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 시시닷컴] 낮달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4-04-22 09:56:13
  • 글자크기
  • -
  • +
  • 인쇄

낮달 - 문현미

한 번뿐인 오늘과 내일이
다음 계절의 눈부신 연두로 이어질 수 있을까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꽃 피어나듯 두근거리는 생이
아지랑이 날개로 사뿐 날아오를 생이

이리도 금속성의 외마디 소리를 내며
차디찬 쇠고랑을 찬 듯

차라리
꿈이라면 좋겠다는
영화 상영 중이라면 좋겠다는 생각

어떨 때는
사는 것이 속울음을 참고 견디며
서걱거리는 갈대의 손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병실 유리벽 사이
엄마와 딸이 물먹은 말들 어른거리고
저승꽃, 주름진 잎그늘 아래

아르르- 떠오른 낮달 한 조각

-『몇 방울의 찬란』,(황금알, 2024)
 



홍매, 백매, 산수유가 온천지를 물들이고
벚꽃도 두근두근 곧 날아오르려고 숨죽이고 있다.
너와 나, 우리의 생도 저 꽃들처럼 사뿐사뿐 날아올랐다가
언제 떨어질 줄 아무도 모른다.
봄이 너무 찬란해서 더욱 슬픈,
병실 유리벽 사이 저승꽃 핀 엄마와 딸의 울음 섞인 말이 오고간다.
속울음을 참던 그녀들.
병이 깊어진 엄마는 속울음을 참으며 말씀하신다.
지금 이 순간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한 편의 영화였으면,
병원 창밖 산수유 가지 사이에 낮달이 떴다.
봄밤 보름달 같던 엄마는 이제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희미한 낮달 한 조각이 되었다.
엄마는 내년에도 저 아름다운 봄꽃과 새파랗게 올라온 연두,
그리고 꽉 찬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글. 박미산 시인/ 그림. 원은희 작가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