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디젤 승용차 전성시대가 임박했다. 자동차들이 앞다퉈 디젤 모델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경제성과 정숙성을 놓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병술년, 디젤승용차가 뜬다
‘놀라운 경제성과 강력한 파워를 즐겨라!’ 최근 한 자동차사가 새로 출시된 디젤승용차를 홍보하며 내세운 카피다. 유가의 고공행진과 맞물려 바야흐로 디젤차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산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50%, 기아차 23%, 르노삼성 10%, GM대우 9%, 쌍용차 6% 순이다. 이중 디젤승용차는 단기간에 전체점유율의 9%를 차지하면서 눈에 띄게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사중 가장 먼저 디젤승용차를 선보인 곳은 지난해 말부터 아반떼XD, 베르나, 클릭 등 중소형 디젤차를 대거 출시한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올해 초 중형급 쏘나타에 추가로 디젤엔진을 얹어 점유율에 걸맞게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기아차가 선보인 프라이드, 세라토 디젤 모델도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특히 프라이드 모델의 경우는 판매차량의 절반 정도가 디젤 차량일 만큼 시장의 반응이 좋다. 이처럼 뜨거워지고 있는 디젤승용차 시장에 르노삼성과 GM대우도 가세할 움직임이다.
르노삼성은 금명간 SM3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시장의 추이를 살펴본 뒤 상위모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GM대우 역시 올해 중순경 라세티왜건 모델에 2,000CC급 디젤엔진을 얹어 시판에 들어간다. 업계관계자는 “연말경 거의 대부분 차종이 디젤모델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처럼 단기간에 수요가 폭증한 경우는 아니지만 짧은 연륜에 비해 디젤차에 대한 국내 수요층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대세를 몰아 다양한 모델이 추가로 출시될 경우 ‘디젤차 호조’란 변수가 올 한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높은 연비, 저렴한 유가(油價) ‘유혹’
이처럼 업계가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관심도 디젤차에 집중되고 있다. 디젤승용차는 휘발유보다 저렴한 경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에 경제성면에서 월등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서울시내 모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518원이었다. 같은 주유소에서 취급하는 경유는 1,239원 판매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주유소가 이와 비슷한 휘발유-경유간 가격차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1600cc급 일반승용차(연료탱크 55ℓ)와 디젤승용차가 동시에 주유한다고 가정하면 가솔린 차량은 83,490원, 디젤승용차는 68,145원이 지불해야 한다. 제 아무리 경유가 큰 폭으로 상승했어도 한번 주유 때마다 1만 5천원이나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게다가 디젤 승용차의 경제성은 유가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H사 A차량(오토,1600CC)의 경우 제원상 일반 휘발유차량 연비는 12.3Km/ℓ, 디젤 차량의 경우는 15.8km/ℓ가 적시돼 있다. 같은 조건에서 디젤승용차가 휘발유차량보다 리터당 3km 이상을 더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승용기준, 연간 90만원 절감 … 높은 토크도 장점
디젤차의 경제성은 연비, 유류비용 두 가지를 모두 감안해 봐야 체감된다. 일산에서 서울근교까지 왕복 50km를 출퇴근하는 운전자의 경우, 이론상 휘발유 차량은 한 달에 약 18만 5천원, 디젤 차량은 11만 7천의 유류비용을 필요로 한다. (1월 11일 유가적용/ 제원연비*30일 사용기준) 통상적으로 연간 2만km 정도를 주행하는 일반 승용차의 경우 가솔린은 246만원, 디젤 승용차는 156만원의 유지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자동차업계는 이 같은 경제성외에도 낮은 엔진회전수에 비해 큰 힘을 내는 엔진의 특성을 디젤승용차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트럭처럼 대형차량이 디젤 엔진을 탑재하는 이유는 동급 가솔린 엔진에 비해 60% 이상의 높은 토크를 내기 때문이다. 토크란 간단히 말해 엔진을 회전시키는 힘 자체를 뜻하는 용어로, 마력과 함께 가속력과 등판능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
현대자동차 고객상담실은 “디젤 차량은 가솔린 차량보다 폭발압력이 높고 연소율이 좋아 연비가 높게 나온다” 며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돼 가솔린 엔진을 능가하는 디젤엔진이 시판 차에 적용되고 있고 구매층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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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정말 조용할까요? … 소비층 기호‘까다롭네’
경제성과 성능부분을 만족시켰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주저하게 하는 부분은 소음과 진동이다. 일반적으로 디젤 차량은 ‘시끄럽고 떨린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짙게 깔려있다. 때문에 업계는 은연중에 한층 개선된 정숙성을 디젤차의 홍보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만큼 소음에 까다로운 소비층도 드물다’는 것이 업계의 푸념이다. ‘좋은차=조용한 차’라는 등식과 함께 자동차를 동산(不動)이나 사회적 지위의 개념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동차 구입을 상담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십여 건의 디젤차 관련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 내용은 대부분 “디젤차 정말 조용할까요?”, “2~3년 후에도 정숙성이 유지될 수 있나요” 등의 소음 관련 질문들이다.
이에 대한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디젤 승용차를 고려하고 있다’는 질문에 한 네티즌은 “휘발유차량도 1년이 지나면 아이들링(무부하운전)소음이 커지고, 처음에 없던 미세 진동이 생기는데 디젤차량이 그런 내구성을 유지해 줄지 의문” 이라며 “시간이 흘러 검증될 때까지 구입을 미루는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솔린보다 비싼 차량가 … 업계 “2년이면 보상”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네티즌은 “디젤차의 소음여부는 차량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며 “진동이나 소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별나게 민감한 것이 문제”라며 자동차 문화 차이를 지적하기 했다.
이 밖에도 구입 시부터 가솔린 차량보다 200~300만원 정도 비싼 차 값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동일한 옵션과 등급의 차량을 구입할 경우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1.4LX)는 가솔린 차량이 844만원, 디젤차량이 1,180만원이다. 현대자동차의 뉴아반테XD(1.6GLS)도 가솔린은 1,170만원, 디젤(1.5)은 1,495만원으로 300만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점에 대해 자동차 제작사들은 “환경부의 방침에 따라 향후 경유값이 더 상승해도 디젤승용차가 경제성 측면에서 30%정도 월등한 게 사실” 이라며 “초기에 다소 부담이 된다고 해도 2년 이상 주행하면 아낀 기름값으로 차량값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며 디젤차 구입을 유도하고 있다.
환경부 “유로-4 등급만 허용할 것”
‘디젤자동차는 공해를 많이 내뿜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은 이제 맞지 않는다. 오히려 이산화탄소는 휘발유차량보다 20% 가량 적게 배출한다. 유럽의 경우는 자동차 시장의 60% 이상을 디젤승용차가 차지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80%가 디젤차로 시판된다. 흔히 경유승용차의 환경등급은 ‘유로-3’, ‘유로-4’ 등으로 구분되는데, 유로등급은 유럽에서 통용되는 배출가스 기준을 말한다.
‘유로-3’는 km당 일산화탄소 0,8g, 질소산화물 0.25g, 미세먼지 0.07g 이내를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유로-4’의 경우는 이보다 배 이상 강화된 기준으로 일산화탄소 0,5g, 질소산화물 0.044g, 미세먼지 0.0257g 이내로 제한된다.
우리나라는 작년까지 유로-3와 유로-4를 동시에 적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유로-4 등급을 충족한 경유 차량만 생산을 허용한다.
지난해 환경부는 “엄격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해 경유차량 증가에 따른 대기오염 확산을 막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산업보호를 명목으로 환경규제가 ‘오락가락’ 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환경부는 외산 경유승용차의 국내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보다 높은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했다가, 오히려 국내업계가 따라오지 못하자 기준적용을 두 차례나 유예한 바 있다.
취재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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