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확정된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가장 최상위 에너지 정책으로 5년에 한 번씩 재수립된다. 즉 새로운 정부가 세워질 때마다 정부의 방향성을 담은 에너지 정책이 나오기 마련.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밑그림이 발표됐다. 지난 9월 6일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다. 특히 첨예하게 나뉜 주제는 무엇이었는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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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토론회 |
국내외 시대의 변화 파악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논의에 앞서 2차와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분과 구성이다. 2차 에기본 당시 원전, 전력, 수요, 신재생 분과로 나뉘었던 것은, 3차 에기본에서는 수요, 공급, 산업·일자리, 소통·홍보로 구성했다. 이는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으로 분과구성을 한 것으로, 기본적인 수요과 공급을 나누고 산업과 일자리 창출 부분을 추가했으며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다른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을 강조해 분과 구성한 것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실제로 2차 에기본에 참여하고 3차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에너지공단 이상훈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분과 구성 측면에서 2차보다 성숙해지고 시대의 요구에 적합하다”고 평했다.
시대의 요구를 보기 위해 국외로 눈을 돌려보자. 전 세계는 석탄과 원전 중심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시대를 열고 있다. IEA에 따르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6년 24%에서 2040년 4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산업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에너지 산업에 IT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맞춤형 태양광 서비스 ‘프로젝트 선루프’나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파워 월’ 등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에 대한 과다한 의존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다. 또한 신산업 생태계가 미성숙하여 각종 규제 등 진입장벽이 존재해 에너지 산업이 많이 성장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3020정책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을 감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주요 골자
국내외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3차 에기본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3차 에기본의 비전은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대한민국 에너지비전 2040’이다. 구체적으로는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안정’, ‘안전’, ‘환경’, ‘공존’, ‘성장’ 5가지를 핵심가치로 삼는다. 2040년까지 5가지 정량적 정책 목표를 제시했는데, ①최종에너지소비를 감축하고 에너지 원단위를 개선한다. ②2030년까지 20%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엔 30%까지 확대한다. ③2030온실가스감축로드맵 수정안에 따라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한다. ④환경급전, 친환경차 등 보급을 통해 발전·수송 부문의 미세먼지를 감소시킨다. ⑤참여·분권의 지표를 위해 발전사업자 수와 재생에너지 참여 가구 수 목표를 제시한다.
이를 위해 ‘수요’, ‘공급’, ‘산업’, ‘거버넌스’, ‘협력’, ‘인프라’ 등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는데 다음과 같다.
에너지 수요관리 부분에서는 중·장기 가격 및 세제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에너지원 간 최적 믹스 구현을 위한 효율적 에너지 조세체계를 구축한다. 공급부분에서는 통합 스마트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한다. 친환경 분산형 에너지 믹스와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시장제도를 개선한다.
또한 전통 에너지원(석유, 가스 등)의 안정적 공급 방안을 마련한다. 에너지산업 육성 측면으로는 가상발전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에너지마켓플레이스 등 SW융합형 고부가 에너지 서비스를 육성한다.
국민참여·분권형 거버넌스를 위해 이익공유형 프로그램을 확산하고 갈들의 효과적 예방과 해결 메커니즘을 구축한다. 국가 간 에너지 자원협력 강화를 위해 동북아 수퍼그리드 및 PNG협력기반을 구축한다.
에너지분야 신남방·북방 전략을 세운다. 마지막으로 인프라 확충을 위해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 하고 에너지 바우처를 넘어 기후변화 시대에 계절 변화에 맞는 복지체계를 구축한다.
산업계, 에너지 안정적 확보 중요
에기본 밑그림을 그린 워킹그룹의 내용에 대해 각계 각층의 토론이 이어졌다.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표한 KBCSD 홍현종 사무총장은 “정책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일관성이 중요하다. 또한 다른 정책과 모순되지 않고 논리의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이 국내외적으로 추세이긴 하며 국가의 미래도 여기에 달려있다. 하지만 전환만 강조하다가 안정적 확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보수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너지 전환을 하려면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지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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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양준모 교수도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다.
“에너지 전환이라고 하면서 에너지전환의 최적경로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태양광은 가격 경쟁력이 없고, 풍력은 기술 경쟁력이 없다”면서 준비되지 않은 전환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석기 시대가 끝나고 철기시대가 왔다고 해서 석기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시대라고 하지만 원전이 아예 사라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 교수는 “현재 균등화 발전비용에 의한 최적 경로는 ‘원전’이라고 주장했다. 급격한 재생에너지의 비용 감소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석탄과 가스가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로 현존하는 발전소의 폐지는 어떠한 상황에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민들이 선택 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 입장을 대변하는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은 “원전이 사라지면 큰 일 날것 같은데 사실 전력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5%이다”라며, “에너지 공급은 다양한 에너지원의 믹스로 해결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이원영 처장은 수요와 공급의 예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와야 하며 이후 시민사회 공론화를 통해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수요를 조절하는 전기요금을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자료공개를 요청했다.
재생에너지는 일자리를 늘이나 줄이나
토론회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을 보인 부분은 ‘일자리’와 ‘원전’이었다. 양준모 교수는 “스페인에서 태양광 설치 사업을 진행한 이후 일자리가 줄었다. 대부분 설치·수리에 관련한 일자리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또한 태양광 산사태나 폐기물 처리에 있어서 환경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가 직접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으로 전기요금이 30%가 오르면 51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43만8447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태양광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디자인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제조 과정인데 그래서 재생에너지 제조시설을 우리나라 안에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통과 설치 및 사후관리까지 전 영역에 걸쳐서 일자리가 만들어 진다”고 설명했다.
‘원전’도 역시나 논란의 대상이었는데 윤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의 균등화 비용이 중국보다 낫다. 말이 안된다. 안전규제기준이나 폐로비용이 부과된 것인지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양이원영 처장도 “원전을 논하기 위해서는 핵 폐기물을 빼먹을 수 없다”며 “아무도 핵 폐기물 시설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을 계속 유지하자는 건 사회적 약자에게 그 짐을 지우겠다는 말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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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단 이상훈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3차 에기본 구성에 있어 이런 첨예한 논의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며 “오늘 발표된 내용이 너무 미래 지향적이기만 해서 현실의 상반되는 논점을 어떻게 포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에기본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가장 상위 계획인 만큼 가장 핵심적인 제도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에서 발표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 자료들은 제도가 명확하다. 세제·조세 계획 등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데 우리는 좋은 말잔치 일 뿐 구체적 방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박기영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재생에너지 사용하면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데 원전·석탄을 당장폐지하는게 아니다. 2023년까지도 오히려 석탄 4기가 추가된다. 2030년까지는 30% 원전이 유지된다.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가 없어도 저렴한 발전이 가능한 양이다. 국내외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값이 앞으로 더 저렴해 진다고 공통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지금은 과도기를 지나고 있지만 분명 재생에너지로도 안정적이고 싼 에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 권고안은 10월초에 발표된다. 이후 정부안을 마련해 국회 보고와 공청회를 거쳐 12월에 최종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의결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3개월. 우리나라 2040년까지 책임질 에너지 기본 계획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두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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