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원전 신고리 5-6호기 쟁점은?

정치세력-지역 간 이해 충돌...미래 국가이익 위한 해법 찾자
박원정 기자 eco@ecomedia.co.kr | 2017-09-12 08:58:20

<이슈>원전 신고리 5, 6호기 쟁점은?
▶원전 신고리 5, 6호기 ‘영구 폐쇄 VS 공사 재개’ 충돌

국민적 이익-안전 무시
잘못된 정보 넘쳐 혼란…
10월 20일 ‘운명의 결정’


원전 신고리 5, 6호기 건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탈핵 문제가 정치세력 간 치열한 논쟁을 넘어 국민 속에서도 지역 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해관계를 떠나 미래의 국민적 이익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논쟁이 되어야 하는데 마치 정치적으로 끌고 가려는 세력이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최종 중단 여부를 가늠하는 공론조사가 지난달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사를 재개할 지, 아니면 영구 중단할 지, 두 기의 운명은 오는 10월 20일이면 결정된다.
국민적 관심사항인 신고리 5, 6호기 최종 결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동안 제기된 논쟁은 무엇인지 정리해 본다.


△신고리 5-호기 건설 현장<환경미디어 DB>  

 


 
◇어떻게 운명 결정되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탈핵 정책은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으로 가시화됐다. 하지만 지역에 근거를 둔 야당과 업계, 그리고 학계까지 공사 재개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명분에 부딪쳤다.
그리하여 민간기관인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가 탄생했고, 이미 지난달부터 1차 국민 여론조사가 실시 중이다. 시민 2만 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를 통해
 
공사에 대한 입장을 중단과 재개, 유보 등으로 나눠 묻게 되며 약 15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공사 재개 여부를 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일 ‘시민참여단’ 500명은 전화 응답자 중 희망자에 한해 선발한다. 오는 16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한 달 동안 온·오프라인은 물론 마지막에는 2박3일 동안 합숙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과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6차례의 공개토론회와 4차례의 TV토론회가 진행된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들의 찬반 설문결과와 쟁점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담아 오는 10월 20일 정부에 전달하게 된다. 정부는 어떤 결론이든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공론조사 결과가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전망이다.

 

 
◇원전 안전성 매우 우려 수준인가
원전 5, 6호기 쟁점의 핵심은 무엇보다 안전성(영향성)에 둬야 한다는 의견과 원전 위험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박재호 의원 주관으로 열린 ‘신고리 5, 6호기 건설,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각층 전문가들은 원자력계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다며 비판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측은 최대지반가속도 0.2g으로 내진 설계된 원전들(고리 1~4호기, 신고리 1, 2호기)은 규모 6.5지진까지, 0.3g으로 설계된 원전들(신고리 3~6호기)은 규모 7.0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지진의 실제 영향성과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성욱 지아이 지반정보연구소 대표는 “최근 경주지진 등 역사적인 통계치를 두고 보면 한국이 ‘지진 안전국’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활성단층대에 위치해 피해 정도가 심한 천발지진(지표면 70km 미만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내진설계 기준에는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원전 밀집지역 대형사고 빈발” 사실인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신고리 5, 6호기 인근에 많은 원전이 몰려있는 것은 장차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반증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반경 30km 이내에 무려 38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밀집지역이다.
지난달 국회의 한 토론회에서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원전이 밀집할수록 대형사고 빈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버려진 도시.

가 잦아진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며 “일본 원자력에너지기구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25기는 20년에 1회 수준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밀집지역에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허가 자체가 관련법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는 “원자로시설은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떨어져서 위치해야 한다는 관련법 규정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국의 현실에 대한 고민 없이 미국과 캐나다 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고리 원전 4기 가운데 1기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7일 이내 부산·울산·경남 주민 1만6240명이 피폭으로 사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환경미디어 2016년 10월 7일자 온라인 기사, 지진과 원전 문제없나?>
당시 탈핵에너지 국회의원 모임을 비롯해 원자력안전과미래, 탈핵법률가모임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설비용량 100만kWe 원전을 기준으로 극한사고를 가정해 계산한 결과 고리원전 80km 이내 거주하는 700만 명 중 1만1600명이 7일 이내에 사망하고 50년간 누적 암사망자는 28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신고리 원전의 설비용량이 140만kWe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자 1만6240명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여기서 나온다.


◇공정률 90% 넘었으니 계속 공사해야 한다?
지역 주민과 학계, 업계 등에선 신고리 5, 6호기의 공정률 등 다소 진실성에 의문이 가는 정보를 흘리면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원전 신고리 5-6호기 관련 세미나의 한 장면.

애초 신고리 5, 6호기는 각각 1400㎿ 규모로 오는 2022년 10월까지 총사업비 8조6000억 원이 투입, 완공될 예정이었다.
한수원 측은 지금까지 공사비 등으로 1조6000억 원과 계약 불이행 보상금 등 총 2조6000억 원이 투입됐고 공정률은 28%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측은 공정률이 심지어 90%를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공사 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한수원의 발표와도 너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그동안 들어간 비용이 낭비되고 원전 기술력이 사장될 뿐만 아니라 주민과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공사 재개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이 지역 환경단체 등은 이에 대해 “시기를 늦출수록 매몰 비용만 더 늘어난다. 입지선정 갈등이나 폐기물 처리, 사고 위험 등을 감안할 때 공사 중단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걱정 말라고?
“기성세대들이 값싼 전기를 쓰겠다면서 처분하지도 못할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결정인가?”
경남지역 8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경남시민행동은 지난 8월 31일 창원 발족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가면서 위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측에서는 5, 6호기가 폐쇄됐을 경우 향후 ‘전기료 폭탄’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도 과장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 정당 주최 ‘포퓰리즘 탈원전정책 바로잡기 토론회’에서 탈원전정책을 펴면 2030년까지 전기료가 3.3배나 오를 것이라고 주장해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발표했던 자료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음을 시인하고 이미 발표했던 자료를 스스로 고쳤다고 토로한 바 있다.
또한 김종달 경북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도 지난달 25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중단 쟁점토론회’에서 “신고리 5·6호기가 중단되는 경우와 가동되는 경우 전력공급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블랙아웃 등 전력공급에 본질적인 변수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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