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공원 속리산 입구 남산은 우리나라 주요 숲의 생활사를 담고 있다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2-04-19 09: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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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속리산 입구에서 진행 중인 박물관 건립 공사 안내문 <제공=이창석 교수>

 

국립공원 속리산 입구에 가보니 법주사 성보 박물관 건립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불교는 널리 알려졌듯이 자연친화적인 종교이기에 이러한 공사가 이루어져도 주변의 자연을 손상시키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지만,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혹시 주변의 자연을 소홀히 다루지 않을까 노파심에서 이 지역의 자연이 갖는 의미를 설명드리며 특별히 신경 써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 지역은 국립공원 속리산 입구 오른쪽에 위치하고 그 봉우리 이름은 남산이다. 이 산의 능선부에는 소나무군락이 성립해 있고, 사면을 따라 내려오면서 졸참나무군락, 서어나무군락 및 갈참나무군락이 성립해 있다. 이들 식물군락은 모두 임령이 오래된 숲으로써 수명을 다 한 고사목이 다수 출현하고, 그 틈을 그들의 자손이 이어가는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다.
 

이 산의 능선부는 암반이 노출된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곳도 토심이 얕아 건조하고 척박하다. 소나무는 이러한 장소에서 경쟁수종인 참나무류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현재의 장소에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장소에 성립한 소나무군락을 생태학에서는 토지극상(edaphic climax)으로 부르고 있다. 즉 기후 측면에서는 계속 살아남을 수 없고 참나무류가 지배하는 식물군락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토양 조건 때문에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특이한 조건에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장소에서 소나무는 대략 150년 정도 산다. 소나무의 생태적 수명이 150년 정도라는 의미다. 이런 말을 하면 혹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정이품송은 600년도 넘게 사는데 왜 그 소나무의 수명은 정이품송의 고작 1/4 수준인 150년이란 말인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명에는 타고난 수명, 즉 생리적 수명(physiological longevity)과 주어진 환경에 견디며 살아가며 결정되는 수명, 즉 생태적 수명(ecological longevity)이 있다. 남산 능선부에 자라는 소나무의 수명 150년은 이곳의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 견디며 살아 온 생태적 수명을 의미한다. 그러나 소나무의 생리적 수명이 600년을 넘는다는 것도 생태학이라는 학문의 개념으로는 해석하기 어렵다.


소나무들은 5살 정도가 되면 열매를 맺기 시작하지만 숲을 이루면 그 시기가 늦춰진다. 숲의 연령이 30년 이상이 되면 매년 열매를 맺고 종자를 떨어뜨리며 자손을 생산하지만 모수가 살아있는 한 빛이 부족하여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고사된다. 그러나 나무들이 수명을 다하고 고사목이 발생하면 닫혀 있던 숲의 지붕이 열리며 많은 빛이 숲의 바닥에까지 유입된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숲 바닥에 정착해 있던 유식물들의 생장이 빨라지며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세대교체는 이루어지지만 소나무 숲은 계속 유지된다. 이 산의 능선부에 가보면 실제로 수명을 다하고 고사된 나무들이 있고, 그들을 대체하여 소나무숲을 이어갈 어린 소나무들도 보인다. 이런 숲의 세대교체 과정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즉 이 산의 능선부는 소나무군락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장소가 된다.
 

▲ 국립공원 속리산 입구 남산에 성립한 식물군락의 공간적 위치 <제공=이창석 교수>

 

능선부를 벗어나 사면으로 내려오면 졸참나무군락이 나타난다. 졸참나무군락은 한반도 남부 난온대 낙엽활엽수림지역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지역을 제외한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및 경기도 일부 지역)의 산림식생을 대표하는 식물군락 중 하나로써 서어나무, 당단풍나무, 참회나무, 노각나무 등과 함께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중 노각나무는 수피가 아름다운 식물로 속리산 지역이 분포 북한계로 알려져 있다. 이 군락이 성립하는 지형적 위치는 산기슭이나 계곡 상부이다. 졸참나무는 잎이 작고 열매는 날씬한 타원형이다. 이 숲도 수령이 오래되어 여기저기에 고사목이 나타나고 있다. 숲의 자연도를 평가할 때 이처럼 고사목이 출현하는 숲은 자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고사목이 출현하여 숲 지붕에 틈이 생길 때 고사목이 다수 발생하여 그 틈이 크면, 졸참나무 유식물이 많이 출현하지만 고사목 수가 적어 틈이 작으면 서어나무가 그 틈을 메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어나무군락은 졸참나무군락과 유사한 지형적 위치에 성립하는데 조금 더 습한 장소를 차지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천이 추세를 분석해 보면 졸참나무군락은 서어나무군락으로 천이되는 경향이다.
 

서어나무군락은 우리나라 온대 중부 기후대의 산림식생을 대표하는 식물군락 중 하나로써 서어나무, 당단풍나무, 쪽동백나무, 졸참나무 등의 다양한 식물들로 이루어진다. 이 군락은 산지 계곡 주변에 성립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수직적 분포 상 갈참나무군락과 졸참나무군락사이에 분포한다. 특히, 본 군락은 온대 중부 기후대의 천이후기 식생 중 하나로써 주목받고 있다.

서어나무의 줄기는 회백색이고 울퉁불퉁하여 근육이 발달한 사람의 팔이나 다리를 보는 것 같다. 잎은 타원형이고 그 가장자리에는 잔 틈이 많은데, 전문용어로는 거치라고 한다. 거치는 큰 거치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거치가 위치하는데, 이 작은 거치의 수로 서어나무와 개서어나무를 구별한다.


사면을 더 내려가 평지에 가까워지면 갈참나무군락이 출현한다. 이러한 지형적 위치는 개발이 용이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도 갈참나무군락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갈참나무군락에도 수명을 다하고 고사한 나무들이 발생하고 있으니 그 자연도는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고사목이 만든 틈에서 갈참나무 유식물도 발견되고 있으니 세대교체도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평지에 이르러서도 갈참나무가 보이지만 전나무, 벚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고 인간간섭이 빈번하고 강하여 숲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이 평지가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고 하천과 완만한 경사로 이어졌다면 느티나무군락이 추가되었겠지만 느티나무 군락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속리산 국립공원 내부로 들어가 유사한 위치를 찾아보면 느티나무군락이 성립되어 있다.
 

이상에서 언급하였듯이 이 지역은 평지 일부를 제외하면, 국립공원답게 우수하고 가치있는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생태계 보고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요 숲의 생활사과정을 온전하게 관찰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장소이다. 자연친화적인 불교답게 일부 개발 사업을 진행해도 이 귀중한 자연에 해가 가지 않는 사업이 되기를 합장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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