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숲의 흥망성쇠

대한민국 숲의 쇠퇴징후, 대기오염이 방아쇠 역할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10-02 10: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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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약 100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토지이용지도, 해방직후와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그리고 필자의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나라의 산들은 숲을 찾아보기 힘들고 온통 벌거벗은 민둥산이었다. 따라서 비만 오면 온 강물이 붉게 물들곤 했다.


그렇던 우리 숲에 1970년대 초반부터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온 국민이 하나되어 전국적으로 시작된 나무심기 사업 때문이다. 이 사업에서는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료를 주는 작업은 물론 심은 나무의 경쟁자들을 조절해주는 작업과 함께 해충제거 작업까지 해주면서 극진히 보살펴 세계적으로 드문 대규모 조림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울창한 숲을 창조해냈다.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어른들께서 들려 준 ‘나라의 나뭇잎 수는 그 나라의 돈의 양과 같다는’ 말씀이 생각이 난다. 실제로 정성스레 심고 가꾼 나무들이 잘 자라 나뭇잎 수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크게 높아졌으니 양자 사이의 관계를 확실하게 규명하기는 힘들어도 결과는 사실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 숲을 만들 때 우리들의 지식은 깊지 않았지만 마음은 순수했고 성실함이 충만했기에 이 엄청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조림을 통한 숲의 녹화 과정 <산림청 자료>


이처럼 온 국민이 힘을 합치고 정성스레 가꾼 숲이 오늘날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유형으로 등장하는 삼림쇠퇴 때문이다. 외국에서 연구된 자료를 참고하면 초기의 삼림쇠퇴는 대기오염의 직접적 피해로 출발하고 있다. 그 당시의 대기오염 수준은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기에 그것의 직접적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훨씬 뒤의 일이지만 공업단지를 중심으로 그러한 경험을 했다.


그다음에 나타난 삼림쇠퇴는 발생기작이 다소 복잡하다. 농도는 낮아졌으나 여전히 존재하는 대기오염과 그것이 빗물과 섞인 산성비가 내려 토양을 산성화시키면 일차적으로 토양에서 식물이 자라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양소인 칼슘과 마그네슘이 세탈되어 사라지게 된다.

 

그다음 토양의 산성화가 더 진행되면 토양 속에서 알루미늄이 유리되면서 식물의 생장, 특히 뿌리생장을 억제하며 토양으로부터 물과 영양염류 흡수를 원천봉쇄하게 된다. 이 때 대기오염과 산성비는 식물의 잎 표면에서 수분소실을 억제하기 위해 갖춘 왁스층을 벗겨내며 가뜩이나 부족한 수분을 앗아가고 그 상처를 통해 양분까지 빼앗아가면서 삼림을 쇠퇴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메카니즘을 밝혀낸 연구자의 이름이 붙은 소위 Ulrich 가설이다.


▲ 숲의 쇠퇴과정_대기오염 등으로 숲의 지붕 격인 큰키나무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왼쪽 사진) 그 틈으로 들어오는 늘어난 빛을 이용하여 중간 키 나무가 번성하며 빛을 독차지하여 그 밑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광(光) 부족으로 사라지게 한다(오른쪽 사진)

 

우리나라에서 지금 진행 중인 숲의 쇠퇴징후는 두 번째 삼림쇠퇴 기작과 흡사하지만 조금 다르다. 숲의 1인자격인 큰키나무의 활력도가 떨어지면서 시작되니 여전히 대기오염이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다음의 과정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숲의 지붕을 이루는 큰키나무가 쇠약해진 틈을 타고 숲의 2인자격인 중간키 나무들이 번성하더니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독차지하며 1차적으로는 그 밑에서 자라는 진달래, 철쭉꽃 등 작은 키 나무의 번식을 방해하더니 결국에는 그들 모두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보다 더 밑의 숲 바닥에서 자라는 풀들까지 자라지 못하게 하며 숲이 이루는 계층구조를 아예 망가뜨리고 있다. 중간키 나무의 과도한 번성이 숲 전체를 망가뜨리는 특이한 삼림쇠퇴 기작이다.


연구자로서 이처럼 특이한 현상을 찾아내었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오히려 그토록 어렵게 이루어낸 숲이 이처럼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안타깝고 두렵기까지 하다. 앞서 민둥산을 울창한 숲으로 되돌려 놓은 것과 같은 동력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을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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