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 핵심기술 개발에 ‘사활’
환경부 장관이 관용차를 바꾼 사연
’04년 10월, 과천 환경부 청사 앞에 세워진 7대의 소형차량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출입기자단이 탑승한 ‘국산 1호 하이브리드카’가 시험 운행을 시작한 것이다. 언론은 “국산 하이브리드카가 ‘첫선’을 보였다”며 현대관계자의 말을 인용 “10년 안에 도요타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시승식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 것은 현대자동차의 클릭 하이브리드카 1400cc 모델. 환경부는 이 차량에 대해 ‘리터당 18km를 달릴 수 있으며 기존차량에 비해 배기가스를 30%나 줄였다’고 소개했다. 클릭 하이브리드는 환경부 예산지원을 통해 생산과 동시에 경찰청과 수도권 자치단체에 50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에는 총 350대의 차량이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추가 공급되기도 했다.
올해부터 이재용 환경부 장관은 관용차를 소형 하이브리드카로 바꿔 탈 계획이다. 대기환경을 책임진 장관이 먼저 나서 연비가 낮은 대형차 대신 국산 하이브리드카를 이용하겠다는 발상이다.
자동차시장, 대세는‘하이브리드카’다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이목이 ‘하이브리드카’에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현재 1%대에 불과한 하이브리드 시장이 오는 ’30년까지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4천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세가 하이브리드 쪽으로 기울자 회의적 시각을 보이던 자동차 메이커들도 뒤늦게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 강국의 안방시장을 잠식당한 미국차 업계는 예상외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서둘러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계획을 세우고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국산차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체계에 돌입할 계획인 현대차는 배터리 분야의 선도기술을 확보한 LG화학과 손잡고 핵심부품을 완전 국산화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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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는 ‘무공해차’가 아니라 ‘저공해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개의 동력을 사용한다. 기존 차량처럼 가솔린을 사용하는 엔진과 축전지에서 동력을 얻는 전기모터를 상황에 따라 교대로 사용하며 차량을 움직인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을 아예 소비하지 않는 ‘무공해 차량’이 아니라 가장 적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는‘저공해 차량’인 셈이다.
하이브리드는 강한 동력을 필요로 하는 고속주행과 언덕길 주행에서 가솔린을 사용하고, 신호대기나 출발이 빈번한 시내주행에서 충전된 전기를 이용한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적절한 동력을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료도 적게 들고 배출가스가 줄어든다.
차량의 외형은 기존 차량과 다를 것이 없지만 전기모터나 축전기와 같은 주요부품이 추가되면서 중량도 늘어나고 구조도 복잡해졌다. 당연히 차량가도 동급 일반차량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배보다 더 큰 배꼽’… 핵심기술 개발이‘관건’
당초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이 아니었다. 석유고갈이 임박했다는 우려는 유가를 꾸준히 상승시켰고 그 때마다 시장은 연료를 적게 소비하거나 아예 또 다른 연료를 동력원으로 하는 차량을 원했다. 하지만 당장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차량개발이 요원하다는 판단 하에 축전지와 가솔린 엔진을 결합해 개발한 것이 현재 하이브리드카의 모체다.
일본 도요타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하이브리드는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가 때문에 출시부터 시장의 냉대를 받았다. 그러나 꾸준한 기술개발과 양산체계에 힘입어 기존차량과 가격차를 줄인 하이브리드는 자동차 왕국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기존 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과도기차량’으로 치부되던 하이브리드의 뜻밖의 선전은 연료전지차 개발에 몰두하던 시장의 판형을 뒤바꾸며 일약 차세대자동차의 전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서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에 관심을 보인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던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는 매년 상당한 예산을 증액하며 국산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이미 양산차를 시판하고 있는 일본과의 현실적 격차는 컸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의 핵심부품으로 알려진 동력전환 계통의 부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었으며, 전기 계통의 핵심축이랄 수 있는 축전기 조달도 여의치 않아 수입에 의존했다.
이런 이유로 각고의 노력 끝에 ’04년 최초 출시된 클릭하이브리드의 경우 대당 판매가가 3천5백만원을 육박했다. 이 가격은 당시 3,000cc급 최고급 승용차의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었으니 아무리 고연비를 감안한다하더라도‘배보다 배꼽이 더 큰’자동차였다. 하지만 환경부는‘친환경자동차 시장을 확대시킨다’는 명목으로 기존 가솔린 차량과의 차액 2천 8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실제 차량을 제작하는데 들인 가격이 7천만원을 넘는다”는 관계자의 증언이 있을 만큼 하이브리드카의 대중화, 국산화는 멀어보였다. 필수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격현실화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기자는 ’04년 국산 하이브리드차의 출시와 함께 시장 전망과 기술개발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환경부 대기보전국의 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시장에 대한 취재가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일본에 경쟁심을 유발시켜 오히려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국산 하이브리드차가 가야할 먼 길은 그렇게 간접적으로도 체감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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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카 직접 타보니 … 소음적지만 변속충격 커
본지는 환경부 교통환경기획과의 협조아래 최초의 국산하이브리드 모델을 직접 운전해 봤다. 과천청사부터 서울대공원까지 1시간에 걸친 테스트드라이브. 짧지만 국산하이브리드 기술수준을 잠시나마 체험해보기로 했다.
일단 운전석에 앉아 시동키를 돌리자 일반 차량과 다를 것 없는 경쾌한 엔진음이 전해져 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속도계기 사이에 자리 잡은 ‘충전바늘침’ 이다. 이 계기판은 차량 트렁크 부분에 탑재된 배터리의 상태를 알려주는데, 전력이 약해지면 운행시 발전기가 작동하며 자동으로 충전된다.
클릭 하이브리드 차량은 동급 차량보다 다소 서스펜션(완충력)이 하드하고 차량의 중량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과천미술관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가뿐이 치고 오르며 ‘하이브리드카는 힘이 모자를 것’이란 예상을 뒤엎었다. 직선도로에서의 가속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차량소음이 상대적으로 덜한 느낌도 장점으로 꼽혔다.
과천 청사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여러 번의 신호대기 때마다 클릭하이브리드는 스스로 엔진을 정지시켰다. ‘아 이것이 하이브리드구나’나 느끼는 순간이었다. 녹색 신호가 들어오자 엑셀 페달을 힘주어 밟아봤다. 전동 모드를 사용하는지 하이브리드차는 소리 없이 차체를 움직이기 시작해 어느새 가솔린 엔진으로 동력을 변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기에서 가솔린으로 동력을 바꿀 때 다소 거친 변속충격이 느껴지는 건 향후 개선돼야 할 흠으로 지적됐다.
시승을 마치고 시동키를 멈추며 든 생각은 ‘이만하면 국산 하이브리드차도 탈만 하다’는 결론이었다. 본격적인 양산체계를 갖춰 가격을 일반차 수준으로 낮추고 핵심기술을 국산화한다면 미래형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충분한 승산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었다.
취재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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