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벽을 타고 오르다 - 류림
참
당돌하다
망설임 있었을까
징검다리인 듯 건너뛰었을까
두려움 깃발인 양
밝은 눈
힘찬 땀방울 달았다
저 흔들림
거친 벽과 마주섬은 아닌 듯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그늘과 그림자도 함께 오르고
더 멀리
더 높게도 갈 수 있다는
자유로운 기도
버티고 버틴 진심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연습은 꾸준히 해나가는 것
자잘한 상처 내려놓은 듯
신뢰 걸어두고
환하게
마음을 열어보는
햇살 속이다
-『하늘에 빠진 날』(문학공원, 2018)

나는 수시로 서울 성곽을 산책한다.
작년 여름 새벽, 서울 성곽을 산책할 때였다.
능소화, 백일홍, 상사화, 맨드라미가 화려한 자태로 뽐내고 있는데,
그들 발아래 나팔꽃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나팔꽃.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난 나팔꽃은 이슬을 흠뻑 먹으며
성곽을 올라타려고 틈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 밖을 보려면 더 높고 더 멀리 올라가야 한다.
나팔꽃은 찢어지고 넘어지더라도 그 상처를 딛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여 성벽에 올라갈 것이다.
그때 나는 나팔꽃에게 배웠다.
나팔꽃도 두려움과 망설임을 뛰어넘어 당돌함과 용기를 갖고
자유롭게 벽을 올라타는데 나는 왜 그리 쉽게 좌절했는지.
나는 그 조그만 나팔꽃을 보고 결심했다.
나팔꽃처럼 밝은 눈으로 그늘과 그림자까지 데리고
땀방울 흘리며 벽 너머 세상으로 환하게 나아갈 것을
글. 박미산 시인 / 사진. 김석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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