월 재생용 PE관에 대한 적용범위를 매설용 배설관이나 농수로용으로 제한했으며, 대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던 한강수계 하수관 선정에서도 품질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게다가 상하수도협회가 50년 이상 내구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못을 박자 자격미달 업체들은 당장 궁지에 내몰려 거세게 반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성관 변형률 기준을 만족하는 PE관이 드물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폴리에틸렌 하수관 전반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급격히 악화됐다.

PE하수관, 품질 중심 ‘시장재편’… 시공성·경제성 등 장점 많아


그렇다면 PE하수관은 진정 문제점만 떠안고 있는 관종에 지나지 않는가. 장기간 PE관을 사용해 온 구매층이나 전문가들은 폴리에틸렌관이 ‘하수관종으로 많은 장점을 가진 관’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원재료의 특성상 PE관종이 지닌 태생적인 강점은 첫째, 중량이 가볍고 취급이 간편해 시공성이 뛰어나며. 둘째, 부식성 물질에 녹이 슬거나 세균이 번식하지 않고 전기누설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며. 셋째, 타 관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어서 경제성도 획득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많은 하수관 시공현장에서 일정한 시장규모를 형성하며 애용되고 있는 PE관은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리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일부 대기업까지 참여하고 있는 폴리에틸렌관 시장은 몇몇 기업이 사업을 철수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큼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악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품질을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기업들의 사정은 다르다. 내색하지 않지만 오히려 이들은 아픔을 수반하더라도 일련의 계기를 통해 시장이 품질경쟁력 위주로 재편되는 것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우수한 제품은 살아남고 저질 상품은 쇠락의 길을 걷는 시장경제의 냉엄한 질서가 지금 PE관 시장에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음새 없는 ‘무접합 PE하수관’ 개발 …‘신기술인정서(KT)’획득
본지는 이러한 업계의 움직임을 주목하면서 나름의 해법을 통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기업의 동향을 전해 온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든 이들 기업은 시장의 혼란이나 어려운 여건에 흔들리지 않고 신기술 개발과 품질향상에 매진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도 포천에 거점을 두고 있는 국제산업(주). 고밀도 P&P 이중벽 PE하수관과 KHP고압유공관을 주력 생산하고 있는 이 기업은 플라스틱업계에서 이미 ‘기술혁신형’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83년 PE원료 생산업체로 출발해 다양한 하수관을 생산해 온 국제산업은 현재 업계에선 ‘우량기업’으로, 지역사회에서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있다.
단정한 국제산업의 사옥을 들어서다 보면 출입문 좌우로 내걸린 ‘우량기술기업’, ‘환경경영시스템인증기업’, ‘벤처기업’, ‘INNOBIZ(기술혁신기업)’등 10개의 명패가 방문자의 눈길을 끈다. 한 기업의 성향, 잠재력, 비전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말투와 표정, 심지어 손님을 접대하는 한 잔의 차(茶) 속에서도 감지되는데 국제산업은 낯선 이방인에게 한껏 고무된 기업문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질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머리를 맞대고 입과 손을 맞추어 내일을 준비하자’는 이 회사의 사훈도 독특하다. 간결한 격언 같은 국제산업의 사훈은 몇몇 단어로 조합된 여타기업의 그것과 차별되는데 이를 조복현 대표는 “화합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입), 그리고 실천(손)을 강조한 문구”라고 설명한다. 이는 조 대표가 강조하는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는데 그는 “약속은 곧 신뢰라는 믿음을 실제 기업경영에 접목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책임을 다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본지가 국제산업을 방문하기 불과 하루 전, 이 회사의 조 대표는 집무실이 아니라 과학기술부의 신기술 인정서(KT마크)를 수여받는 자리에서 본지 기자와 취재 시간을 조율하고 있었다. 굴지의 대기업 자동차사와 전자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한 수여식장에서, 국제산업의 ‘무접합 폴리에틸렌 스파이어럴 하수관 제조기술’이 국내 최초의 신기술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이다. 국제산업의 신기술인정은 PE업계 최초라는 점에서 표면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실은 그 기술을 통해 시장에 선보일 ‘새로운 개념의 하수관’ 탄생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일체형 회전 압출공정 ‘수도관 수준’ … 강성·이음방식 획기적 개선
사실 기존의 PE 이중벽관은 몇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문제들은 대부분 원료를 ‘감아서 접합하는 공정’에서 태생적으로 비롯된 것들이다. 특히 횡단 압력에 대해 접합 부위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장기간 사용시 취약해져 풀어지는 문제는 PE관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요인이었다. 게다가 하수관 이음이 불안전하여 발생하는 누설문제, 신장·수축에 연결부가 파손되는 문제 등은 PE관종이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이기도 했다.
신기술인정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게 될 국제산업의 ‘무접합 PE하수관’은 기존의 폴리에틸렌 하수관과 제조공정에서부터 확연히 다르다. 현재 국내 하수관은 내부가 비어있는 소구경관을 먼저 성형한 뒤 물로 냉각시켜 이를 회전하는 드럼에 나선형으로 감아 접합하는 생산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무접합 PE스파이어럴관’은 일체의 접합공정을 거치지 않고 원통의 일체형 다이스금형에서 압출시켜 이를 서서히 회전시키면서 나선형으로 성형한 뒤 진공으로 냉각하는 공정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기존관처럼 굴곡진 접합부분이 없다보니 내외면이 매끄럽고 평활해, 얼핏 보면 수도관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공정 덕분에 ‘무접합PE관’은 기존 하수관의 단점을 일거에 해결한 특징을 띈다. ‘무접합 PE스파이어럴관’으로 명명된 이 신종관은 공간과 리브가 나선형으로 비틀려있어 외압에 강할 뿐만 아니라, 관의 절단면이 자동차의 알루미늄 휠을 연상시킬 만큼 일정하고 고른 품질을 자랑한다.

“부러짐이나 파손 없다” … 생산성도 3~7배 개선
신종관의 몇몇 장점을 추려보면 우선 무접합관은 표면이 매끄러워 수도관 이음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스관처럼 바로 접합할 수 있고 맞대기, 전기융착이 불필요해지며 고질적인 하수 누설 문제가 해결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강도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도 주요 특징 중의 하나다. 압축강도나 휨강도 강성이 우수하다보니 부러짐이나 파손이 없어 수명과 내구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생산 공정이 개선돼 기존 생산성보다 3~7배가 향상된 것도 주목할 개발 성과다. 생산성의 향상은 자연스레 원가절감과 가격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제측은 이렇듯 기존관의 문제를 해결한 무접합 PE관이 자연스레 새로운 대체 폴리에틸렌 하수관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개발 전례가 없는 ‘무접합관 제조장치’는 수출 상품으로 외화획득까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산업의 조복현 대표는 자사의 신종관이 “무접합 하수관 시대를 열 것” 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는 “내구성과 수명을 보장하는 것은 하수관으로 갖춰야 할 근본” 이라며 “국제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종을 생산해 통상적 기준인 50년 수명이 아니라 70년 이상 제 기능을 충족시키는 하수관을 만들고, 더 나아가 100년을 바라보는 하수관을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 대표는 또 “무조건 원료를 많이 쓰고 두껍게 만드는 것이 PE관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첩경은 아니다” 라며 “PE관의 장점을 살려 경제성을 획득한 제품이면서 강성이 증대된 상품을 만들어야 수요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산업의 ‘무접합PE 스파이어럴관’은 이달 정식출고를 앞두고 막바지 품질 점검에 나서고 있다. 그의 말을 빌어 “기존 공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산속도가 빨라져 야적할 필요가 없고 고질적인 문제를 일시에 해결한 무접합관”이 PE관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취재/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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